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등 대작 부진 속 ‘헌트’ 흥행 질주…“나홍진의 ‘추격자’에 필적” 극찬 속 ‘특급 도우미’ 정우성도 호평
그러나 보니 신인 감독, 그것도 ‘배우 출신’이라 조금은 의문부호가 따라 붙은 이정재 감독의 존재감은 작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여름 극장가 한국 대작 영화들의 대격돌이 정리되는 시점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감독은 다름 아닌 이정재다.
배우가 아닌 감독 이정재에 대해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단순한 감독으로 데뷔한 게 아니라 작가로 데뷔한 것이다. 영화로 역사를 서술하는 작가”라며 “‘헌트’는 나홍진의 ‘추격자’에 필적할 만한 데뷔작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배우 출신 감독이야 과거에도 여럿 있었고,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은 이들도 몇몇 된다. 그렇지만 이를 넘어선, 감독이 아닌 작가라는 호칭을 부여한 극찬이다. 게다가 나홍진의 ‘추격자’에 필적할 만한 데뷔작이라는 표현은 모든 신인 감독들이 듣고 싶어 할 극찬이다.
여름휴가와 여름방학 시즌 마지막 주말인 8월 21일 기준 ‘헌트’는 304만 216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순항 중이다. 이번 여름 최고 흥행작은 여전히 외화 ‘탑건: 매버릭’으로 786만 5812명을 기록 중이고 한국 영화 가운데에선 ‘한산: 용의 출현’이 671만 1676명으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 중이다. ‘헌트’는 8월 10일 개봉 이후 꾸준히 일일 박스오피스에서 1위 자리를 지키며 2위 ‘한산: 용의 출현’과 함께 동반 흥행 중이다.
8월 9일까지 489만 8543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한산: 용의 출현’은 ‘헌트’가 개봉한 이후 12일 동안 181만 3133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앞으로 115만 4136명을 더 동원해야 ‘탑건: 매버릭’을 넘어 이번 여름 극장가 최고 흥행작이 될 수 있다. 브래드 피트가 내한해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벌인 ‘불릿 트레인’이 8월 24일 개봉하는 데다 여전히 ‘헌트’의 흥행 기세가 막강해 ‘한산: 용의 출현’이 앞으로 116만 명 이상의 관객을 더 동원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자칫 외화 ‘탑건: 매버릭’이 2022년 여름 극장가 최고 흥행작 자리를 그대로 굳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상황에선 ‘헌트’가 ‘한산: 용의 출현’이 동원한 관객 수를 넘어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관객 수가 꽤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휴가와 방학 시즌이 끝났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선 ‘헌트’가 이번 여름 극장가에서 가장 늦은 8월 10일에 개봉한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무래도 거장 감독들의 대작 영화 세 편과의 개봉 일정을 조절하다 보니 가장 늦은 시점으로 개봉일을 잡은 것인데 오히려 7월 중순 정도에 일찍 개봉했다면 훨씬 많은 관객을 동원했을 수도 있어 보인다.
분명 ‘탑건: 매버릭’은 좋은 영화지만 한국 대작 영화 4편이 모두 흥행에서 밀릴 것이라고 예상한 영화 관계자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한국 영화들의 흥행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외계+인 1부’는 135만 7697명의 관객으로 최동훈 감독에게 최초의 흥행 실패 경험을 선사했다. ‘비상선언’ 역시 202만 671명으로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등의 이름값이 무색한 성적에 그치고 말았다.
반면 ‘헌트’는 개봉 12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인 420만 명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그나마 ‘한산: 용의 출현’이 손익분기점인 600만 명을 넘겼을 뿐, ‘외계+인 1부’(손익분기점 730만 명)와 ‘비상선언’(손익분기점 500만 명)은 역대급 손해를 기록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기록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각종 국내 영화제에서 이정재가 신인감독상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신인감독상이 아닌 감독상, 각본상 유력 후보로도 거론될 정도다. 이정재는 감독과 주연을 겸한 터라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정재가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동시 수상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연출될 수도 있다.
‘추격자’를 들고 나온 나홍진 감독만큼 많은 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2008년 나홍진 감독은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을 휩쓸었고 작품상도 받았다. 제7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선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과 신인감독상, 각본각색상을 휩쓸었다. 주인공 김윤석이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무려 7관왕에 올랐다. 이정재는 감독상, 신인감독상, 각본상에 남우주연상까지 모두 수상이 가능하다.
영화계에선 이정재만큼이나 정우성에 대한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헌트’에서 이정재는 해외팀 박평호 역할을 맡았고 정우성은 국내팀 김정도 역할을 맡았다. 이들이 조직에 숨어든 북한의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대립하며 영화의 긴장감을 끌고 간다.
감독 이정재는 인터뷰에서 “정우성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있게 찍어주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사실 ‘헌트’는 박평호 캐릭터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철저히 이정재 주연의 영화다. ‘헌트’가 공개된 뒤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선 절친 이정재를 위해 철저하게 도우미 역할을 맡아 최선을 다한 정우성에 대한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반응은 곧 선보일 정우성의 감독 데뷔작 ‘보호자’도 잘 되길 바란다는 영화 관계자들의 진심 어린 응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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