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 넘어 4%대 가능성도 제기…강남 등 핵심지역 제외 가격 조정 불가피
보통 중앙은행은 경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높인다. 최근의 상황은 좀 다르다. 경기가 좋다기보다는 전쟁과 무역장벽 등으로 예전보다 원자재와 물건은 귀해졌는데 시중에는 돈이 잔뜩 풀려 물가만 치솟고 있다. 흔히 전쟁 뒤 재정과 생산이 망가진 상황에서 나타나는 ‘나쁜 인플레이션’이다.
‘나쁜 인플레이션’은 화폐의 실질가치를 빠르게 떨어뜨려 소득과 재산을 갉아먹는다. 국가경제의 핵심인 통화의 신뢰를 추락시킨다. 이자율이 높아지지만 물가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한다. 결국 금리를 높여 유통되는 돈의 양을 줄여야 한다. 1961년 이후 미국을 보면 물가상승률과 기준금리가 함께 움직여 왔다. 주식과는 반대다. 1980년 이후 금리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주가는 상승했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어마어마한 수준이지만, 연방기금금리 수준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아주 낮은 점도 확인된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가 한참 더 올라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채권금리 값을 시장에서 결정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를 보면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는 동행하지만 주가지수와는 반대 움직임이 확연하게 나타난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금리가 오르는 와중에도 주가가 상승하는데, 중국 호황으로 경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던 때다. 결국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큰 거품’을 맞이하게 된다.
올해 우리나라의 CPI 상승률은 5%대다. 3년짜리 국고채 이자율이 3.7% 남짓이다. 연 3~4% 이자를 받아봐야 물가를 감안하면 돈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가치하락을 막으려면 채권금리가 더 높아져야 한다.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가격 하락이다. 채권도 자산이다. 즉 자산가격 하락이 필요하다.
올 들어 주가는 18%가량 하락했다. 2018년의 연간 하락폭 17.3%보다 낙폭이 크다. 반등하지 못한다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기축통화인 달러 대비 원화의 가격도 올해에만 13% 넘게 하락했다.
부동산이라고 금리 상승에 가격 하락 없이 버텨낼 재간은 없다.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하락하는 현상은 과거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돈을 모아서 집을 사기보다는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는 것이 대세가 된 2000년 이후 금리와 집값의 반대 흐름은 더욱 뚜렷해졌다. 실제 최근 집값은 뚜렷한 하락 조짐이다.
KB부동산의 월간주택시장동향을 보면 8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 7879만 원으로 전월(12억 8058만 원)보다 179만 원 내렸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19년 5월 8억 1139만 원으로 4월(8억 1131만 원) 대비 소폭 상승한 이후 2021년 12월까지 가파르게 치솟았다. 6~7개월마다 억 단위가 바뀔 정도였다.
8월 전국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도 5억 5842만 원으로 7월(5억 6083만 원)보다 241만 원 하락했다. 전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내림세다. 금리 인상으로 주택 수요가 급감했고 거래가 끊긴 시장에 매물이 쌓이면서 대세 하락이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매수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급매물조차 소진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오르던 2010~2012년 주택매매가격지수를 흐름을 보면 서울과 강남, 수도권 등 핵심지역이 전국 대비 더 많이 오르고 더 많이 하락했다. 하락 이후 반등 국면에서 서울과 강남지역 집값은 전국평균보다 더 가파른 기울기를 보였다.
변수는 20년간 이어진 유동성 장세에서 고착화된 양극화다. 금리가 오르면 자금 마련 부담 때문에 값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부자와 핵심거주지역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 등 금융자산이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서울과 강남 등 핵심지역 부동산 가격은 덜 떨어지거나, 떨어지더라도 낙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재건축 등 공급이 원활하지 않지만 사교육 등 입지적 장점으로 여전히 수요 우위인 만큼 값이 떨어지면 사겠다는 수요도 상당할 수 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보유와 관련된 세금을 대폭 낮출 방침이다. 현금보다는 현금흐름이 발생되는 수익형 자산이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유망한 투자처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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