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 줄어들면 서비스 질 나빠질 가능성”…공정위 적극적 개입 필요성 대두
BHC 가맹점주들에 따르면 BHC 본사는 지난 16일부터 가맹점에 공급하는 일부 제품 닭고기 공급가를 인상했다. ‘순살바삭클’, ‘통살치킨’, ‘골드킹순살’은 공급가를 7250원에서 각각 100원씩 올렸고, 8800원이던 ‘콜팝치킨’의 한 봉지당 공급가를 220원 인상했다. ‘빠텐더’ 제품의 공급가도 7000원에서 7080원으로 올렸다.
BHC 본사에서 재료 가격을 인상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달에도 가맹점주들에게 공급하는 튀김유 가격을 올렸으며, 파우더‧소스 등의 원부자재 공급가를 올리기도 했다. 특히 튀김유는 한 번에 무려 61%나 인상해 점주들의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인상된 가격은 소비자가격에 반영되지 않아 가맹점주들이 비용 부담을 그대로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또 기름과 닭고기 등의 재료는 본사와 가맹점이 필수로 거래해야 하는 품목으로 정해져 있어 가맹점주들이 다른 곳에서 재료를 사서 쓰지도 못한다.
BHC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가맹점주는 “재정적으로 많이 힘들어져 투잡 생활을 하고 있다”며 “인건비도 올라서 원래는 사람을 고용했다가 지금은 내가 배달을 한다. 본사에서 기름값이며 닭고기값을 올린 탓에 조금이라도 지출을 막기 위해 더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맹점주는 “본사에서 소비자가격도 올리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어 가맹점주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며 “처음 장사 시작했을 때보다 마진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BHC 본사는 곡물 가격과 물류비용이 오르고 환율도 올라 닭의 사육 원가가 상승하고, 닭가슴살 수요는 느는 데 비해 공급은 부족해 가격 인상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BHC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38억 원이며 영업이익률은 무려 32.2%로 업계에서 가장 높다. 업계 매출 1위인 교촌치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5.7%, 3위인 BBQ가 16.8%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영업이익률이 국내 치킨 업체 중 가장 높은데도 불구하고 재료 공급가를 인상해 BHC 본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 가격 인상을 할 수야 있겠지만 공급가만 인상해 가맹점주들 상황이 더 힘들어질 뿐 아니라 심지어 치킨 품질과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물가가 많이 오르고 가맹점주들이 힘들어 할 시기에 공급가를 올려야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공급가가 올라 가맹점주들의 마진이 줄어들면 기존에 제공했던 서비스가 끊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맹점주들도 생계를 꾸려야 하는데 기름값이 대폭 오르고, 닭고기 가격도 오르면 수익이 줄어들어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름을 더 오래 쓰거나 매장 방문 고객에게 무나 소스 등을 리필을 해주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공급가 인상으로 가맹점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 소비자들에게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가 줄어들 수 있고, 이는 치킨 품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BHC 가맹점주들은 공급가가 올랐다고 해서 재료를 아끼거나 기름을 재사용하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아예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고 토로했다. BHC 가맹점주 A 씨는 “기름이나 닭고기 등의 공급가가 올라 가맹점주들의 부담이 커지면 치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들을 아끼려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맹점주 B 씨는 “원재료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모든 가맹점주들이 재료를 적게 쓰거나 재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점주들의 비용 부담이 계속해서 커진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제품의 질보다 서비스의 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급가 인상이 가맹점주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돼 소비자들이 큰 차이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재료비를 아끼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제품의 질보다 서비스의 질이 나빠질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소비자가 치킨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치킨이라는 음식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포장, 배달, 인건비, 브랜드 가치 등 모든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이라며 “점주들이 재정적 부담을 느껴 포장이나 배달 등에서 나가는 비용을 아끼려 하면 서비스 질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점주들이 기름을 오래 사용하거나 닭고기, 밀가루 등의 재료를 아껴 치킨을 만들면 맛에 변화가 있을 수 있어 고객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재료 이외의 부분에서 비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홍 교수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공급가 인상으로 치킨이나 서비스 질에 변화가 있으면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말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원가가 오르면 가격에 반영하는 게 일반적인 공식인데 이미 소비자들이 치킨 가격이 높다고 생각하고, 최근 들어 반값치킨도 나오다 보니 인상된 공급가를 소비자가격에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다보니 가맹점주들이 비용을 스스로 절감해야 한다”며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맹점주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원재료를 다른 곳에서 구매해서 쓸 수 있는 구조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가맹점주들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기존과 똑같은 가격을 지불해도 품질과 서비스는 더 떨어질 여지가 생기는 것”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급가가 오르면 가맹점주들의 마진이 줄어드니까 제품의 품질에도 영향이 충분히 갈 수 있다”며 “안 그래도 대형마트 반값치킨이 인기 있는 상황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의 품질까지 떨어지면 소비자들이 더 대형마트 치킨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고, 프랜차이즈 업계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단체들은 지난 6월 튀김유 공급가가 불합리한 수준의 고가이며 이를 강제로 매입하도록 한 것에 대해 BHC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 신고에 대한 조사를 맡은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가맹유통팀은 “현재 조사 중인 사항이라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사건마다 조사를 시작해 결과가 나오는 기간이 달라서 언제 결과가 나오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전했다.
BHC 관계자는 “가맹점주 분들은 맛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계시고 본인 이름 걸고 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품질에 더 신경 쓰신다. 본사 차원에서 교육도 실시하고 있고, 레시피대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원재료가 올랐다고 재료를 덜 쓰거나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하시는 분들이 1~2년 하려고 가맹점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수익적인 부분과도 타격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치킨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려면 노력했지 재료를 아끼려고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BHC 측은 상생경영을 위해 낙후됐거나 매장 이전 등 지원이 필요한 가맹점을 대상으로 100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으며, 조류인플루엔자(AI)로 육계 매입비가 인상되는 시기에는 가맹점 공급가를 인상하지 않고 기존 공급가로 납품하는 등 노력을 해왔다고 전했다. 또 현재는 교육이나 간담회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부득이하게 공급가 일부는 조정됐지만 여전히 대다수 품목은 본사가 물가상승분을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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