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선거법 위반 혐의…돈 건넸다는 부산 사업가 박씨 입 주목, 수사 확대 가능성
#일단 국회의원 출마했던 이 씨부터 수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최근 이 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확보했다. 이 씨는 2019년부터 문재인 정부, 민주당 관계자와의 친분을 내세워 인사 청탁을 들어줄 것처럼 행세해 사업가 박 씨로부터 수억 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이 씨는 돈을 빌렸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씨는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서울시당 여성위원장, 사무부총장 등을 지낸 인물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했을 때는 각각 선대위 부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2016년과 2020년 총선, 3·9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서초구청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역시 떨어졌다.
이 씨에 대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이상현)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한 건인데, 이 씨는 3·9 재보궐선거에서 선거 운동원에게 규정을 초과하는 돈을 지급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씨에 대한 선거법 위반 의혹은 담당인 공공수사2부가 하고, 박 씨에서 비롯된 정치자금 위반 의혹은 반부패2부가 하는 구조”라고 두 부서가 동원된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8월 22일에는 이 씨를 불러 압수물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참관하게 했고, 24일에는 박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 씨의 계좌를 추적해 박 씨로부터 건네받은 자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 중이다. 이 가운데 일부 자금은 청탁 목적으로 볼 수 있는 정황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에 대해 이 씨 측은 “급전이 필요할 때 박 씨로부터 돈을 빌리고 갚는 관계였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박 씨에 대해서도 명예훼손·공갈·무고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황이다.
#문제는 박 씨? 더 준 대상 있을까
법조계는 사업가 박 씨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박 씨는 2008년 11월 한국교직원공제회 직원들과 공모해 1600억 원 상당의 부정 대출을 받아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구속 기소됐지만, 2010년 9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적이 있는 인물이다.
박 씨는 평소에도 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한다. 박 씨를 잘 아는 사업가 A 씨는 “박 씨는 평소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포함, 여러 야당 정치인들과의 인연이 깊다고 강조했고 실제로 몇몇에게 선거 때마다 도움을 줬다고 얘기했다”고 귀띔했다. 실제 2008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씨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 측에 1억 원을 송금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은 박 씨가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돈을 건넸고, 청탁을 받은 구체적 정황 역시 나타난 게 없어 송 신부에게 건네진 1억 원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았다. 송 신부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게서 “박 씨를 조심하라”는 취지의 얘기를 들은 뒤 박 씨와의 인연을 끊었다는 후문이다.
박 씨는 2016년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재선·경기 고양 덕양을)에게 1000만 원의 정치자금 후원을 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박 씨는 수억 원대의 국세와 3400만 원 상당의 지방세를 체납해 논란이 됐는데, 박 씨의 금품 살포와 청탁이 여야를 가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치자금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변호사는 “통상 청탁을 목적으로 돈을 건네는 이들은 본인의 공천이나 인사 청탁 등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하고, 이를 얻기 위해 힘이 있다고 판단되는 정당, 유력 정치인을 가리지 않고 연이 닿는 다수에게 돈을 뿌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할 경우 수사에 협조적으로 진술하는 경우가 있는데 돈을 뿌린 쪽이 구속되지 않았다면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현재 박 씨는 참고인 신분. 박 씨가 어디까지 진술할 것인가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선 A 씨는 “박 씨로부터 부산 출신의 야당 중진 정치인 B 씨, 2선 국회의원 출신 C 씨와 친하다며 선거 때에도 도움을 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최근 검찰 수사 소식을 듣고 이 씨 한 명에게만 청탁을 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씨 역시 민주당 핵심 정치인 C 씨 등과 가깝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앞선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치자금 수사의 시작은 돈을 주고 청탁한 인물로부터 청탁 대상을 모두 받아낸 뒤 이들 중 청탁의 정도와 건네진 자금의 경중, 입증 가능성을 모두 판단해 수사 대상과 순서를 결정한다”며 “아직 이 씨만 수사한다고 하지만 이미 수사 대상을 다 선정했을 것이고, 이 씨에 대한 소환 조사 등이 끝나면 다른 정치인들로 수사를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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