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승인시 처분시한 무한연장, 가족회사 고액 수주 등 이해충돌 구설, 박덕흠 7년 만에 신탁 주식 돌려받기도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03년 창업한 공간정보 기술업체 '지오씨엔아이' 주식 때문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충돌 가능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조 의원은 주식을 백지신탁했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8월 1일 국회 국토위에서 조 의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백지신탁에 대해 잘 몰라 못 했다"며 "이번엔 백지신탁을 하고 제 전공을 찾아서 국토교통위에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전반기에 과방위로 배정되셨다가 이해충돌 논란으로 인해 복지위로 상임위를 변경하신 바 있는데 국토위 역시도 소유한 회사와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국토위에 지원하고 또 국민의힘에서 국토위로 배정했다라고 하는 그 과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백지신탁 금융기관인 농협이 홈페이지에 공고한 매각 대상 주식백지신탁 내역(8월 3일 기준)에 따르면 조 의원은 지오씨엔아이 주식 39만 2000주(32억 3556만 8000원), 유앤지아이티 주식 9만 주(5억 8311만 원), 남편 소유 유앤지아이티 주식 1만 주(6479만 원)를 백지신탁했다.
하지만 조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조 의원 남편이 여전히 지오씨엔아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조달정보개방포털에 따르면 지오씨엔아이는 지난해 해양수산부, 경북 안동·문경·구미시 등으로부터 총 9건의 용역계약을 따냈다. 6건은 수의계약, 3건은 제한경쟁이었다. 계약금액은 총 21억 3478만 9000원이었다.
백지신탁 제도는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공직자윤리법은 수탁기관은 신탁계약이 체결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처음 신탁된 주식을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주식 처분이 어려운 경우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처분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 사실상 무한정 연장이 가능한 셈이다.
백지신탁한 주식을 7년여 만에 돌려받은 사례도 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2014년 9월 백지신탁한 본인과 배우자의 원하건설, 이준종합건설, 혜영건설 주식을 올해 돌려받았다. 주식가치는 총 146억 8858만 2000원에 이른다. 원하건설, 이준종합건설, 혜영건설은 박 의원 가족이 소유한 건설사다. 박 의원은 가족회사를 통해 국토교통부와 산하기관으로부터 수천억 원 규모의 발주 공사를 수주받은 혐의로 2020년 고발됐다. 올해 7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박 의원을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
박 의원이 고발당한 후에도 박 의원 가족회사는 공공기관 공사를 꾸준히 낙찰받았다. 2021년 수주금액은 원하건설 65억 9003만 3100원(수의계약 2건, 제한경쟁 4건, 일반경쟁 1건), 이준종합건설 8억 3116만 2000원(제한경쟁 1건), 혜영건설 7억 7534만 7300원(제한경쟁 2건)으로 총 82억 원에 육박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근 모임 '7인회' 멤버인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족회사인 폐기물 처리업체 '세창이엔텍' 주식을 백지신탁했다. 문 의원은 세창이엔텍 지분 15%를 보유했다. 2007~2015년엔 대표이사도 맡았다. 당시 이름은 문광석이었다. 그는 2017년 5월 문진석으로 개명했다.
문 의원이 2020년 9월 백지신탁한 주식은 현재까지 팔리지 않았다. 당시 박덕흠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해충돌방지법이 잇따라 발의됐다. 국회의원 10명이 비상장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했다. 문 의원도 그중 한 명이었다.
현재 세창이엔텍 대표이사는 문 의원 친척으로 추정되는 문 아무개 씨가 맡고 있다. 그는 세창이엔텍 지분 45%를 가진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개명 전 이름은 문광호였다. 그는 2020년 문 의원에게 500만 원을 기부했다. 세창이엔텍 지분 40%를 가진 또 다른 문 아무개 씨 역시 2020년 문 의원에게 500만 원을 기부했다.
세창이엔텍은 문진석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천안에서 꾸준히 일감을 받아온 업체다. 지난해에도 9건의 용역수의계약을 따냈다. 계약금액은 총 8945만 620원이다. 세창이엔텍 매출은 2020년 184억 원에서 2021년 224억 원으로 1년 만에 40억 원(약 22%) 늘었다. 올해 4월 11일 공시된 세창이엔텍 감사보고서엔 문 의원이 백지신탁을 했음에도 여전히 주식 15%를 보유한 것으로 표기돼 있다. 다른 국회의원의 백지신탁 주식이 각사 감사보고서에 농협의원회관출장소 소유로 표기된 것과 대비된다.
비상장주식 신고가 엉터리인 경우도 있다.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올해 재산변동사항에서 배우자 소유의 비상장주식 코리아로터리 726주가 감소하고 상장주식 726주가 증가했다고 신고했다. 그런데 코리아로터리라는 상장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코리아로터리라는 법인 자체가 없다. 정 부의장의 과거 재산신고 내역을 추적해보니 코리아로터리서비스를 코리아로터리로 잘못 적은 것이었다. 2013년 국회사무총장 재산신고 때는 코리아로터리서비스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2016년 국회의원 재산신고 때부터 코리아로터리로 잘못 신고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산변동사항이 제대로 취합되는지도 의문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코리아로터리서비스 주식을 60주 보유 중이라고 신고했다. 두 의원이 같은 주식을 다른 이름으로 신고했고 그대로 공고된 것이다. 두 의원은 코리아로터리서비스의 주당 가격도 다르게 신고했다. 지난해 정 부의장은 726주를 336만 5000원(주당 약 4635원), 윤 의원은 60주를 9만 2000원(주당 약 1533원)이라고 신고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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