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3일 토요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개최한 총경들 190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그날 밤 경찰청은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에게 대기발령 처분을 내렸다.
그 자리에 참석한 다른 총경들 역시 감찰 처분을 받았다. 다음 날 오전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은 이 회의를 '하나회가 12.12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바로 이러한 시작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릴레이 삭발과 단식 투쟁, 삼보일배, 전국 경찰서장 회의까지 경찰이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낸 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시위를 통제하던 경찰들이 시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민관기 경위는 "경찰이 정권의 입김대로 활동하면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는 국민이 잘 알지 않습니까, 지금 다시 그럴 우려가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현장 직원들이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과 소속 청장 지휘 규칙 제정 등을 골자로 한 '경찰제도개선 최종안'을 발표한 건 지난 7월 15일. 이날 브리핑을 연 장관은 '그동안은 청와대에서 경찰 인사 등을 비선으로 통제하고 관리'해왔다며 경찰국 신설로 '경찰에 대한 지휘·통제가 행정안전부를 통해 투명하고 적법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관은 경찰국 신설의 배경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공룡 권력이 된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라 밝혔다.
일선 경찰들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후 경찰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분리되었던 역사적 맥락을 근거로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는 치안본부 시절로의 회귀'라고 주장했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선택 교수는 "통제가 필요하다면 시민적 통제 기구를 두거나 국회에서 위원회를 만들거나 할 일이지 우리가 위험해가지고 무서워서 분리시켰는데 자기가 와서 하겠다는 거야, 이상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이상민 장관은 경찰국을 둘러싼 우려를 '오해'라고 일축했다. 오는 8월 2일 출범을 앞둔 행정안전부 경찰국. 장관의 말처럼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인가, 아니면 '권력의 경찰 장악 시도'인지 살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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