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처리 건수 등 객관적 수치도 상황 따라 부서 따라 달라…홍보부 “센터에서 자료 잘못 보낸 듯”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시설물 보수 민원을 주거안심센터, 시설물 콜센터 등에서 받아오다 올해 초부터 시설물 콜센터에서만 받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원 접수창구를 줄이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임차인이 지역 주거안심센터로 전화하면 센터에서 민원을 받아 보수에 나섰지만 지금은 센터로 전화해도 자동응답시스템이 콜센터로 연결한다.
임차인들은 시설물 민원 접수를 콜센터에서만 받도록 바꾸면서 보수 처리가 지연되거나 거부당하는 일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임차인이 직접 자비로 고쳐야 한다는 응대(접수 거부)가 많아지며 보수를 포기하게 된다는 것.
본지는 지난 6월 28일 공사 홍보부에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전체 시설물 보수 처리 현황과 센터별 보수 처리 건수, 월별 현황을 요청했다. 공사가 추진 중인 ‘시설물 민원 접수 일원화’ 과정에서 시설물 보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러자 홍보부는 “정보 부존재로 답변드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답을 보내왔다. 지역 주거안심센터별 보수 처리 건수, 월별 현황에 대해서도 “별도로 취합 관리하고 있지 않은 자료로 해당 센터에 문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며 아무 자료도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정보 부존재’로 답변할 수 없다던 ‘서울시 전체 시설물 보수처리 현황’은 버젓이 공사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었다. 센터별로 구분해 처리율까지 공개돼 있었는데도 홍보부는 “정보 부존재”라는 답을 한 것이다. 홈페이지에 현황이 공개돼 있다고 하자 홍보부는 그제야 “센터별 건수, 월별 현황은 센터별로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며 “해당 자료가 필요한 센터가 어느 곳인지 알려주면 센터에 요청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홍보부에 요청한 것과 별도로 정보공개를 통해 센터별 보수 건수와 처리율에 관한 정보공개 신청에 나섰다. 그런데 홍보부가 제공한 자료와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자료의 수치가 또 달랐다. 같은 센터에서 같은 달에 수행한 결과가 서로 다른 것이다.
전체 보수 건과 완료 건, 처리 중인 건의 수치가 어떻게 다를 수 있느냐고 묻자 담당 부서는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한쪽이 접수된 날을 기준으로 잡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센터에서 자료를 잘못 보낸 것 같다”고 센터에 책임을 돌렸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처리 중’인 건에 대해서도 양측의 자료가 달랐다. 각 센터는 보수업체에 작업을 지시하는데 간혹 입주 세대가 몰리거나 긴급한 보수 요청이 생길 시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 시설물 정보관리시스템상의 ‘처리 대기’나 ‘보수 지시’ 상태 등도 여기 포함된다.
이런 ‘처리 중’인 건이 월별 몇 건인지 묻자 공사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월별 ‘처리 중’인 건이 단 한 건도 없다는 자료를 보내왔다. 하지만 다른 자료에는 전체 접수 건과 완료 건, 월별 처리율이 70.07%에서 138.33%까지 매달 뚜렷이 구분돼 있었다. 질문을 잘못 이해했거나 처리율 100%를 주장하려던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한편 서울주택도시공사 홍보부는 언론의 실무부서 직접 취재를 막고 있다. 실무 부서 담당자들은 “홍보부를 통해 질문해 달라”며 취재를 피한 지 오래다. 공사 홍보부의 내부 방침 때문이다. “공사와 관련한 사항에 대해 혼선을 방지하고 동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홍보부의 입장이다. 취재 지연을 감수하면서까지 많은 매체가 이 방침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공사 방침을 따르는 만큼 공사도 동일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서나 담당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내용이 아닌 명백한 숫자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일처리 방식에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서울시 주택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자질이 의심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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