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클럽 영구제명하고 블랙리스트로 관리…아이유·임영웅·성시경 등 불법 티켓 초강경 대응
가수 아이유가 ‘부정 티켓’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9월 17일과 18일 이틀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여는 그는 최근 티켓 예매 오픈을 앞두고 암표 거래에 칼을 빼 들었다. 평소 누구보다 팬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팬 친화적인 활동을 벌이는 아이유가 ‘팬클럽 영구 제명’이라는 카드까지 꺼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프리미엄 티켓’이라는 이름으로 불법 유통되는 콘서트 티켓 거래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가요계의 핫이슈는 프리미엄 티켓이다. 팬덤을 보유한 인기 가수의 콘서트 티켓 예매가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매크로’(대규모 티켓 예매 프로그램)까지 동원한 불법 예매 거래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티켓을 대량으로 선점한 이들이 일종의 수고비를 더해 되파는 불법 티켓이 프리미엄 티켓, 일명 ‘플미’로 통용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아이유, 성시경, 임영웅 등 빅스타들이 일제히 단독 콘서트를 시작하면서 ‘플미’ 거래는 더욱 활성화됐다. 실제 가격에 웃돈을 붙여 재판매하는 불법 거래가 성행하는 가운데 아이유 등 가수들의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블랙리스트’까지 언급한 아이유
아이유가 단독 콘서트를 여는 올림픽주경기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야외 공연장이다. 여성 솔로 가수로는 최초로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갖는 아이유는 공연 준비로 바쁜 시간에 ‘팬클럽 영구 제명, 강제 탈퇴’를 선언하고 불법 티켓 거래에 대응하고 있다.
아이유는 이번 콘서트에 대해 관람자 본인이 직접 예매하는 방침을 세웠다. 대리 예매 시도 및 양도에 대해 ‘불이익’도 예고했다. 불법 거래된 티켓을 구매하거나 암표 거래를 시도한 이들이 팬클럽 회원일 경우 즉시 영구 제명하고 ‘블랙리스트’로 관리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동안 불법 티켓 대응을 위한 여러 대책을 시도했던 아이유가 악의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팬들과 등을 돌리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예매 기회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제공되길 바라고, 혹시 모를 판매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지만 현실적인 대응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뤄진 아이유 콘서트 티켓 예매에는 수십만 명이 동시 접속했다.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예매 대기만 ‘24시간’으로 표시되는 등 그야말로 예매 전쟁을 치렀다. 여기까지는 아이유의 인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예매가 끝난 이후 아이유 콘서트의 티켓은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서 70만 원에서 8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콘서트 티켓 최고가가 16만 5000원(VIP석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4~5배가 껑충 뛰어올랐다. 일부 VIP석의 경우 100만 원대에 거래한다는 글도 목격된다.
아이유의 불법 티켓 단속을 비웃는 듯한 상황이 벌어지자,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는 “팬클럽 선 예매에서 부정 예매 정황이 포착돼 비정상 접근을 시도한 4인에 대해 팬클럽 영구 제명 및 강제 탈퇴, 멜론티켓 ID의 영구 이용 제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팬들로부터 제보 받은 부정 티켓 거래 시도를 확인해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알렸다.
#임영웅‧성시경도 불법 티켓 전쟁
막강한 팬덤을 보유한 가수일수록 불법 티켓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소속사에서 이를 막으려 해도 그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데다,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티켓 재판매를 규제할 처벌법이 없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에 의해 경기장 등에서 암표 매매를 하면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형을 받는 게 전부다. 그러다 보니 최근 지능적이고 교묘하게 이뤄지는 온라인 불법 티켓 거래를 막을 방법은 없다. 콘서트나 뮤지컬 등 불법 티켓만 암암리에 거래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최근 4개월 동안 전국투어 콘서트를 진행한 가수 임영웅도 불법 티켓 유통을 막고자 여러 방법을 동원했다. 티켓 공식 판매처인 예스24에서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 예매한 ID의 구매 티켓을 강제로 전부 취소시키고, 양도나 재판매를 목적으로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한 ID에 대한 확인 절차도 벌였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국투어가 진행되는 동안 각종 거래 사이트에서 임영웅의 티켓은 웃돈이 더해진 금액으로 거래됐다.
특히 요즘 가수들의 팬덤은 1회 공연 관람에서 끝나지 않고 같은 공연을 여러 차례 보는 ‘N차 관람’을 선호하면서 예매 전쟁과 불법 티켓 거래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임영웅의 전국투어 피날레인 서울 공연의 경우 예매 당시 트래픽이 81만까지 치솟고, 예매 대기가 150시간을 넘기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마지막까지 예매 전쟁이 벌어졌고,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어쩔 수 없이 불법 티켓에 눈을 돌리는 구조가 반복되는 셈이다.
#‘암표’ 그리고 ‘프리미엄 티켓’
과거 ‘암표’라고 불렸던 불법 티켓이 요즘에는 ‘프리미엄 티켓’으로 불린다. 치열한 예매 경쟁을 뚫고 어렵게 확보한 티켓인 만큼 팬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수고비 혹은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하는 행위를 비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인기 가수의 콘서트의 경우 어김없이 불법 티켓 문제가 따라붙는다.
2021년 방탄소년단(BTS)의 국내 공연 당시 VIP석의 프리미엄 티켓 가격이 1000만 원까지 치솟았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거래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불법 티켓이 얼마만큼 성행하고 있는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과정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팬들이 받는다. 정상적인 예매 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웃돈을 내는 상황까지 벌어져도 방지책이 없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오랜 기간 브랜드 공연을 이끈 가수 입장에서 불법 티켓은 풀지 못하는 숙제로 통한다. 매년 5월 ‘축가’라는 이름의 공연을 벌이는 성시경은 6~7년 전부터 불법 티켓에 대한 법적 대응 등을 벌여왔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 동안 중단했던 ‘축가’ 콘서트를 올해 5월 재개한 성시경은 티켓 예매를 앞두고 암표상이 기승을 부리자 이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제일 한심하고 불쌍한 게 암표상인 것 같다”며 “그 머리와 그 부지런함으로 공부를 하지”라고 꼬집었다.
팬들의 암표 구매를 막기 위해 성시경은 당초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계획했던 콘서트 일정을 하루 연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암표가 사라졌을까. 성시경 콘서트 후기에는 ‘예매에 실패해 웃돈 주고 티켓을 사서 봤다’는 관람평이 여전히 종종 눈에 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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