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날에 펼치는 머슴들의 신명나는 잔치
밀양백중놀이는 고된 농사일을 끝낸 머슴들이 백중 즈음의 용날(십이지로 날을 따졌을 때, 다섯 번째인 용의 날)을 택하여 지주들이 마련해준 술과 음식으로 하루를 즐겁게 노는 놀이를 말한다. 이러한 놀이는 벼농사를 주로 했던 중부 이남 지방의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는데, ‘논매기가 끝나고 호미를 씻어 둔다’는 뜻에서 유래해 ‘호미씻기’라 불리기도 했다.
밀양 지역에서는 백중놀이를 ‘꼼배기참놀이’라는 별칭으로도 부른다. 꼼배기참이란 밀에 팥을 박아 찐 떡에 콩을 섞어 볶은 것을 비롯해 술과 안주 등 지주가 마련해 주는 ‘자주 얻어먹기 어려운’ 귀한 음식을 이르는 말이다. 머슴날에는 반드시 꼼배기참이 나왔으며, 이 음식을 먹으면서 논다는 데서 ‘꼼배기참놀이’라는 명칭이 유래되었다.
밀양백중놀이는 앞놀이, 본놀이, 뒷놀이 등 크게 세 부분으로 짜여 진행된다. 앞놀이는 제의적 요소가 강한 놀이로 잡귀맞이굿, 모정자놀이, 농신제 순으로 이어진다. 잡귀맞이굿은 놀이꾼들이 놀이판 가운데에 삼대로 만든 농신대를 세우고 세 번 절하며 잡귀를 막고 복을 비는 것이다. 모정자놀이는 모심기, 논매기 소리를 하면서 모 심고 논매는 동작을 흉내 내는 놀이다. 이후 농신대 앞에 제물을 차리고 농신제를 지내는데, 이때 잡귀를 쫓기 위해 약쑥을 태운다.
본놀이는 앞놀이에 비해 극적 요소가 강한 작두말타기와 양반춤, 병신춤, 범부춤 등의 춤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두말타기는 머슴들 가운데 농사를 잘 지은 사람을 뽑아 지겟다리로 만든 작두말에 태워 농악으로 흥을 돋우는 가운데 놀이판을 돌면서 시위하는 놀이다. 작두말타기로 시작하여 점차 신명이 솟구치면 ‘양반’이 머슴들의 놀이판에 끼어들어 느릿느릿 양반춤을 춘다. 이러한 양반의 모습이 못마땅한 머슴들은 양반을 놀이판에서 몰아내기 위해 난쟁이춤, 꼬부랑할미춤, 배불뚝이춤, 곱추춤 등 익살스러운 병신춤을 춘다.
병신춤에는 독특한 악기가 쓰이는데, 항아리에 가죽을 씌운 사장구와 항아리에 물을 채운 다음 바가지를 엎어 두드리는 물장구가 그것이다. 병신춤은 양반춤과 대조적으로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구경꾼을 격동시킨다. 놀이판에서 쫓겨난 양반은 이를 보고 흥겨움을 참지 못하여 의관을 벗어던지고, 즉 범부가 되어 놀이판에 뛰어들어 장구재비(장구 치는 사람) 앞에서 재주를 보이고 춤을 추는데, 이것이 ‘범부춤’이다.
뒷놀이는 오북춤과 화동마당으로 구성되는데, 놀이꾼과 구경꾼이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추며 노는 대동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오북춤은 밀양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춤으로, 다섯 명의 북재비(북 치는 사람)가 동서남북 사방과 중앙에 자리해 북가락을 치며 추는 춤이다. 특히 원을 이루며 춤추던 북재비들이 원심을 향해 모여들어 서로 마주보며 북을 힘차게 치는 ‘북배김’은 가장 역동적이며 멋진 사위로 꼽힌다. 오복춤은 오곡이 잘 익고 오복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화동마당은 놀이꾼들과 구경꾼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저마다 개성적이고 즉흥적인 춤을 추며 신명을 마음껏 풀어내는 화합의 마당으로, 백중놀이의 대단원을 장식한다.
밀양백중놀이의 특징은 상민과 천민들의 한이 전체 놀이에서 익살스럽게 표현되어 있다는 점이다. 병신춤과 오북춤의 주된 춤사위인 ‘배김내사위’는 춤동작이 활달하고 오른손과 오른발이, 왼손과 왼발이 같이 움직이는 특이한 움직임으로 절로 흥을 돋운다. 백중놀이에서는 머슴과 소농이 축제의 주체였고, 지주와 부농은 이들을 후원하는 입장이었다. 축제가 벌어지는 하루 동안 머슴과 소농들은 맘껏 먹고 마시면서 흥을 풀어냈으며, 지주와 부농들은 이를 용인하고 뒷바라지함으로써 고용인과 피고용인, 지주와 소작인이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밀양백중놀이는 북춤, 양반춤, 범부춤의 제1인자로 꼽혔던 하보경, 상쇠를 맡았던 김타업 초대 예능보유자 등의 뒤를 이어 현재는 박동영 보유자를 중심으로 보존회를 통해 전승되고 있다.
자료협조=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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