수사기관 쇄신 놓고 정치적 셈법 따라 입장 엇갈려…‘이재명 이름은 왜 거기서 나와?’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대정부질문에서 뜨겁게 벌어졌다. 7월 25일 민주당은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총경급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 ‘12·12 사태’ ‘하나회’ 등으로 비유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26일엔 정부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 의결을 강행한 것을 두고 맞붙었다.
7월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공방은 이어졌다. 여야는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을 논의했지만, ‘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의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교흥 의원은 “류삼영 총경과 김호철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을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해 윤희근 후보자가 경찰 수장으로서 능력이 있는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야당이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고, 경찰국 신설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을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해야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문재인 정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검사들을 비판하며 검찰개혁 일환으로 검수완박을 외쳤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검사들의 집단 반발을 옹호했다. 현재 경찰국 신설을 두고서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집단행동을 하는 경찰을 비판하며 경찰 개혁을 외치고 있다. 반면 야당인 민주당은 경찰을 지지하며 경찰국 신설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거대 양당이 정치적 셈법에 따라 수사기관 쇄신을 놓고 공수를 바꾼 셈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경찰국 신설 역시 검수완박과 마찬가지로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찬성보다 높다는 점이다.
사안의 중대성이 남다른 만큼 대통령도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4월 18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검수완박에 반대해 사표를 낸 김오수 검찰총장을 만나 “국민이 검찰의 수사 능력을 신뢰하는 것은 맞지만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며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검찰 수사가 항상 공정했다고 말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법제화와 제도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서도 끊임없는 자기 개혁과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7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2·12 쿠데타’ 등 강한 표현으로 경찰을 비판한 것에 대해 “모든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치안 집단행동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이 장관의 표현도 그런 국민의 우려를 반영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경찰 집단행동을 두고서는 “국방과 치안은 국가의 기본 사무이고 최종적 지휘감독자는 대통령”이라며 “정부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취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집단 반발하는 것은 중대한 국가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 보좌진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검수완박을 찬성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와 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검수완박 법안을 권성동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며 “문제는 민주당이 너무 급하게 법안을 강행하면서 정쟁화가 됐다.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밀어붙이기로 나오면 동의하던 국민의힘 의원들도 반대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도 마찬가지다. 경찰과 야당에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분명 민주당 내부에서도 경찰 권력에 대한 견제와 통제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민주당은 경찰을 비판하고 있는 정부·여당이 과거 검사들에겐 관대했다는 부분을 문제 삼는다. 검수완박 사태 때 검사들은 지난 4월 11일 전국검사장회의를 시작으로 고검장회의(18일), 평검사회의(19일)를 열었다. 당시 국민의힘은 이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바 있다. 7월 25일 ‘검사 회의는 되고 경찰 회의는 안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상민 장관은 “평검사들은 검찰총장 용인 하에 회의를 한 것이다. 이번에는 최고통수권자의 해산 명령을 어겼다는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경찰은 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대기발령’ 조치했고, 총경급 경찰관 56명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상태다. 검수완박 때 검찰은 검사 회의에 참석했던 검사들에 대해 징계나 제재를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민주당의 경찰 지원사격이 ‘이재명 구하기’ 일환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는 국민의힘이 경찰국 신설을 통해 경찰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이 의원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는 민주당 안팎의 추측과 그 궤를 같이 한다.
현재 경찰은 이재명 의원에 대한 여러 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경기남부청은 이재명 의원과 관련해 △성남FC 후원금 의혹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 선거사무소 사용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등 4건의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부인 김혜경 씨 법인카드 사적 유용 △장남 불법도박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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