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기운이 가득한 강원도 홍천군의 산골짜기. 그곳에 그림으로 세상을 담아내는 화가 이진경 씨(57)가 살고 있다. 24살 젊은 나이에 그림 작업을 위해 산에서 살기를 택했다는 그녀. 30년이 넘게 혼자 살았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생각 했지만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인연이 찾아왔다. 인연의 주인공은 바로 올해 세 살의 반려견 '깔리'다.
요즘 진경 씨의 하루는 '장작 패기'로 시작된다. 여름에 무슨 장작이냐 싶겠지만 겨울이 빨리 오는 산의 특성상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때마침 한 트럭 도착한 장작에 유압 도끼까지 동원했지만 홀로 하기엔 벅차 보이는 양이다.
그래도 작은 입으로 열심히 나뭇가지를 물어다 나르고 고생한다고 진경 씨 얼굴도 핥아 주는 깔리 덕에 진경 씨는 힘낼 수 있다.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 장작 패기를 마치자마자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게 있으니 깔리와의 산책이다. 야외 배변을 하고 활동량이 많은 탓에 비 오는 날에도 산책을 해야 한다.
그런 깔리를 위해 매번 진경 씨가 쇼핑백으로 수제 우비를 만들어준다는데 그렇게 진경표 우비를 입고 나서는 산책길. 그런데 진경 씨가 자전거를 꺼내오는 사이 깔리가 우비를 잃어버리고 마는데 과연 둘은 무사히 산책을 마칠 수 있을지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이야 진경 씨와 깔리가 둘도 없는 진한 우정을 과시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고. 2년 전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유기된 채 발견된 깔리는 진경 씨를 처음 만났을 땐 사람을 심하게 경계했단다.
진경 씨도 처음 함께하는 반려견인 탓에 개의 습성을 잘 알지 못해 생긴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참 많았다는데 하지만 깔리가 천천히 마음을 열고 다가와 줄 때까지 기다렸다는 진경 씨. 그 덕에 항상 서로의 곁에서 진경 씨는 "사랑해"를 말해주고 깔리는 답례로 얼굴을 핥아주는 최고의 단짝이 됐다.
오늘은 손님 맞는 날. 홍천의 맑은 계곡을 즐기러 진경 씨네 집에 남동생 지하 씨와 반려견 '아토'가 놀러 왔다. 무더운 날씨를 피해 다 함께 계곡 수영에 나선 사총사. 그동안 수영을 해본 적 없는 깔리에게 동생 지하 씨와 함께 수영 강습도 해주고 견공계의 프로 수영 선수 아토와 수영도 실컷 즐긴다.
계곡 놀이 후엔 배고플 녀석들을 위해 특별한 캠핑을 준비했다. 집 마당 가득 풍기는 삼겹살 냄새에 덩달아 신난 아토와 깔리. 네 식구의 앞마당 캠핑은 어떤 모습일까.
깔리가 진경 씨에게 온 지 어느덧 2년. 이제는 어엿한 인생의 동반자가 된 깔리에게 이름이 적힌 문패를 선물 해주려는 진경 씨. 나무판 앞면에는 자신의 대표작인 '이진경체'로 깔리의 이름을, 뒷면에는 깔리와의 추억을 적어 내려가는데 깔리에 대한 애틋함을 한 획, 한 획 꾹꾹 담아 완성한 문패. 진경 씨의 이름이 적힌 문패 아래 깔리의 문패가 나란히 걸리니 진경 씨는 뿌듯해진다. 문패를 바라보고 앉은 깔리의 눈빛이 한없이 따스하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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