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 왜 이런 군집행동이 나타날까. 가장 큰 이유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스마트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10명 중 9명 이상(93.4%, 2021년 기준)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언제든지 정보를 쉽게 받아볼 수 있는 휴대용 미니컴퓨터다. 수많은 정보가 누구에게나 전달될 뿐만 아니라 전달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수용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은 비슷해지기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군집행동이다. 마치 축구 경기장에서 관중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 미래가 불안할수록 집단의 일원으로 움직이려는 군집행동이 심하게 나타난다.
최근 연구 결과 부동산시장에서는 재건축처럼 투자 성격이 강한 상품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강한 무리짓기가 나타난다. 실제로 서울지역 아파트 경과 연수로 볼 때 21~30년 이하 혹은 30년 초과 노후주택에서 군집행동이 발생했다. 재건축은 실거주보다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떼를 지어 구매하는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것은 시기적으로 군집행동은 주택 가격이 오를 때 강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연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부동산시장에서도 군집행동은 호황기나 상승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집값이 하락할 때보다 오를 때 수요자의 불안감이 커진다. 불안은 독감보다 빠르게 주변에 전염되는 특성이 있다. 이럴 때 조급함과 초조함이 촉발되고 무리와 같이 행동하고 싶은 욕구가 커져 결국 매수대열에 동참하게 된다.
그렇다고 부동산시장에서 하락기에 군집행동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상승기보다 군집의 강도가 세지 않을 뿐이다. 잇단 금리 인상으로 경색 국면이 조성되면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같이 행동하려는 성향이 나타난다. 하락기에는 주로 매수자의 심리 냉각으로 거래절벽으로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지금 집을 사면 너무 비싸게 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에 몸을 사리는 ‘풉(FOOP, fear of overpaying, 과매수 공포)’ 증후군이 수요자들 사이에서 일제히 발동하는 것이다. 일종의 생존본능이 작동하는 것이다.
수요자들의 심리를 볼 때 앞으로 거래 빙하기는 계속될 것 같다. 가격도 투자수요가 몰렸던 지역을 중심으로 떨어질 것이다. 시장에선 단기적으로 심리가 흐름을 좌지우지한다. 수요자들의 심리는 지금 바닥이다. 정지된 바위를 굴리기 어렵듯이 부동산시장도 한번 침체하면 곧바로 되살리기가 힘들다. 침체기에는 호재에 둔감하고,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금리 인상이 멈출 때까지 수요자들은 관망세를 보일 것이다. 치솟는 금리 앞에 장사 없다. 거품이 빠지면서 뒤늦게 랠리에 뛰어든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부동산시장의 1차 고비는 내년 1분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금리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다주택자 양도세 절세 매물도 많이 나올 수 있어서다. 내년 5월 9일까지 시행되는 양도세 한시적 감면 혜택을 받고 매각하기 위해선 다주택자들은 적어도 3월 말까지 계약을 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계약부터 잔금까지 한 달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투자 격언에 ‘공포에 사라’는 말이 있다. 일종의 역발상 전략이다.
하지만 역발상도 때를 잘 가려야 한다. 역발상으로 섣불리 집을 샀다가는 시쳇말로 ‘골’로 갈 수 있다. 지금은 대세와 같이 움직이는 게 좋다. 당분간 금리가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최대변수가 될 것이다. 금리 파도가 잠잠해질 때까지 차분히 시장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컨대 주택시장에 폭풍우가 몰아지는 지금, 내 집 마련 수요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신중함인 것 같다.
박원갑 박사는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강원대 부동산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경제TV의 ‘올해의 부동산 전문가 대상’(2007), 한경닷컴의 ‘올해의 칼럼리스트’(2011)를 수상했다. 현재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미래쇼크’,‘ 한국인의 부동산 심리’ 등이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