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17년 12월 ‘해당 행위를 했다’는 사유로 당 윤리위원회에서 제명처분 됐다. 당시 홍준표 대표 언행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거침없던 그의 정치 행보가 사달의 원인이었다. 이후 끊임없이 복당을 타진했으나 녹록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우회로를 택했다. 지난 3월 안철수 대선 후보가 이끈 국민의당에 입당한 것이다. 예정대로 지난 5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합당했다. 류 전 최고위원은 양당 합당으로 당연히 복당할 줄 알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유독 그에게만 빗장을 내걸었다. 그의 입당(복당)을 불허했다. 이에 류 전 최고위원은 법원 심판을 받기로 했고 4년 7개월 만에 컴백홈 했다.
지난 9일 오전 그는 국회에서 국민의힘 입당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일요신문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에 있는 한 로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복당 후 그의 첫 언론 인터뷰였다.
―4년 7개월 만에 복당한 소감은.
“2017년 3월 자유한국당 들어갈 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으로) 당이 엄청 욕먹으면서 힘들 때였다. 그땐 전쟁터에서 뭔지도 모른 채 총이 아닌 냄비를 들고 싸웠다. 공교롭게도 내가 복당한 지금도 당이 힘들다. 왜 나는 이렇게 당이 어려울 때 들어오는지…. 복당돼서 좋고 행복한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또 다시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심정이다.”
―2017년 제명 이후 어떻게 지냈나.
“제명 당한 후 거들떠보고 싶지도 않았던 유튜브 방송을 2019년 6월 재개(류여해TV)하며 세상과 다시 소통을 시도했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조금씩 보폭을 넓혀 갔다. 5년 동안 참 많은 사람을 얻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절차 문제를 지적한 ‘탄핵은 무효다’ 책도 썼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1일 출소하기 전날까지 법원에 ‘박근혜 대통령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하는 캠페인도 벌였다. 법원에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한 횟수만 555회였다. 신청서를 작성한 분들은 무려 6342명에 달했다. 태극기 문양 배지와 스티커 나눠주기 캠페인도 했다. 짬짬이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다니기도 했다.”
―왜 국민의힘에 다시 돌아오려고 했나.
“사람들은 ‘그 혼란스러운 당에 왜 들어가느냐’ ‘무엇을 바라고 들어가느냐’고 걱정 반 손가락질 반 했다. 그러나 나는 버릴 수 없었다. 국민의힘은 보수우파 정통성을 지닌 우리 집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한민국을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나라로 만들고 싶었다.”
―복당 추진 과정에서 느낀 점도 많았을 것 같다.
“당을 나와 5년 지내면서 국민의, 당원의 눈높이를 알게 된 것 같다. 이젠 섬기는 정치, 집사 정치 다시 말해 정치인이 생각하는 대로 하는 정치가 아닌, 나를 따르라는 식의 정치가 아닌, 국민과 당원이 원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더 겸손하고 성숙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등 여권이 혼란스럽다. 복당 후 정치 행보는.
“당이 어렵다. 내가 최고위원이 됐던 2017년만큼 어렵다. 많은 국민이 다시 실망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께서 임진왜란 중 모함으로 삭탈관직당했지만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선공후사 마음으로 백의종군하셨듯이 나도 대통령과 당이 어려운 지금, 억울한 내 제명 문제는 뒤로하고 당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내 이름은 해군이셨던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여해(汝諧), 이순신의 자(字)이다. 그분의 길을 따라가겠다. 국민의힘이 진정 보수우파를 대변하는 정당이 되도록 힘을 보태겠다. 보수의 품격을 확실히 보여드리겠다.”
―돌이켜봤을 때 왜 제명당했다고 보나.
“(2017년 12월) 난 윤리위가 열리는지도 몰랐다. 해명할 틈도 없었다. 말 한 마디 못하고 끽소리 못하고 그냥 제명당했다. 경찰에 고소당한 것도, 비리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지금도 내가 왜 제명 당했는지 모르겠다. 당시 당 안팎에선 ‘홍준표 대표에게 밉보여서 제명 당했다’고 봤다.”
―홍준표 전 대표(현 대구시장)와 화해 내지 만남을 가질 의향은 있나.
“2017년 류여해라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당을 위해서 그리고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서 결국엔 국민을 위해서 홍준표 대구시장께서 우리 아버지 고향인 대구를 정말 멋지게 발전시켜주셨으면 좋겠다. 홍준표 시장님을 만날 수 있다. 만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화해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싶다. 서병수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께서 최근 이런 말씀을 하셨다. 힘 있는 사람이 손을 내미는 거라고. 홍 시장께서 그럴 의사가 있으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2017년 제명에서 2022년 복당까지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2016년까지 법학대학 강단에 서면서 간간이 정치 패널로 방송에 얼굴을 비쳤다. 여의도 정치판 근처엔 오지도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놨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구속, 바른정당 분당, 태극기 부대 분열 등 보수우파 진영이 난마처럼 얽혀 있을 때였다. 자유한국당(옛 국민의힘) 윤리위원이었다. 정치초년병 류여해 정치 행보는 거침없었다. 언론 모니터링팀을 가동했고 유튜브 ‘적반하장’을 진행하며 보수진영에서 주목 받았다. “쾌도(快刀)로 난마를 자르는 여전사”로 평가 받으며 급부상했다. 입당한 지 불과 100일 만에 치러진 전당대회서 2위로 선출직 최고위원이 됐다. 그는 최고위원 회의에서, 페이스북에서, 방송에서 자신만의 정치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
하지만 정치초년병의 거침없는 스타일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도 있었다. 보수진영에선 특히 나이와 경륜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여의도에서 두루두루 경륜을 갖춘 나이 지긋한 중진들 입장에선 직격탄을 날리며 쓴소리하는 그가 껄끄럽고 불편할 수밖에 없었을 터. 당 최고위원 회의실에서 홍준표 대표와 잦은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2017년 12월 ‘해당행위’ 사유로 제명당했고 지난 7월 21일 4년 7개월 만에 복당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