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분배 성격 없다는 점 들어 증권사 상대로 소송…스핀오프 과세 규정 마련 목소리도
지난 3월 AT&T는 분사해 자회사로 편입한 워너미디어스핀코(스핀코)를 다른 나스닥 상장사인 디스커버리와 합병해 신설법인인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기존 AT&T 주주들에게 AT&T 1주당 WBD 0.24주를 나눠준다고 밝혔다. 국내 AT&T 투자자들은 주식 배당 기준일인 지난 4월 5일 이후 스핀코 주식을 받았고, 같은 달 8일 스핀코가 디스커버리와 합병하자 1 대 1 교환 비율로 WBD 주식을 받았다.
#각기 다른 세금 부과 기준에 반발
논란은 국내 증권사들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WBD 주식을 입고하는 과정에서 각각 다른 세금을 매기면서 발생했다. 삼성증권·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는 WBD 상장일 시초가(24.07달러)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원천징수했다. 이들 증권사는 AT&T가 투자자들에게 지급한 WBD 주식은, AT&T가 원래 보유하고 있던 스핀코 주식(실물자산)을 준 것이니 현물배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T&T 1000주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110만 원가량의 세금을 원천징수 당한 것이다.
반면 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은 국내 투자자들이 받은 WBD 주식을 주식배당으로 보고, WBD 액면가(0.0056달러)의 15.4%를 세금으로 걷었다. 다만 액면가가 낮았기 때문에 사실상 세금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신증권은 아예 배당소득세를 징수하지 않았다. AT&T 투자자들이 WBD 주식을 받았지만, WBD 주식 취득으로 인한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배당수익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어느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했는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자 일부 투자자는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과세당국은 ‘소득세법에 따라 의제배당에 해당하며, 배당소득세는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의제배당은 세법상 현금 배당은 아니지만 현금 배당과 동일하게 주주에게 경제적 이익이 발생했다고 간주하는 것으로 과세 대상이 된다. 소득세법 제17조 제1항 제3호에는 의제배당의 유형이 나와 있는데 AT&T 사례도 포괄적으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기획재정부(기재부) 관계자는 “소득세법 17조 2항 6호에는 ‘분할합병의 상대방 법인의 주주가 분할로 설립되는 법인 또는 분할합병의 상대방 법인으로부터 분할로 취득하는 주식의 가액과 금전’은 의제배당이라 볼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 법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WBD 시가 기준으로 세금을 징수하지 않았던 증권사들은 기재부 유권해석에 맞게 조치를 취한 상태다.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은 6~7월 배당소득세를 추가로 징세했다고 밝혔다.
#기재부 유권해석에도 가라앉지 않은 과세 논란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일부 투자자는 증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인원은 8월 12일 현재 80여 명 수준이다. 이 소송은 과세당국은 물론 건강보험당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세대상 배당소득은 다음해 종합소득세에 합산된다. 또 급여 외에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초과하면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 소송에 참여한 투자자가 전부 승소한다면 과세당국 및 건보당국에 원상복구를 요청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AT&T가 배분한 WBD 주식을 배당소득으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소장을 8월 중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들은 기재부가 유권해석의 근거로 제시한 소득세법 17조 2항 6호에 따라 의제배당에 해당하려면 분할법인의 주주가 분할로 설립되는 법인으로부터 주식을 취득해야 하는데, AT&T 투자자들은 분할로 설립되는 법인인 WBD가 아닌 AT&T로부터 주식을 받은 것으로 의제배당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소득세법에서 다룬 의제배당의 유형에는 스핀오프 분할로 인한 형태가 정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으며, WBD 주식으로 인한 이득이 없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집단소송을 대리하는 허진영 법무법인 윤성 변호사는 “기재부 유권해석과 국세청 판단이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세청은 2020년도 질의회신을 통해 ‘분할법인이 존속하는 경우로서 소각 등으로 주식이 감소되지 아니하는 스핀오프에 의한 분할의 경우는 소득세법 17조 2항 6호에 따른 의제배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상급기관인 기재부에서 세법에 대한 최종 해석권을 갖고 있다. 시기도 기재부 해석이 더 늦게 나왔다”고 말했다. WBD 주식을 의제배당이라 본 과세당국의 해석이 틀렸다는 주장에 대해 앞의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법에 스핀오프를 겨냥한 규정은 없다. 다만 현행 규정 중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규정을 적용해 해석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의 한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해석의 차이인데 이 경우 과세당국의 판단을 따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과세당국을 대상으로 한 행정소송이 아닌 증권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투자자들은 원천징수의무자인 증권사에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할 예정이다. 증권사를 상대로 하더라도 소송에 과세당국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 다툼은 과세당국과 벌인다는 전략이다. 2003년 대법원은 ‘잘못 원천징수된 금액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환급을 구할 수 있는 권리는 원천징수의무자에 있으므로 원천납세의무자는 국가를 상대로 직접 잘못 납부된 세액에 대한 환급을 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선 “증권사에서 마음대로 세금을 징수한 것은 아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스핀오프 과세와 관련한 법이 만들어질지도 주목된다. 스핀오프 과세에 대한 규정은 미국 세법으로만 규정돼 있고 우리나라에는 아예 관련 법이 없다. 스핀오프한 회사의 지분을 주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라 법 손질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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