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미리 준비해 일면식 없는 모녀에 범행, 전치 3개월 중상…“사형당하고 싶었다” 진술
NHK는 사건 당일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8월 20일 오후 7시 30분경.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어머니(53)와 딸(19)이 우산을 쓴 채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의 뒤를 15세 소녀 A 양이 바짝 따랐고, 더욱 거리를 좁혀갔다. A 양은 주위를 살피는 듯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사건은 일어났다.
“도와주세요. 이 아이 칼을 가지고 있어요.” 비명소리가 나자 현장을 목격한 남성이 구하러 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남성은 칼을 뺏어 멀리 집어던진 다음, 소녀를 단단히 붙잡았다. NHK에 따르면 “어머니는 어깨와 등 부위를 찔렸고, 딸은 배와 팔에 깊은 자상을 입는 등 전치 3개월의 중상을 입었다”고 한다. “다행히 어머니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딸의 상처는 깊이가 10cm에 달한다”고 NHK는 덧붙였다.
A 양은 범행 직후 경찰에 넘겨졌다. 특별히 저항하지도 않았고, 도망가려고 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한 여성 목격자는 “A 양이 ‘그 아이는 죽었냐’며 태연히 물어왔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식칼 외에도 접는 나이프와 과도가 떨어져 있었다. 압수수색 결과, A 양의 집에서 반출된 것이 아니라 세 자루 모두 사전에 따로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범행 동기에 대해 A 양은 “짜증이 나면 바로 태도로 나오는 엄마의 버릇을 싫어했는데, 내가 엄마의 성격과 닮았다는 것을 최근 깨달았다”며 “엄마를 죽이려고 했지만 그 모습을 동생이 보게 될 텐데 그것도 괴로워 동생도 같이 죽이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A 양은 “실제 내가 사람을 죽일 수 있을지에 대해 연습을 했다. 확인해보기 위해 두 사람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며 “사형을 당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사건 당일의 행적도 드러났다. 중학교 3학년인 A 양은 학원에 간다며 사이타마현의 집을 나왔다. 가방에 든 것은 흉기 세 자루. 그리고 전철을 타고 도쿄 도심으로 향했다. 점심 무렵 신주쿠역에서 내린 A 양은 저녁이 돼서야 시부야구 신센역 주변의 좁은 골목을 범행 장소로 택했다. 신주쿠역에서 직선거리로 3.5km 정도. A 양은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니며 계속 걸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A 양이 강한 살의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A 양의 지인은 “A가 공부를 잘하는 아이였고 항상 어머니를 잘 도왔다”면서 “가족이 함께 외식도 하고 사이가 좋았다”고 전했다. “평범한 가족이었다”는 증언이다. 다만, “최근 A의 어머니가 ‘A가 방안에만 있다’며 걱정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무엇이 소녀를 무차별 범행으로 몰고 갔을까. 현지 언론에 의하면 “A 양은 사이타마현 도다시 공립중학교에 다녔고 중학교 1학년 겨울부터 등교를 잘 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3학년이 되어서는 주 1~2일 정도 학교에 나갔으나 그마저도 대부분 보건실에서 지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A 양의 어머니는 “가정에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고 했다. “비록 등교를 하진 않았지만, 학원은 잘 다녔고 성적 면에서도 문제가 없었다”는 것. 영어를 잘해서 ‘영어검정 3급’을 취득했으며, 학교 내에서의 괴롭힘도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 ‘주간문춘’은 지인의 말을 토대로 “A 양이 초등학교 고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을 했으며 가정 내 대화도 적었던 것 같다”면서 “등교를 하지 않아 친구도 적었기 때문에 A 양이 강한 외로움을 느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A 양의 거주 구역 교육청은 8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회장에는 많은 보도진이 몰려들어 사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교육감은 “시에 재적 중인 중학생이 이러한 큰 사건을 일으킨 것에 대해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당황스러운 모습이 역력했다.
범행을 저지른 15세 소녀의 심리는 어떤 상태였을까. 우스이 마후미 니가타세이료대 교수(사회심리학)는 “처음엔 무차별 살상사건의 용의자가 소녀라는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누구든 상관없다’며 많은 사람을 해치려는 무차별 살상사건이 아니라, 가족 살해라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전했다. 우스이 교수에 따르면 “소녀가 ‘가족 살해 예행연습이었다’고 밝힌 범행 동기는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거짓말이라면 좀 더 제대로 된 거짓말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CCTV 영상을 통해 범행 전 A 양의 행동을 살핀 교수는 “자신이 반격당하지 않을 ‘여성’을 노린 것 같다”고 했다. 혹은 ‘모녀’를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 피해자를 뒤따라 갈 때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와 관련, 우스이 교수는 “일반 범죄자라면 피해자가 눈치 채지 못하게 거리를 두는 반면, A 양은 경각심이 별로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목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는 듯하다”는 설명이다.
우스이 교수는 “흔히 사춘기는 고민이 많고 방황하는 시기이긴 하나, 고민이 깊다고 해서 이런 일(살해)을 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부모와의 관계가 나쁘다고 해서 저지르는 것도 아니다”며 “매우 특수한 사례”라고 밝혔다.
A 양은 경찰 조사 중에도 흥분하는 기색 없이 “여성 두 명을 찌른 것은 틀림없다” “어쩌다 발견한 두 사람을 찔러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하는 등 순순히 인정했다고 한다. 수사 관계자는 “보통 칼을 들고 있을 때 무서워하는 사람을 보면 단념하거나 붙잡힐지 모른다는 생각에 범행을 포기하는데 A 양은 끝까지 감행했다”며 “담담하게 사형을 당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강한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범행 당일 약 6시간의 방황 끝에, 눈앞에 걷고 있는 모녀를 보며 소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진상규명을 기다려본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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