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매각 두고 악화된 재무구조 개선 위한 조치 해석…CJ ENM “사업 전략적인 판단”
#CJ ENM의 데이비드토이 인수
데이비드토이는 2011년 설립된 완구 업체로 주요 생산품은 아동용 장난감이었다. 데이비드토이는 2014년 EBS 애니메이션 ‘출동! 슈퍼윙스’ 관련 장난감을 출시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2015년에는 ‘2015 중국 요요 챔피온십 국제대회’에 참가한 한국 요요팀 ‘블레이징 틴스 요요팀’을 후원했고, 장난감 기부 행사에도 꾸준히 참가했다. 데이비드토이는 각종 활동과 눈에 띄는 디자인 덕에 나름대로 경쟁력을 인정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지만 당시까지 세간에 널리 알려진 회사는 아니었다.
데이비드토이를 눈여겨 본 기업은 CJ그룹이었다. 당시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투니버스’를 운영하는 CJ E&M(현 CJ ENM)은 2015년에 애니메이션 사업부를 출범시키면서 캐릭터 완구 사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CJ E&M은 2017년 초 한국·중국·캐나다 3국 합작 TV 애니메이션 ‘레인보우 루비’를 제작할 때 방영 전부터 글로벌 완구 업체와 메인 완구 개발 및 유통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CJ E&M은 2017년 반기보고서를 통해 “애니메이션 ‘로봇트레인’ ‘신비아파트: 고스트볼의 비밀’은 기획 단계부터 캐릭터 사업 전개에 초점을 두고 애니메이션 방영 시기에 맞춰 캐릭터 완구를 동시에 출시해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고 밝혔다.
CJ E&M은 2017년 9월 데이비드토이 지분 51%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CJ E&M은 인수 직후 자사 직원 세 명을 데이비드토이 임원으로 취임시키면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당시 재계에서는 데이비드토이 인수를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완구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시기가 아니었고, 데이비드토이의 회사 규모도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데이비드토이의 2017년 매출은 70억 원, 영업이익은 11억 원이었고, 자본총액도 2017년 말 기준 33억 원에 불과했다. CJ E&M도 데이비드토이를 인수하면서 보도자료 하나 내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캐릭터 완구 사업의 성장성을 기대하는 전문가가 없지 않았다. 이트레이드증권(현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015년 3월 보고서를 통해 “완구 사업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완구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지만 한번 호응을 얻기 시작했을 때 실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데이비드토이는 CJ그룹에 인수된 후 투니버스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투니버스가 2019년 애니메이션 ‘벅스봇 이그니션’을 방영할 당시 데이비드토이는 벅스봇 장난감을 출시했다. 벅스봇 장난감은 꽤 인기를 끌었다. 롯데마트 토이저러스의 2019년 9월 남아 완구 인기상품 순위에서 벅스봇 장난감 시리즈 제품이 각각 1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CJ그룹의 홈쇼핑 CJ오쇼핑(현 CJ온스타일)도 데이비드토이 장난감 판매에 꽤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토이가 CJ그룹에 마냥 의존한 것은 아니다. 데이비드토이 자체적으로도 각종 신사업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2020년 미국의 크레용 제조사인 크레욜라의 제품을 독점 수입해 문구 사업에 진출했다. 이어 2021년에는 영국 프리미엄 유모차 브랜드 ‘에그’의 국내 유통을 맡으면서 육아용품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올해 들어서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 세븐일레븐 등 외부 업체와의 협업도 진행했다.
#갑작스러운 매각
데이비드토이의 앞날은 밝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CJ ENM이 최근 데이비드토이 지분 41%를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CJ ENM이 소유한 데이비드토이 지분은 10%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수준이다. 다만 CJ ENM과 데이비드토이의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김 아무개 CJ ENM 경영리더는 올해 6월 데이비드토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취임해 현재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CJ ENM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데이비드토이를 매각했다고 분석한다. CJ ENM은 올해 상반기 234억 원의 적자를 거뒀고,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72.43%에서 올해 6월 말 116.47%로 늘었다. CJ ENM이 지난해 7억 7500만 달러(약 1조 420억 원)를 들여 인수한 미국 엔데버콘텐트도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지난해 말 1조 2874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5240억 원으로 반토막 났고, 하반기 전망마저 좋지 않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미디어 사업은) CJ ENM의 사업부 중 가장 높은 이익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사업 전략·방향성의 핵심”이라면서도 “경기 침체로 하반기 TV 광고의 성장을 낙관하기 어렵고, 엔데버콘텐트와 티빙의 적자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토이의 매출은 2017~2018년 연간 70억 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9년 125억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 매출은 각각 113억 원, 133억 원으로 큰 변화가 없다. 영업이익도 2019년 14억 3500만 원, 2020년 9억 900만 원, 2021년 3억 5000만 원으로 감소세에 있다. 사업 확장으로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이다.
데이비드토이 매각 이유에 대해 CJ ENM은 말을 아꼈다. CJ ENM 관계자는 “사업 전략적인 판단 하에 지분을 일부 매각했다”고 밝혔다. 지분을 인수한 주체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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