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시작된 중국리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6개 팀이 참가했다. 전기 챔피언 쑤보얼항저우를 비롯해 전기 14위까지와 지난해 을조리그에서 승격한 2팀이 합류했다.
2022 갑조리그 출전선수는 총 93명이다. 각 팀은 5~6명으로 구성되며 외국인 용병은 팀당 1명을 보유할 수 있다. 또 용병 선수끼리의 대결은 허용하지 않아 용병은 선수단 명단 중 가장 먼저 이름에 올려야 한다.
이번 시즌 한국 기사는 8명이 용병으로 중국리그에서 뛴다. 국내랭킹 1위 신진서 9단을 비롯해 박정환(2위) 변상일(3위) 강동윤(4위) 신민준(5위) 김지석(7위) 김명훈(8위) 이지현(10위) 9단이다. 이 밖에 일본에서는 이야마 유타 9단과 이치리키 료 9단이 출전 제의를 받았다.
한 시즌이 막을 내리면 매년 다시 헤쳐모여 식으로 팀을 구성하는 한국바둑리그와 달리 중국은 출발부터 지역연고제를 바탕으로 팀들이 구성된다.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벤치마킹한 중국바둑리그는 1부 리그인 갑조리그와 2부 리그인 을조리그, 그 아래 병조리그까지 완벽하게 구색을 갖췄다.
갑조리그는 총 16개 팀으로 구성된다. 팀당 15라운드 경기를 치러 하위 2개 팀이 을조로 강등된다. 대신 을조 1, 2위 팀이 갑조로 승격된다. 선수 선발은 연고지를 중심으로 하되, 한번 선발하면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서는 바뀌는 법이 없다.
중국리그 선수들은 상금이나 대국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구단과 직접 계약을 맺어 연봉을 받는 시스템이다. 야구나 축구 등 일반적인 프로구단의 방식과 같다. 단 한국 기사들의 계약 방식은 다르다. 연봉제가 아닌 대국료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국리그 1호 진출자 이세돌 9단으로부터 비롯됐다는 대국료제는 승리할 경우 약속된 금액이 지급되고, 패할 경우 대국료가 없다는 것이 계약의 주요 골자다.
대국료는 기사마다 다르지만 신진서나 박정환 9단 같은 최상위 기사들의 경우 10만 위안(1920만 원) 수준이며, 다른 기사들도 최하 5만 위안(960만 원) 이상은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리그에 가장 오래 뛰고 있는 박정환 9단은 2021년 중국리그에서만 2억 6700만 원의 수입을 올렸으며, 신진서 9단도 약 2억 2500만 원의 대국료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최정상 기사들의 2배 정도 되는 금액이다.
중국리그는 한국바둑리그와 달리 경기 방식도 독특하다. 매 라운드 4경기를 치르는데 주장전, 장고대국 2국, 속기전 대결을 벌여 승리팀이 승점 3점을 갖게 된다. 2-2 동점이 나올 경우에는 주장전 승리팀이 2점, 패배 팀에 1점이 주어진다. 속기는 각자 30초에 1분 초읽기 10회로 치러지며, 장고대국은 각자 2시간 25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무승부가 나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각 팀은 승점을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당연히 에이스를 주장전에 내보낸다. 때문에 한국바둑리그 같은 무작위 오더제에 비해 매 경기 수준 높은 대국을 관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의 용병 8명은 8일 끝난 5라운드까지 중국 기사들을 상대로 합산 전적 16승 18패를 기록했다. 주장전은 8승 9패로 역시 50% 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2라운드부터 출전한 신진서는 중국 미위팅 9단에게 패하며 2020년부터 중국 기사 상대로 거둬 왔던 24연승 행진에 마침표가 찍혔다. 신진서는 이어 열린 3라운드 리웨이칭 9단에게도 패하며 2승 2패,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남겼다.
이 밖에 박정환 9단과 강동윤 9단은 3승 2패, 변상일 9단은 2승 1패를 기록했으며 김지석 9단(4패)을 제외한 나머지 기사들도 50% 언저리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9일까지 6라운드 경기를 마친 중국리그는 후반기 9라운드 포함 총 15라운드(풀리그)를 치러 상위 8강과 하위 8개 팀이 각각 플레이오프 방식으로 순위를 결정하게 된다.
[승부처 돋보기] 커제, 승률 68% 상황서 항복 '어리둥절'
2022 중국갑조리그 2라운드 ● 커제 9단(선전) ○신민준 9단(르자오) 200수끝, 백 불계승
#장면도 ‘커제 유리한 바둑을 던졌다’
AI 판단 흑(커제) 승률 68%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커제 9단의 투료 팝업창. 이에 지켜보던 팬들은 물론 대국 당사인인 신민준 9단도 어리벙벙한 표정이었다.
한국과 중국의 검토실에서도 “아직 둘 만한 것 아닌가?”, “아니, 흑이 여전히 좋은 것 같은데…”라며 의아해 하는 모습. 커제가 장면도 흑1로 끊었을 때 신민준이 백2로 단수 친 장면. 여기서 커제가 돌연 항복을 선언한 장면이다.
#1도 ‘예상되는 그림’
이후 예상되는 그림이다. 흑1 이하 백8까지 패가 되는 것이 예상되는 수순. 바둑TV나 유튜브로 해설하던 프로기사들의 일치된 참고도였는데 커제는 이를 결행해보지도 않고 돌을 거뒀다.
#2도 ‘커제 마음 상했나’
1도 이후 백1로 따내 패싸움이 시작되는데 쌍방 많은 팻감을 소진한 후 예상되는 결론은 백이 △로 좌변을 연타하고 패는 흑이 이기는 그림이다. 그런데 이것이면 흑이 2집반 정도 우세하다는 결론. 그럼에도 커제가 돌을 던진 이유는 중반까지 크게 우세했던 모양에서 거듭되는 실수로 마음이 상했고, 결국 그것이 형세판단에도 치명적인 착오를 일으키게 했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