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35년 만에 최저, 혼인연령 10년 전보다 3~4세 늦춰져…“삶의 질 저하” 확산, 관련 콘텐츠 영향 분석도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21년 공식 혼인신고는 763만 6000건이다. 1986년 이후 혼인신고가 800만 건 아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초혼 연령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인구 평균 초혼 연령은 28.84세, 농어촌은 28.38세였다. 10년 전에 비해 3~4세 늦춰진 수치다.
이는 젊은이들의 결혼관 때문이다. 구인구직 플랫폼 ‘즈롄자오판’이 얼마 전 발표한 ‘2021 중국 여성 직장 현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 직장인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 1위는 ‘결혼이 필수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응답자의 64.1%에 달했다. ‘결혼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가 2위였다.
설문에 응한 20대 여성은 “연애와 결혼이 싫은 건 아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삶의 질”이라며 “마땅한 짝을 찾지 못하면 차라리 혼자 있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적당한 나이가 되면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은 최근 젊은이들에게 찾아보기 힘든 것처럼 보인다.
물질적 여유가 없던 시절, 결혼은 단순히 사랑의 결실만은 아니었다. ‘이익공동체’를 만들어 경제적‧생활적으로 서로 협력하고 리스크를 막아내 사회 구성원으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이제 ‘먹고 사는 문제’는 결혼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젊은이들 중에서 배우자를 고를 때 의식주를 생각하는 사례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취미가 비슷하거나 성격이 맞거나 등 정서적 교감이 결혼의 전제 조건이 됐다. 본인이 원하는 상대가 아니면 떠밀리듯 결혼을 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몇 년간 방영된 TV 드라마와 영화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중국에서 결혼과 가족은 가장 인기 있는 소재였지만 이젠 아니다. 가족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드라마는 점차 여성 주도형 직장 생활을 다루는 내용으로 대체됐다. 여기서 결혼과 육아는 부차적인 요소다. 이는 여성의 지위 향상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결혼과 육아의 전통적인 관념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장단점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독립과 자주를 추구하는 현대적 의미의 가족이 젊은이들에게 긍정적인 가치를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출산과 교육 등에 감춰져 있던 사회적‧구조적 문제가 드라마 등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점도 긍정적 영향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 양육을 너무 부정적으로 다뤘다는 점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국가 발전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TV에 방영되는 결혼생활 중엔 과장되거나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회피하는 데엔 이런 드라마들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얼마 전 중국에서 대히트한 3부작 드라마 ‘작은 기쁨’ ‘작은 이별’ ‘작은 사랑’은 초중고 아이들의 성장을 다뤘다. 자녀를 교육하기 위한 현대가족의 고군분투가 주요 줄거리다. 해외유학, 개인과외 등 중상류층 이상에서나 가능할법한 교육들이 소개됐다. 이를 바라보는 미혼의 젊은이들은 무슨 생각이 들까.
인기리에 방영 중인 결혼 관련 드라마의 대부분은 고소득층이 주인공이다. 인물의 핵심 갈등은 사회적 지위 유지, 계층 도약, 또는 직장 여성의 고부 갈등 등이다. 한 미디어 전문가는 “이런 드라마는 다수 일반인들의 일상경험밖에 있다. 결혼은커녕 당장 취업에 목을 매달고 있는 청년들에게 중압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요즘은 젊은이들이 짧은 동영상 플랫폼을 즐겨 본다. 여기서 결혼과 가족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를 얻는다. 이를 통해 ‘비혼’ ‘불임’ 등에 대해 선입견을 갖게 되는 일이 많다. 트래픽을 위해 현실을 부풀려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결혼과 가족의 근본적인 가치를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때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던 여러 중매‧결혼 사이트도 시들해진 모양새다. 한 30대 남성은 “결혼을 위해 굳이 사이트를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또 결혼 사이트로 진정한 배우자를 만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결혼 사이트 쇠퇴는 젊은이들 인식 변화뿐 아니라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장쑤성 소비자보호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결혼 플랫폼 서비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트 회원들 중 상당수가 업체들의 과장 광고, 부실한 회원 관리 등으로 피해를 봤다.
혼인신고가 줄어든 것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견해를 내놓자 많은 미혼 여성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결혼을 하지 않아 출생률이 떨어졌다고 비판하는 것은 여성을 출산 기계로 보고 있는 가부장적 사고”라는 이유다. 이번 논란이 남녀 간 또는 세대 간 공방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패션업계 한 유명 블로거는 “난 비혼주의다. 하지만 출산은 하고 싶다. 결혼과 출산은 하나가 아니다. 대를 잇는 게 결혼의 목적이 될 수 없다”며 “결혼을 하려는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마치 집과 차, 돈에 팔려가는 것처럼 돼서는 안 된다. 여성을 옥죄는 식의 결혼은 구시대적 유물”이라고 주장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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