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협력업체 공사 지연 따른 보상 요구…삼성엔지니어링 “협력업체 주장은 근거 부족”
#클린 퓨얼 프로젝트란?
삼성엔지니어링은 2014년 4월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NPC가 발주한 ‘클린 퓨얼 프로젝트(CFP)’의 세 개 패키지 중 하나인 MAB1 패키지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CFP는 인근 정유공장의 하루 생산량을 80만 배럴까지 확장하고 유황 함유량을 줄여 고품질의 정유 제품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사업 규모는 총 120억 달러(약 15조 6000억 원)에 달한다. KNPC는 CFP를 세 개의 패키지로 나눠서 발주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맡은 MAB1 패키지는 쿠웨이트시 동남쪽 약 45km 지점에 위치한 미나 압둘라 정유공장 신설 및 증설 공사를 수행하는 사업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페트로팩, 네덜란드 CB&I와 조인트벤처(JV)를 구성해 사업에 참여했다. 해당 조인트벤처가 맡은 공사 규모는 총 38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4조 원)에 달했다. 이 중 삼성엔지니어링의 계약 금액은 약 16억 2000만 달러(약 1조 7000억 원) 수준이었다.
CFP 수주 후 삼성엔지니어링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단순 수주 외에도 중동 시장 확장이라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당시 “최근 중동의 전통적 수주 텃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 UAE가 아닌 이라크, 쿠웨이트 지역에서도 플랜트를 수주하며 지속적으로 시장 확대에 힘쓰고 있다”며 “성공적인 사업 수행으로 사업주인 KNPC와 ‘롱텀 파트너십(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해당 사업을 추진했지만 실제로는 2021년에야 완공됐다. 쿠웨이트 국영 통신사 ‘쿠웨이트뉴스에이전시(KUNA)’에 따르면 KNPC 측은 지난 7월 27일 “CFP가 중대한 어려움과 시험대에 직면했었다”며 “CFP 공사가 거의 끝났을 때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이 핵심적인 시험대였다”고 전했다. 현재 삼성엔지니어링은 CFP 관련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 업체와의 분쟁 내막
삼성엔지니어링은 2014년 6월 CFP 공사와 관련해 ‘콘솔리데이티드 콘트랙터스 컴퍼니(Consolidated Contractors Company·CCC)’와 협력 업체 계약을 맺었다. CCC는 중동지역 최대 건설사 중 하나로 꼽히며 그리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CCC의 대표 프로젝트로는 세계 최대 규모(112만㎡·약 34만 평) 쇼핑몰인 두바이몰, UAE에서 두 번째로 큰 공항인 아부다비국제공항 등이 있다.
CCC는 ICC에 삼성엔지니어링, 페트로팩 등이 구성한 조인트벤처를 상대로 약 7000만 디나르(약 3000억 원)를 청구하는 내용의 국제 중재를 신청했다. 조인트벤처로 인해 CFP 공사가 지연됐고, 작업 내용에도 일부 변경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CCC가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조인트벤처 지분율은 50%이므로 CCC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약 150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 국제 중재는 서로 다른 법과 제도를 가진 국제 상거래의 분쟁 당사자들이 중립적인 중재인을 선임해 판정을 받는 절차를 뜻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2020년 5월 CFP 공사 현장에서 약 2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한국 직원이 귀국하기도 했으며 공사도 지연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코로나19보다 설계 변경 등이 공사 지연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엔지니어링도 발주처인 KNPC를 상대로 공사 지연에 대한 보상금을 청구한 상태다.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CCC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CCC가 상호 클레임 불가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청구액 등을 포함한 CCC의 클레임도 KNPC에 청구했으며 계약상에는 백투백(하도급 업체에 대한 지급을 원도급 계약에 의한 지급과 연동시키는 것)으로 보상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CCC가 ICC에 국제중재를 신청한 것은 추가적인 보상을 받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일요신문은 CCC의 구체적인 입장을 듣기 위해 이메일로 연락을 취했으나 답장을 받지 못했다.
KNPC가 CFP 공사 지연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면 추가적인 중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은 쿠웨이트와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KNPC와 협의가 잘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배상금으로 인한 쿠웨이트 정부와 갈등 가능성은) 너무 앞서간 이야기”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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