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이언트펀치’ 스타트와 모래 적응력 일취월장…부산은 ‘판타스틱킹덤’과 ‘즐거운여정’ 2강 체제
#루키스테익스@서울, 1200m 총상금 1억 5000만 원
수말 6두와 암말 3두 총 9두의 신예가 출전한 가운데, 경주 시작 전 배당판에서는 3번 자이언트펀치, 4번 퓨리오사, 5번 한강에이스 세 마필이 압도적 인기를 모았다. 이 중 복승식 최저배당은 자이언트펀치와 퓨리오사의 3.6배였다. 데뷔전에서 괴력을 발휘한 한강에이스는 두 달 공백 여파인 듯 인기 3위로 살짝 밀려나며 마권 투표가 마감됐다.
출발 신호와 함께 가장 먼저 선두에 나선 마필은 1번 아르고탑, 2번 그린스파크였다. 전형적인 도주마 아르고탑의 선행은 누구나 쉽게 예상했지만 그린스파크는 의외였다. 데뷔전에서 우승할 때 네 번째로 따라갔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경주는 편성이 워낙 강했고 빠른 말이 많아 중위권 정도에서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기수가 이혁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이혁은 지난번에도 소개했듯이 우리나라에서 스타트를 가장 잘하는 기수다. 결국 쾌조의 스타트가 2위라는 성적을 올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1번 아르고탑과 2번 그린스파크가 나란히 선두에 나섰고, 그 뒤를 3번 자이언트펀치가 따르며 인코스 선입의 최적 전개를 펼쳐 나갔다. 그 뒤를 스타트가 살짝 늦었던 문세영의 4번 퓨리오사가 따랐고, 5번 한강에이스는 가장 늦은 출발로 하위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이런 흐름은 3코너까지 계속되었다. 4코너를 돌 때쯤 자이언트펀치가 먼저 시동을 걸며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혔고, 퓨리오사도 바로 뒤에서 스퍼트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직선주로에 들어선 아르고탑은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입상권에서 멀어졌다. 그 뒤를 따르던 자이언트펀치, 그린스파크, 퓨리오사의 삼파전 양상으로 정리됐다.
결국 막판 세 마필 간의 치열한 경합 끝에 한 수 위 능력을 발휘한 송재철 기수의 자이언트펀치가 2.5마신 차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스타트의 귀재 이혁의 그린스파크, 3위는 문세영의 퓨리오사였다.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박태종의 한강에이스는 제대로 힘 한번 못 쓰고 6위에 그치며 다음 경주에서 복수를 기약했다.
이번 경주를 통해 서울은 자이언트펀치가 2세마 선두주자임이 입증됐다. 이전 경주에서 외곽을 크게 선회하며 막판 무서운 추입을 보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전이 예측되긴 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일단 스타트가 매우 좋아졌다. 최고로 빠르고 강한 페이스에서 선입 작전을 펼쳤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또한 인코스 선입으로 전개하며 모래를 맞으며 뛰었는데 거부반응이 전혀 없었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이제는 자이언트펀치를 추입마로 분류하면 안 될 듯하다. 빠른 스타트와 모래에 대한 적응이 매우 좋아졌기 때문에 선입마로 보는 게 맞다. 이번 경주 초반 200m 타임(SF)이 13.5초가 나왔다. 이 기록이면 웬만한 경주에서는 쉽게 선행을 나설 수 있는 매우 빠른 기록이다. 따라서 선입형이지만 빠른 말이 없는 경주에서는 선행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같이 뛴 퓨리오사, 그린스파크, 한강에이스 외에 또 다른 기대주들도 여러 두 있다. 하지만 당장 자이언트펀치를 이길 말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10월 2일 예정된 문화일보배(L), 11월 6일 농협중앙회장배(L)의 강력한 우승 후보 1순위는 단연 자이언트펀치라 할 수 있다.
#루키스테익스@부산, 1200m 총상금 1억 5000만 원
수말 5두와 암말 3두 총 8두의 신예가 출전한 부산에서는 페로비치의 판타스틱킹덤이 우승을 차지했다. 2위는 유현명의 즐거운여정, 3위는 김혜선의 닥터오스카였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앞서 끝난 서울과 매우 비슷했다. 경주 시작 전 배당판에서도 서울처럼 세 마필만이 강하게 팔리면서 삼파전을 예고했다. 결과 역시 인기마 세 마필이 나란히 1, 2, 3위를 기록하며 복승식 3.1배, 삼복승 3.3배의 최저배당으로 끝이 났다.
착지 불량을 보인 7번 골든로즈를 제외한 모든 마필이 고르게 출발한 가운데, 인기마 세 마필이 선두에 나섰다. 그중에서 3번 닥터오스카가 근소하게 앞서 나갔고, 안쪽에 1번 판타스틱킹덤이 목 차로 2위, 외곽의 4번 즐거운여정이 반 마신 차 3위를 달렸다. 그 뒤에는 6번 월드레전드, 8번 베텔게우스가 따랐다.
3, 4코너를 지나 직선주로에 들어설 때까지 이 흐름은 변함이 없었다. 결승선에서도 세 마필 간의 치열한 경합이 계속되었다. 결국 막판 300m를 남기고 역전에 성공하는 근성을 보인 판타스틱킹덤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고, 역시 대단한 근성을 보인 즐거운여정이 1.25마신 차로 아쉽게 2위를 기록했다.
인기 3위 닥터오스카는 김혜선 기수가 전력을 다하며 후회 없는 승부를 펼쳤지만, 두 마필이 워낙 강했기에 3마신 차로 3위에 만족하고 말았다. 중위권 전개로 최선을 다했던 월드레전드, 베텔게우스 등 나머지 마필들은 닥터오스카에게도 4마신이라는 적지 않은 격차를 보이며 완패하고 말았다.
경주 동영상을 여러 번 돌려본 결과 현재 부산은 2강 체제가 확실해 보인다. 판타스틱킹덤과 즐거운여정의 전력이 너무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이대로 질병이나 사고 없이 성장해 간다면 앞으로 펼쳐질 아름다운질주(10월 2일), 김해시장배(11월 6일)는 물론 12월에 예정된 브리더스컵(GII) 대상경주에서 두 마필 안에서 우승마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2세마는 하루가 다르게 전력이 발전한다. 이번에 우승에 실패한 마필 외에도 기대주들이 상당히 많이 포진해있다. 따라서 의외의 마필이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의 전력만 놓고 볼 때 두 마필이 너무 강하다. 또한 둘 다 뛰어난 체구와 혈통을 타고났으며 스피드와 끈기도 겸비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두 마필의 선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혈통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판타스틱킹덤은 콩코드포인트와 유니언벨 사이에서 태어난 수말이다. 부마 콩코드포인트는 작년 랭킹 19위에서 현재 8위로 급상승하며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씨수말이다. 출전 두당 평균상금과 출전 횟수당 평균상금에서도 전체 3위에 오르며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모마 유니언벨은 1군마 불의고리를 배출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판타스틱킹덤이 작년 10월 1세마 경매에서 1억 5700만 원이라는 엄청난 고가에 낙찰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즐거운여정은 컬러즈플라잉과 새즈미즈엘리자베 사이에서 태어난 암말이다. 컬러즈플라잉은 현재 랭킹 7위를 기록하며 하향세를 타고 있지만, 그동안 수년에 걸쳐 꾸준하게 상위권을 유지했던 우수한 씨수말이다. 모마 새즈미즈엘리자베는 현역 시절 블랙타입에서 2승 2위 1회를 기록한 뛰어난 능력마였다. 씨암말로 전향해서도 스카이망치(3군·수)를 배출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즐거운여정은 암말이라는 핸디캡이 있지만, 반대적으로 암말 대상경주를 집중적으로 노려볼 수 있다. 현재 암말 중에서는 적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한민국 최고의 마방 19조 김영관 소속이란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숱한 명마를 길러낸 김영관 조교사는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노하우를 지녔고, 마방관리 시스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는 점에서 즐거운여정의 미래는 매우 밝아 보인다.
이병주 경마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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