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화성 매향리 갯벌.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부터 54년 간 미군의 폭격 훈련장으로 사용된 아픔의 땅이 평화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포탄 소리와 화약 냄새가 사라지자 매향 갯벌이 철새들의 쉼터이자 어민들의 삶터로 돌아온 것. 하늘에서는 계절 마다 멸종위기 철새들이 날아오고 땅에서는 다양한 저서생물의 생태계가 펼쳐지는 역동적인 생명의 세계.
매향 갯벌을 포함한 화성습지를 무대로 검은머리물떼새와 저어새 등 이곳을 찾아온 귀한 손님들의 이야기를 고화질 영상으로 만난다.
매년 3만여 마리의 지구 순례자들이 찾아오는 새들의 낙원.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매향리 갯벌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과 시베리아, 알래스카 사이를 이동하는 도요물떼새들의 중간 기착지다.
해마다 2만 7000km가 넘는 거리를 왕복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알락꼬리마도요는 태평양을 건너는 일주일 동안 물 한 모금 마시거나 잠자지 않고 매향 갯벌까지 기진맥진 날아와 체력을 회복한다.
갯벌 습지뿐만 아니라 염습지, 민물 습지와 호수가 모두 있는 이 일대의 독특한 자연환경은 국제적 철새 희귀종 및 바닷새들을 불러들였고 그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EAAFP(국제철새보호기구)에 등재되었다.
또한 매향리 갯벌은 저어새와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백로 등 수많은 멸종위기 희귀 새들이 찾아오는 생명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리면 매향리 주민들의 바지락 채취 작업이 시작되는 매향 갯벌은 2005년까지 54년 동안 미 공군의 사격, 폭격 훈련장으로 사용된 곳이기도 하다.
쿠니 사격장이라 불렸던 매향리 일대와 앞바다 농섬은 일주일에 사흘 이상 밤낮없이 쏟아지는 포탄과 기관총 사격에 섬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고 주민들은 반세기 넘게 소음과 오폭 사고의 위험에 시달려야 했다.
힘겨운 투쟁 끝에 사격장이 폐쇄되고 매향리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온 갯벌. 화약 냄새가 사라진 농섬에도 생명의 기운이 움트기 시작했다. 검은머리물떼새와 흰뺨검둥오리, 흰물떼새가 보금자리를 틀기 시작했다.
그 옛날 포탄이 오가던 바다가 다시 생명의 온기를 품기까지 매향 갯벌이 어째서 보전되어야 하는지 그 해답을 현장에서 찾는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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