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대행체제 흔들리자 장제원 꿈틀, ‘간장’ ‘김장’ 등 당권 연대설 중심에…권·장 정치적 충돌 가능성
지난 7월 8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자신이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게 됐음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 29일 ‘윤석열과 처음 만난 국민의힘 정치인’ 타이틀을 단 지 14개월여 만에 당권까지 쥔 것. 하지만 권성동 대행 체제는 한 달을 가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더불어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이 권 원내대표 스마트폰을 통해 유출되면서 비판 여론이 격화했다.
7월 31일 권 원내대표는 당대표 직무대행 자리를 내려놨다. 국민의힘은 정권 교체 100일 만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내에선 권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까지 내려 놔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원내대표 사퇴 압박과 관련해 권 원내대표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 인생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시점에 최대 위기까지 닥친 것이다.
반대로 윤핵관 투톱의 다른 한 축인 장제원 의원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를 둘러싼 각종 연대설 중심에 장 의원이 있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의 ‘간장연대설’, 김기현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김장연대설’ 중심에 섰다. 여권 관계자는 “장제원 의원이 아무래도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 거론되다 보니, 장 의원과 연합하는 인물이 차기 전당대회서 ‘윤심’을 얻을 수 있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서도 장 의원이 움직인 정황이 포착됐다. 8월 3일 여권에 따르면 7월 29일 배현진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뒤 장제원 의원이 ‘비대위 전문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친윤’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국회부의장 등과 회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동 자리에서 당 지도체제 등과 관련한 논의가 오가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 인사는 “윤핵관 투톱 권성동-장제원 구도가 미묘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모양새”라고 평했다. 이 인사는 “그간 윤석열 대통령과 측근의 거리감을 논할 때 권성동 원내대표가 장제원 의원보다 약간 앞서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며 “하지만 권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이 주고받은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구도에 변화가 생길 여건이 마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제원 의원과 연합하는 인물이 차기 당권을 쥘 경우 윤핵관 사이에서도 흐름이 뒤바뀔 수 있다”며 “이런 흐름 속에서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이 정치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전망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은 2010년대 정치권에서 각종 이슈들을 함께 이겨내며 생존해왔다. 비박계·바른정당계·복당파에서부터 2022년 윤핵관까지 지속적으로 한 배를 탔다. 한 차례씩 무소속으로 생환한 경험도 있다. 장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부산 사상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권성동 의원은 2020년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증을 거머쥔 바 있다. 그들은 보수진영 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생존하는 저력을 선보여 온 것.
아킬레스건 같은 논란을 이겨낸 점도 둘 사이의 공통분모다. 권 원내대표는 강원랜드 채용 비리 의혹에 휩싸여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수사 및 재판을 받았다. 지난 2월 대법원은 권 원내대표를 둘러싼 업무방해·제3자뇌물수수·직권남용 등 혐의에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그 와중에도 권 원내대표는 두 차례 총선을 모두 승리했다.
장 의원은 아들 장용준 씨(활동명 노엘)를 둘러싼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장용준 씨는 2019년 7월과 2021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음주운전을 했다. 특히 두 번째 음주운전은 지난해 대선 경선 국면에서 펼쳐져 장 의원은 당시 윤석열 캠프 상황실장직을 내려놔야 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뒤 장 의원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장 의원을 지명한 까닭이다.
선대위와 인수위원회에서 각각 ‘윤석열 비서실장’을 지낸 이력은 두 사람을 윤핵관 투톱으로 거론되게끔 했다. 그러나 취임 직후부터 일어난 이준석 대표 중징계, 각종 인사 잡음, 텔레그램 유출 논란, 지지율 하락 등에 정국이 요동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 만에 집권여당이 비대위 체제를 논의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일각에서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이 필연적으로 서로 다른 길을 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선 국면에서부터 윤핵관과 관련한 잡음은 끊이질 않으면서 여권 내에서도 피로도가 상당히 높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선 당시 윤석열 선대위에서 활동했던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검찰 출신을 기용할 때는 최고 엘리트를 골라 등용하는 것과 달리 정치인 기용에 있어선 친분에 따라서 기용하는 측면이 보인다”며 이렇게 충고했다.
“근시안적으로 정치에 집중하는 윤핵관을 멀리하고, 거시적으로 민생과 국정운영에 있어서 핵심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인사를 곁에 둘 필요가 있다. 향후 비대위와 전당대회가 이어지는 시점에서 윤핵관 사이 알력다툼 양상이 불거진다면, 윤석열 정부 ‘허니문 레임덕’이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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