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과 가족 사진. 그녀는 23명의 위탁아동을 키우기도 했다. |
1800년대 백악관은 대가족 식구들로 늘 북적였다. 슬하에 6남매를 두었던 2대 대통령 존 애덤스를 시작으로 토머스 제퍼슨이 6남매, 윌리엄 해리슨이 11남매, 제임스 가필드가 7남매, 그리고 테오도어 루스벨트와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각각 6남매를 두었다. 테오도어 루스벨트의 경우, 재임 당시 백악관의 부족한 침실을 보충하기 위해서 서관을 신축하기도 했다.
과거의 대통령들이 이렇게 대가족을 이끌었던 반면, 60년대 이후 백악관에 입성했던 대통령들은 비교적 소가족을 이루었다. 가령 존 F 케네디,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은 모두 슬하에 두 명의 자녀만 두었으며, 빌 클린턴은 외동딸 하나만 두었다. 네 명의 자녀를 두었던 제럴드 포드와 지미 카터, 그리고 여섯 명의 자녀를 두었던 조지 H 부시 등 세 명만이 다자녀 가정이었다.
이밖에 릭 페리(텍사스 주지사), 뉴트 깅리치(전 하원의장), 허먼 케인(갓파더스 피자 전 최고경영자)에게는 각각 두 명의 자녀가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렇게 자녀들을 많이 낳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경제적인 여유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에 대해 <데일리비스트>는 그보다는 아마 ‘종교적인 이유’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 존 헌츠먼과 부인 그리고 일곱 명의 자녀들. |
‘출산 장려’와 함께 ‘낙태 반대’ 역시 대가족을 이루게 되는 또 다른 배경이다. 보수 우파 시민운동 단체인 ‘티파티’ 소속인 바크먼의 경우 동성애와 낙태 반대 운동을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펼치고 있으며, 본격적으로 미네소타 정치판에 뛰어들게 된 것 역시 바로 이 낙태 반대 운동 때문이었다. 연설 중에도 종종 성경 구절을 인용할 정도로 강경 보수파인 그녀가 민주당 가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으로 전향한 것 역시 바로 이 낙태 문제 때문이었다.
이밖에도 텍사스 하원의원에 당선되기 전까지 산부인과 전문의로 일했던 침례교 신자인 폴 역시 신앙심 깊은 가정에서 자랐으며 “어머니의 자궁은 구유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하면서 대가족을 찬양하기도 했다.
하지만 핵가족이 보편화된 미국 사회에서 이런 ‘다자녀 열풍’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놀랍게도 공화당 후보들의 ‘다자녀 열풍’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작가 겸 라디오 시사 진행자인 랍비 슈물리 보테악도 그중 한 명이다. 지난해 <뉴스위크>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랍비 50인’ 가운데 6위로 선정된 그는 9남매의 아버지다. 지난 2006년 ‘월드넷데일리닷컴’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다자녀 부모를 향한 멸시는 우리 사회에서 묵인되고 있는 마지막 남은 편견”이라면서 “대가족의 가장으로서 마치 범죄라도 저지른 양 어딜 가나 다른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며 씁쓸해 했다. 그는 실제 가족들과 함께 유럽과 호주 여행을 했을 당시 주위로부터 냉대와 조롱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이번 공화당 예비후보들이 전하는 다자녀의 상징성을 환영하는 그는 “다자녀 가정의 부모들은 특별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로 대변되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는 부모는 존경스럽다”면서 극찬하기도 했다.
역사학자이자 <모든 대통령의 자녀들>의 저자인 더그 위드는 특히 바크먼의 예를 들면서 “입양 자녀들을 키우는 것은 매우 특별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그는 헌신과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입양 자녀를 키우고 있는 후보로는 주중 대사 출신인 헌츠먼이 있다. 일곱 자녀 중 둘은 중국과 인도에서 입양한 딸들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관점에서만 본다면 이런 대가족은 후보들에게 득이 될 수도, 또 실이 될 수도 있다. 득이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사진을 찍었을 때 그럴 듯하게 나온다는 점이다. 특히 자녀들이 귀여운 어린 나이이거나, 혹은 손주를 안겨줄 수 있는 나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자녀가 한 명 늘어날 때마다 그만큼 사고와 실수를 저지를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령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의 경우가 그랬다. 모두 다섯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페일린은 한때 부통령 후보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장녀인 브리스톨은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미혼모가 됐으며, 차녀인 윌리스는 페이스북에 동성애자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상태. 하지만 확률상으로는 대가족 후보가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 과연 백악관은 다시 대가족들로 북적이게 될까.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