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페달 밟는 초재선 의원 뒤 ‘윤심’ 작용 가능성 높아…안철수 김기현 등 유력 당권주자 움직임 빨라져
#속도전, 불 끌 수 있나
국민의힘은 9월 2일 상임전국위원회 개최를 시작으로 추석 연휴 시작 직전인 9월 8일까지 일주일 동안 초고속으로 새 비대위 출범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9월 2일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 전환 요건을 손본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원이 이 전 대표 주장을 받아들이는 근거로 거론한 “국민의힘은 비상상황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감안,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궐위 시 비상상황’이라는 규정을 넣었다.
전국위 의장이었던 서병수 의원이 새 비대위 출범에 반대하며 8월 31일 사퇴, 9월 2일 상임전국위원회 주재는 부의장인 윤두현 의원이 직무대행 자격으로 했다.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도 마찬가지다. 상임전국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9월 5일 전국위원회에서 공식 의결된다. 속도전이라면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원회를 왜 같은 날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당헌·당규상 그렇게 할 수 없다. 사흘간의 전국위 소집 공고 기간을 둬야 해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원회를 같은 날 개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당헌·당규 개정이 끝나면 비대위원장 임명을 위한 상임전국위와 비대위원 임명 안건을 처리하는 전국위가 열린다. 비대위원장 선임을 위한 상임전국위는 5일, 전국위는 8일 열리는 것으로 일정이 짜였다. 이러한 속도전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추석 연휴 전인 9월 8일 새 비대위가 출범한다.
소수이긴 하지만 비대위 과정에서 장애물을 만날 것이란 목소리도 제기된다. 8월 30일 의총에서 새 비대위 출범을 ‘박수’로 추인했다고는 하지만 당내 반대 여론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내에 번진 불을 조기에 끌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안철수 의원이 비대위 체제 결정과 관련해 의총에서 표결까지 부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고,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이 8월 31일 사퇴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비대위 반대 의견을 내놓는 쪽에서는 “또 비대위를 하면 정치적 꼼수로 비칠 수 있고, ‘비상상황이 아니다’라고 이미 결론을 내린 법원 판단에 의해 또다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다. 이들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퇴진하고 새 원내대표를 뽑아 대표대행을 맡긴 뒤 최고위 체제를 복원하면 더 일이 쉽게 풀린다”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준석·권성동’ 동반사퇴로 이어지게 돼 불길을 잡는 것은 물론, 잔불정리까지 마친다는 것이다.
총론은 비대위로 갔지만 여전히 각론이 분분해 비대위 속도전의 성공 여부를 확신하기는 힘든 형국이다. 안철수 의원은 다수 의견이 비대위라고 하는 점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비대위로 가자고 의결한 8월 30일 의원총회에 대해서 “비밀투표에 부쳤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사실 몰랐다”고 털어놨다. 의총에서 나온 의견을 종합해보면 또 비대위로 가자는 목소리는 압도적 다수가 아니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 당헌 개정을 위한 전국위원회 개최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을 9월 1일 추가로 신청한 것도 변수다.
#가속 페달은 누가
국민의힘은 8월 27일과 30일 두 차례 의원총회에서 새 비대위로의 전환에 당내 총의를 모은 것을 근거로 추석 전 비대위 출범의 대의명분을 삼고 있다. 다수결로 총의를 모은 결론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가 출신 의원들은 법률적으로 여러 대비를 한 만큼 향후 ‘법원 리스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판사 출신 초선 전주혜 의원은 8월 3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전날 의원총회에서 추인된 당헌·당규 개정안과 관련, “앞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가처분에 대비해서 꼼꼼히 절차적·실질적 요건을 좀 다듬었다. 이번에 이뤄진 당헌·당규 개정에서는 비대위 설치와 관련해서 요건과 구체성을 강화하고 재량의 여지를 최소화했다”면서 향후 사법적 방어에 대한 자신감을 내놨다.
‘당헌·당규 개정안대로 비대위를 출범할 경우 문제가 없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보고 있다. 이번에 법원에서 지적하고 보니, 저희가 스스로 보기에도 미비한 부분과 모호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예를 들어 최고위 기능 상실로 비상상황(관련 규정)이다. 이것은 굉장히 모호한 규정”이라고 했다.
비대위로의 가속 페달을 밟는 쪽을 들여다보면 전 의원을 비롯해 초·재선 그룹이 절대 다수이고, 비대위로 재차 진행하는 것을 반대하는 쪽은 서병수(5선) 조경태(5선) 윤상현(4선) 안철수 유의동 하태경(이상 3선) 의원 등 3·4·5선 중진 의원들이다. 초·재선 대 다선이라는 명확한 양분 현상이 목격되는 셈이다.
의총에서 박수 의결을 유도하며 ‘비대위 시즌2’를 밀어붙인 것도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대통령실이 이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지만 윤 대통령이 “조속한 당의 안정을 바란다”는 당부를 한 것으로도 알려지면서 지역구에서 나름대로 고정 지지세력을 가진 다선 의원들과는 달리 대통령의 힘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초·재선 의원들이 나섰다는 얘기가 나온다. 결국 윤심이 작용, 초·재선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8월 30일 의총 후 초선들과 재선들은 잇따라 모임을 열고 비대위에 대한 결의를 다지면서 비대위에 비판적인 다선 의원들에 대해 강한 비난 세례를 퍼부었다. 초선 박수영 의원은 “(비대위가 아닌) 최고위로 돌아가자는 극소수 주장은 무책임하거나, 공부를 안 했거나, 이준석 복귀 희망을 피력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맹공을 가했다.
재선 의원들도 자체 모임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가진 자리에서 “의총에서 숙고 끝에 추석 전까지 새 비대위를 출범시키기로 했음에도 일부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대안도 없이 당을 흔드는 언행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초·재선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다선 의원들을 겨냥해 “해당 행위를 하고 있는 만큼 윤리위에 회부해야 한다”는 초강경론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의원 115명 중 초·재선(84명)은 전체 73%에 이른다. 2020년 총선 때 탄핵 이후 혁신을 내세우면서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와 달리 여당 내부에서는 초·재선의 발언권이 세진 상태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최근 상황을 이렇게 풀이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임기 초반 대통령의 위력을 결국 의식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은 추석 밥상에 당의 내홍 상황을 올리기가 싫을 것이고 이른 시일 내 당의 안정을 바랄 수밖에 없다. 결국 대통령은 말씀을 하지 않으셨겠지만 무언의 메시지를 읽고 움직인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실은 9월 1일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당에 대해 도움을 요청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대통령은 의원들이 중지를 모아 내린 결론을 존중할 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여당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거리두기를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조기 전당대회 가시권
여당의 조기 안정화를 목표로 비대위가 또다시 출범하는 것이라면 새 당대표를 뽑는 조기 전당대회 시기는 내년이 아닌 연내가 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 내홍을 끝내고 집권여당다운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상적 지휘체제가 최대한 이른 시기 안에 만들어져야 한다는 이유다. 그렇다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권주자 후보군 중에는 안철수 김기현 의원이 현재로서는 가장 눈에 띈다. 둘은 일찌감치 세몰이에 나섰다. 재차 비대위로 가는 것에 대해서 김 의원은 찬성, 안 의원은 반대로 입장이 엇갈리면서 대결 양상을 벌이고 있다. 김 의원은 안정감이 느껴지지만 인지도가 다소 낮다는 것이 약점이다. 안 의원은 인지도는 좋지만 윤핵관이라 불리는 장제원 의원과 친한 것 아니냐는 시선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밖에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 움직임도 주목된다. 연내 전당대회가 이뤄진다면 내각에 있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나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당권 도전이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전당대회를 수없이 봐왔지만 의외 변수가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비대위 출범, 이준석 행보 등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아 결과는 완전히 오리무중 상태”라며 “그러나 어느 후보든지 윤심 잡기에 나설 것은 확실시된다. 윤 대통령으로서도 윤핵관이 2선 후퇴한 상황에서 이준석 대표처럼 뒤통수를 치지 않을 믿을 만한 새 파트너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
-
[단독인터뷰] 명태균 부인 “이준석 때문에 우리 일상 다 망가져”
온라인 기사 ( 2024.11.21 18:56 )
-
‘윤석열 OOO 단속도 못해서…’ 한동훈 가족 이름 국힘 당원게시판 글 파문
온라인 기사 ( 2024.11.15 21:34 )
-
‘검사 출신’ 김웅, 이재명 유죄 판결문 해석 눈길
온라인 기사 ( 2024.11.15 1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