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세계 곳곳에 나뉘어 보관되어 있던 우리의 현대사 자료들을 수집하고 공개하는 현대사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8.15 기획 영상 아카이브는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화기부터 해방까지의 우리 조상들이 겪었던 수난의 역사와 그 속에서도 견지해 온 주권 회복의 열망을 2편에 걸쳐 재구성한다.
영국 영화사인 '브리티시 파테(British Pathe)'와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새롭게 수집한 영상에는 개화기 조선의 풍경과 생활상 그리고 일제에 고통받았던 선조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또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호주 국립영화및녹음보관소(NFSA)' 등을 통해 최초로 발굴한 영상에는 태평양전쟁 뉴기니 전투와 오키나와 전투, 연합군 포로수용소 등 전쟁에 강제 동원돼 희생을 강요당했던 실상이 기록돼 있다.
한편 루즈벨트 라이브러리 등에서 수집한 영상을 통해서는 해외에서 벌어졌던 국권 회복 운동의 현장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다.
20세기 최초의 국제전인 러일전쟁은 당시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사였다. 초기 영화사인 에디슨 회사에서 제작된 러일전쟁의 주요 전쟁, 압록강과 제물포 전투 재연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이를 통해 삶의 터전을 일제의 전쟁터로 내줘야 했던 조상들이 겪은 수난의 역사를 돌아본다.
이번에 최초로 입수한 브리티시 파테의 '뉴스영화(Newsreel)'는 당시 장편영화 중간에 상영됐던 기록영화로 조선 왕가와 백성들의 모습을 전한다. 영상은 6.10 만세운동의 기폭제가 됐던 순종 장례식과 영친왕 부부가 유럽 여행길에 오른 장면을 담고 있다.
또 당시 동양 최고의 비경으로 꼽힌 금강산의 절경과 한국 최대 마애불 ‘묘길상’을 감상할 수 있다. 1930년대 언더우드 박사 일가의 백두산 여행 장면까지 개선된 화질로 함께 소개한다.
1932년 일왕의 생일날 행사장에 폭탄을 던졌던 윤봉길 의사. 한민족의 독립 의지를 세계에 각인시켰던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세계 언론에서는 어떻게 보도했는지, 그 내용을 최초 공개한다.
30여 년 전 나라를 잃었던 경술국치를 잊지 않고 독립을 다짐한 재미한인들의 모습이 담긴 현기식(懸旗式) 영상 또한 만나볼 수 있다. 1942년 8월 29일 미국 LA시청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성대한 현기식은 미국 관공서에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태극기가 걸린 날이자 미 전역에 태극기를 알리게 된 순간이었다. 한국의 식민지 문제와 독립운동의 뜻을 더욱 널리 알리게 된 이 숭고한 현장을 고화질 컬러 영상으로 함께 공개한다.
미국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워싱턴 OSS(전략첩보국)는 태평양전쟁을 끝내기 위해 비밀첩보작전을 계획한다. 고난도 특수훈련을 받은 최정예 특수요원들을 한반도에 투입해 내부 정보를 수집하고 거점을 확보하는 이른바 냅코 프로젝트(NAPKO Project).
이름 대신 암호명 A, B, C, D로 불린 선발 요원 19명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남아있는 영상을 통해 당시 LA의 외딴 섬 카탈리나에서 이들이 상륙 훈련 및 침투 활동 대한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쟁이 끝나고 해방을 맞아 고국으로 돌아오는 배에 몸을 실은 한국인들의 모습을 공개한다. 최초로 공개하는 이 영상에는 호주에 억류되어 있던 전쟁포로를 실은 '요이즈키함'에서 벌어진 사건과 강제 징용됐던 노동자 최소 3700여 명이 승선했던 '우키시마호' 폭발 사건까지. 그야말로 목숨을 건 귀환의 순간이 담겨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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