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법안 투쟁 동시에 이재명 사건 마무리…4개월 공석 검찰총장 인선도 나서야
#차기 검찰총장 임명
법무부 검찰총장추천위원회(추천위)는 오는 16일 오후 2시 회의를 열고 총장 후보군을 심사할 예정이다. 지난 7월 19일까지 국민 천거 형식으로 법무부는 차기 총장 후보를 추천받아 검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법무부가 제청 대상자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인물을 추천위에 올리면, 검찰 등 법조계 인사와 비법조계 인사로 꾸려진 추천위가 3명 이상을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하는 구조다. 한 장관은 이 가운데 최종 후보자 1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여환섭 법무연수원장(사법연수원 24기)과 김후곤 서울고검장, 노정연 부산고검장, 이두봉 대전고검장(이상 25기),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27기)가 검찰 외부에서는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21기)과 배성범 전 법무연수원장(23기), 조남관 전 법무연수원장(24기) 등이 거론된다.
16일 추천위 회의가 열리면 서너 명으로 후보군이 압축된다. 통상적으로 법무부 장관은 추천위 회의 후 2~3일 안에 대통령에게 후보자를 제청했고 대통령은 대부분 당일 후보자를 낙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9월 초에는 차기 검찰총장이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3, 4명의 후보군을 추릴 때에도 추천위원장 등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할 수 있는 이들이 회의에 들어가 ‘낙점될 1명’과 들러리가 될 후보들을 추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법조인 인사에 대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잘 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추천위가 열리고 나면 1명을 낙점할 때까지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존재감 강한 법무부 장관이 있는 탓에 누가 오더라도 ‘힘든 자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의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한동훈을 견제할 강한 검찰총장’과 ‘한동훈에게 힘을 더해줄 존재감 약한 검찰총장’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검찰 내부 분위기도 결정날 것”이라며 인사 이후 검찰 분위기가 한 번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와 검찰 손잡고 ‘검수완박’ 투쟁
한동훈 장관에게는 검찰총장으로 손발이 잘 맞는 사람이 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오는 9월 10일 검찰의 권한과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이른바 검수완박법 시행이 예정돼 있다. 기존 사건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헌법재판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권한쟁의심판 대응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필요성이 있다.
법무부는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기존에 수사하던 사건은 계속 수사 가능하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했다. 다만 새롭게 드러나는 혐의점과 공범을 겨냥한 수사 확대에 제약이 불가피하다. 검찰이 최근 잇따라 압수수색을 단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공공기관 블랙리스트를 시작으로 △여성가족부 공약 개발 △대장동 개발·로비 특혜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등이 그렇다.
차기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검수완박으로 어수선한 검찰 내부 분위기 수습과 권력형 비리 수사, 대국민 소통까지 함께 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 8월이라는 얘기다.
수사를 통해 ‘권력 비리’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면, 민주당에서 강행한 검수완박 법안 처리가 ‘정치적 목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폐지론에 힘을 보탤 수 있다. 검찰이 수사를 잘할수록 헌재에서 다퉈야 하는 법무부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거꾸로 구속영장 기각이나 무죄 등 ‘정치적 수사’로 볼 여지를 검찰이 만들어낼 경우 법무부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
헌재에 제기한 검수완박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수사 확대를 위해 1년 이상의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지만,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법무부와 검찰은 혼란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법무부는 직접 수사 축소에 대비해 최소한의 수사 범위를 확보하기 위한 대통령령 개정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장 찾아온 정치 사건 수사
문제는 검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건을 처리해야만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9월 9일, 그러니까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기 하루 전날까지 이재명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이 의원의 측근이자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진 이태형 변호사가 2020년 이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수임료 명목으로 쌍방울로부터 현금 3억 원과 전환사채(CB) 20억 원 상당을 받았다는 내용인데, 이 의원은 앞서 대선 기간에 “총 변호사 비용이 3억 원에 불과하다”는 발언을 했다가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곳은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인데, 검찰에 악재도 터졌다. 쌍방울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던 임원에게 수원지검 소속 수사관이 압수수색 관련 정보를 유출하는 일이 터졌기 때문. 일단 수원지검은 형사1부에 수사 정보 유출 사건을 맡겼지만, 수사가 본궤도에 오른 상태에서 검찰 조직 스스로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이재명 의원 관련 선거법 수사도 공소시효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보통 수사 일정을 고려할 때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정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결론을 내리려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전말을 파헤쳐야 하는데 그러려면 쌍방울과 이재명 의원 측의 관계, 또 쌍방울의 자금 흐름을 파헤쳐야 한다”며 “대형 정치인의 경우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소환을 하고 곧바로 결정을 하면 해당 정치 진영에서 검찰의 결정을 비판적으로 몰아가기 때문에 수사팀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 역시 “이재명 의원 관련 사건 등을 빠르게 마무리 짓기 위해 한동훈 장관이 총장 인사보다 검사 인사를 먼저 한 것 아니겠냐”면서도 “결국 검사는 수사 결과로 말을 하는 것이고,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게 해당 사건 수사팀 검사들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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