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론 중요치 않아, 국민의 삶 변화시켜야 정치…97세대, 향후 민주당 10년 책임질 사람들”
―만 29세 첫 도전 후 16년 만에 국회의원이 됐다. 20대 대선 땐 경선 주자로, 이번에는 당대표 도전에 나섰다.
“20대에는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바람을 더 뜨겁고 격렬하게 생각했다. 이제는 정치인으로서 뜨거운 열정을 유지하되 냉철하고 현명하게 사회적 갈등을 조율하며 변화를 만들고 있다. 유치원 3법 통과, 재벌개혁 관련 금융실명제 도입,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내부 문건 공개, 현대차 리콜 등 세상의 변화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역할을 했고 성과를 얻었다. 스스로 정치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성과를 통해서 국민께 정치 효능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기특함도 있다. 다만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더 많은 역할에 도전하고 있고, 맡을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당대표 출마 계기는.
“당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 가장 큰 무기다. 혼자서는 못 한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그동안 민주당에서 소신 발언과 정치적 성과를 보여줬다면, 이제는 책임 있는 정치를 통해 당을 이끌어나가고 싶다. 민주당에 요구되는 것들을 관철해 세상 변화를 이끌고 싶다는 생각을 굳혔다. 전국단위 선거 3연패 후 열린 워크숍에서 우리 당이 달라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의 변화 의지를 보고서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이 달라지고 있고 꿈틀거리고 있다. 거기에 내가 앞장서야겠다.”
―본인을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ies) 위협(Threats) 등 SWOT로 분석해 달라.
“의정활동을 통해 굵직굵직한 성과를 냈다. 소신과 철학이 분명하다. 이재명 강훈식 후보와 비교해 외연 확장성이 가장 많다. 이를 통해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 약점은 핵심 지지층 부재와 젊어서 경력이 짧다는 점이 있다. 변화 요구와 세대교체 등 민주당에 혁신을 요구하는 간절함은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반면 엉망진창인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자중지란은 오히려 내게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민주당이 혁신보단 반사이익에 기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잘했으면 민주당 내에 혁신 목소리가 커지면서 확장성을 지닌 내가 더 유리했을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에만 국한된 정책을 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노동 이슈에만 갇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권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꿈을 이어가는 정당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7분 연설에서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 선진국 대한민국에 초대받지 못한 사회적 약자를 다 표현하려고 했다. 교육 불공정에 상처받는 부모님, 출산휴가 육아휴직 신청서 놓고 망설이는 직장인들, 일자리와 기회를 잡지 못해 불안에 떠는 청년들, 이들 모두 우리 사회에서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지 않나.”
―‘세대교체론 강풍’이 불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가.
“민주당이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반성해야 할 지점이 많다. 한 예로, 플랫폼 노동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 오래됐다. 그런데 여전히 법과 제도가 개선되지 못하면서 이들이 사회 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시대 요구에 뜨겁게 반응하되 급하게 하자는 게 아니다. 뜻은 좋았으나 제대로 된 변화보단 반발만 산 게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다. 사회는 ‘비정규직 나쁜 거야, 정규직화 할 거야’라고 한 칼에 정리되지 않는다. 97세대가 성과를 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앞으로 민주당은 현명하고 장기적으로 끈질기게 해야 한다. 세대 교체론은 중요하지 않다. 국민의 삶을 변화시켜야 정치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만 보더라도 아무 준비를 하지 않은 세대교체는 논란만 불러온다.”
―‘어대명’ 대항마로 97그룹 단일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훈식 후보를 만나서 할 말은 다 했다. 강훈식과 박용진의 이해관계를 다 뒤로하고 국민들의 간절함이 선거에 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들의 역할이지 않나 싶다. 이른바 97세대인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박주민 등은 스타일도 생각도 다 다르다. 다만 이들이 적어도 민주당의 10년을 책임지고 가야 할 세대는 맞다. 그들과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역할을 하려 한다. 동지라고 생각한다. 단일화도 싫으면 안 하는 거다.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고 싶지는 않다.”
―김대중·노무현·이재명은 비주류로 시작했지만, 끝내 주류세력으로 올라섰다.
“과제다. 이번 전당대회 통해서 당내 기반을 쌓고, 동지들과 스크럼을 짜는 등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 전국 조직망도 만들어져 가고 있다. 의원들도 예비경선 이후 연락해오고 있다. 단순하게 지지만 표명하려고 연락해오는 것이 아니다. 나와 정치를 같이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연락해오는 분들이다. ‘계파’라기보다는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이다. ‘계보’라기보다는 저와 같이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더 필요하고 만들어지고 있다. 희망적인 일이다.”
―2002년 대선 당시 세력이 없던 노무현 후보에겐 ‘노사모’라는 핵심 지지층이 있었다. 박용진 후보는 핵심지지층도 부족하다.
“핵심 지지층을 만들려면 선명한 이야기를 하거나 세게 말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독한 말 하는 사람들의 연대가 정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치원 3법 통과까지 너무 힘들었다. 현대차와 5년간 싸우면서도 너무 외로웠다. 삼성 재벌 총수 일가와의 법리 싸움도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재벌 총수를 악마화하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을 이단 집단화한 적 없다. 그게 우리 당과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앞으로 착한 사람들의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 상식의 눈높이에서 말하고 움직이면 된다. 그러면 지지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실제 본인이 당내 기반도 없이 20%대 중반의 국민적 지지를 쌓아서 당대표 선거를 하고 있다.”
―민주당 권력이 20년 만에 친노·친문에서 이재명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사당화 리더십이 가장 위험하다. 8월 3일 토론회에서 계양을 공천 관련 ‘사과 안 할 거냐’고 묻자 이 의원이 ‘여의도 민심은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당심은 나가라고 했다’며 자기 출마 정당성을 말했다. 당 고문과 국회의원이 하지 말라고 해도 개딸(개혁의딸) 등 강성 지지층이 요구하면 앞으로도 그러겠다는 것이다. 주변 이야기를 듣지 않고, 일부 지지층 말만 듣고 패배하고 실패하더라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 반복되는 것이 사당화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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