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아직도 한글입력방식을 새로이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글의 우수함, 독창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현재 한글입력방식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방식이 대기업에서 채택한 방식을 개선한 더욱 완벽한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현재 휴대전화기가 한글입력시스템의 주요 시장이지만 새로운 디지털 기기들의 보급으로 점차 새 시장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케이블방송은 공중파TV와 달리 양방향으로 소통되는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시청자가 리모콘의 버튼을 통해 문자정보를 입력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최근 보급되고 있는 PMP (Portable Media Player: 휴대용 동영상 재생기)와 휴대용 게임기들도 기능이 많아지면서 문자입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PDA도 예전에는 터치스크린 방식이나 필체 인식의 방식에서 키패드를 이용해 간단히 입력하는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현재 휴대폰의 한글입력시스템은 삼성전자의 ‘천지인’, LG전자의 ‘ez한글’, 팬택앤큐리텔의 ‘스카이한글’이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천지인 방식을 1999년부터 도입해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팬택앤큐리텔은 SK텔레텍과 합병한 후 자판방식을 스카이한글로 교체했다. 그 이전에는 삼성전자의 천지인 방식과 유사한 ‘한글사랑’을 이용했다. 천지인이 모음을 자판 위쪽으로 배치한 것과 달리 한글사랑은 모음을 아래쪽으로 배치하고 일부 자음의 위치가 다르다.
LG전자는 중소업체인 언어과학의 ‘나랏글’을 도입한 ‘ez한글’을 사용하고 있다. ez한글의 특허권을 가진 언어과학은 노키아와 텔슨과도 제휴하고 있어 국내에 도입된 노키아 폰도 ez한글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휴대전화기 외에 스카이라이프, 케이블방송업체인 C&M도 ez한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언어과학은 “전화기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새로운 디지털기기를 이용하기 위해 또다시 새로운 자판을 익히는 데 거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이미 전화기에 보급된 ez한글은 차세대 자판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렇지만 LG전자의 휴대폰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약한 것이 걸림돌이다.
언어과학 이외에 차세대 한글입력기 시장을 노리고 있는 곳은 모비언스의 ‘패스타이프(Fastype)’, 아마사소프트의 ‘퀵타(QuickTa)한글’, 모모테크의 ‘한글80’, 이지패드의 ‘이지패드(ezpad)LCR’ 등이다.
모모테크의 강윤기 대표는 “천지인 방식이 가장 우수한 방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체계가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제 입력시 모음을 만들 때는 자판을 두 번 이상 눌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정통부로부터 우수 신기술로 인정받은 한글80은 자음과 모음이 자판좌우로 분리되어 양손으로 훨씬 빨리 입력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보다 우수한 방식이 나오면 무상으로 한글80을 제공하겠다”며 자사 방식을 자신하고 있다.
한글80은 케이블방송인 KDMC, 큐릭스, 한국전력과 검찰청 납품 무전기, 국방부 PDA에 이용되고 있다고 모모테크는 밝히고 있다.
모비언스의 패스타이프는 실제 입력 테스트 결과 가장 빠른 입력속도를 보인다고 장점을 설명한다. 통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자모를 중심으로 배치한 방식이라는 것. 모비언스의 패스타이프는 현재 케이블방송 사업자인 BSI, CJ케이블넷이 채택하고 있으며, MP3, 게임기 업체 등을 대상으로도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이지패드의 ‘이지패드LCR’은 키패드를 짧게 누르거나 길게 눌러 단모음과 겹모음을 구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시간은 걸리지만 자판을 누르는 횟수를 줄인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현재 KT와 제휴해 30만대의 가정용 전화기에 도입할 예정이다.
아마사소프트의 퀵타한글은 ‘쪹’버튼과 ‘#’버튼을 쉬프트키로 이용해 자판을 누르는 시간을 최소화했다. 하나의 자판에 세 개의 자모가 있고 좌우쉬프트키를 통해 세 개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카시오의 PDA제품, IP전화기, 윈도우XP의 미디어제품 리모콘에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글입력방식은 돈과 인력이 없어도 개인의 아이디어로 개발이 가능한 분야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 개발자들도 많고 특허도 많이 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글 자판도 표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기기마다 자판이 다를 경우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업체들의 난립으로 표준화가 쉽게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모비언스의 안재우 대표는 “3벌식 컴퓨터 자판이 훨씬 빠르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2벌식을 고집하는 것처럼 한 번 굳어진 자판방식을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 아직 유선 전화자판배열의 한글입력방식은 표준으로 굳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승부해볼 가치는 얼마든지 있다”고 자판입력시장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