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허창수 GS 회장, 최태원 SK 회장, 황창규 KT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했던 검찰 진술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거나 “기억이 없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문: 이재용은 "2016년 2월 15일 대통령과 개별면담할 때, 대통령으로부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사업계획안(빙상부문 지원제안서)이 들어있는 봉투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이 있습니까.
답: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문: 그 다음날(2016년 2월 16일)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개별면담을 하면서 허창수 회장에게 플레이그라운드의 소개자료가 든 봉투를 준 사실이 있습니까.
답: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최순실 씨(최서원으로 개명)가 2015년 10월 설립한 광고회사다. 이 회사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조사에서 “이번에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최순실이 재단 설립 직전에 만든 회사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놀랐다”고 진술했다.
문: 허창수 회장은 "대통령이 ‘GS에서 국가를 위해 열심히 홍보활동을 하고 있는 회사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였고, 면담이 끝난 후 안종범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 소개자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허창수 회장에게 위와 같이 말하거나 피의자가 안종범에게 플레이그라운드 소개자료를 준 것이 사실 아닙니까.
답: 허창수에게 국가를 위해 열심히 홍보활동을 하고 있는 회사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사실이 없고, 안종범에게 소개자료를 준 적도 없습니다.
문: 피의자는 같은 날(2016년 2월 16일) 개별면담을 한 최태원 SK 회장에게도 안종범을 통해 플레이그라운드의 소개자료가 들어 있는 봉투를 준 사실이 있습니까.
답: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문: 최태원 회장은 "당시 면담이 끝나고 옆에 있던 안종범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 팸플릿을 받아 SK그룹 비서실장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안종범에게 팸플릿을 주거나 최태원 회장에게 주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습니까.
답: 기억이 없습니다.
문: 피의자는 2016년 2월 18일 개별면담을 한 황창규 KT 회장에게 더블루케이의 용역 제안서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작성한 KT스키팀 창단 제안서가 들어 있는 봉투를 준 사실이 있습니까.
답: 기억이 없습니다.
검찰은 “2016년 1월 12일 설립된 더블루케이는 최순실이 자본금 전액 납부하고 조○○ 대표 등 임직원들 모두 자신이 임명하는 등 최순실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스포츠 마케팅 전문회사로 확인됐다”고 밝혔고, 박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답변했다.
문: 황창규 회장은 "면담이 끝나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대통령이 ‘이 안에 들어 있는 내용에 대해 검토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며 봉투를 주었는데, 더블루케이의 용역제안서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작성한 KT스키팀 창단 제안서였다"고 합니다. 사실이 아닙니까.
답: 기억이 없습니다. 다만 황창규 회장이 안 받은 것을 받았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억이 없습니다.
문: 피의자가 위와 같이 대기업 회장들과 면담을 하기 전에, 최순실은 플레이그라운드 소개자료,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사업계획안 등 자료를 준비한 사실이 확인됩니다. 회장들에게 준 위 자료들은 최순실로부터 받은 것입니까.
답: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억도 없습니다.
문: 피의자는 2016년 2월 22일 개별면담을 한 포스코 권오준 회장에게 "포스코 내에 여자 배드민턴단을 창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사실이 있습니까.
답: 기억이 없습니다.
문: 권오준은 "개별면담 당시 대통령이 여자 배드민턴단 창단의 필요성을 말했고, 면담 후 안종범이 더블루케이 대표의 연락처를 불러주어 메모하였다"고 합니다. 권오준에게 여자 배드민턴단 창단 이야기를 한 것이 사실 아닙니까.
답: 그런 기억이 없습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지원 배제 조치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 피의자는 2013. 9. 30.자 대수비(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 롯데와 CJ 등 투자자가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사실이 있습니까.
답: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문: 박준우(청와대 정무수석)는 위 일시경 대수비에서 대통령이 위와 같은 말을 하였다고 합니다. 피의자가 수석비서관들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이 사실 아닙니까.
답: 대수비를 한두 번 한 것도 아니고, 이미 오래 전 일이기 때문에 기억이 명확하게 나지 않습니다.
문: 피의자는 2014년 7월경 유진룡(문체부 장관)과의 면담 자리에서 "블랙리스트 같은 문화예술계에 대한 차별과 배제 행위를 멈춰 달라. 사회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 반대쪽도 안아주시라"는 말을 들은 사실이 있습니까.
답: 유진룡과 그런 내용의 대화를 나눈 적이 없습니다.
문: 유진룡은 헌재에서 위와 같이 증언한 바 있는데, 유진룡으로부터 위와 같은 말을 들을 것이 사실 아닙니까.
답: 유진룡과 그런 대화를 나눈 적이 없습니다.
이원석 특수1부장은 2017년 3월 21일 저녁 8시 45분경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신문에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정장현 변호사를 참여시켰다. 이때부터 ‘최순실의 국정 개입·관여 및 대통령 연설문, 말씀자료 등 청와대 문건유출’과 관련된 조사가 시작됐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검찰에서 “대통령 지시로 선생님(최순실)에게 문건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문: 정호성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확인한 결과, 최순실은 18대 대선 기간에 피의자의 연설문 주제 및 정책방향까지 좌우할 정도로 선거운동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데, 대선캠프에서 최순실의 지위와 역할은 무엇이었습니까.
답: 최순실이 대선캠프에서 어떠한 직책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최순실이 연설문을 다듬는 재능이 있었고, 저를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에 저의 생각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그런 이유로 최순실로 하여금 저의 연설문이나 말씀자료를 다듬는 일을 돕게 한 것입니다. 저는 최순실이 사심 없이 저를 돕는다고 믿었습니다.
문: 위 녹음파일을 확인한 결과 대통령 당선·취임 후에도 최순실이 단지 표현이나 형식만이 아니라 계속하여 연설문, 말씀자료의 내용과 정책방향에 관여하고, 피의자의 국내·외 일정 관련 주요 결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정호성에게 전달한 사실이 확인되는데, 피의자가 정호성에게 최순실의 의사를 묻고 반영하도록 지시했기 때문 아닙니까.
답: 그런 사실 없습니다. 다만, 최순실이 사심 없이 저를 돕는다는 것을 정호성도 잘 알고 있었고, 정호성과 최순실 모두 저를 오랜 기간 도왔기 때문에 서로 가까운 사이라 두 사람 사이에서는 비밀 유출이라는 생각 없이 자료 등을 쉽게 공유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 위 녹음파일에 따르면, 정호성은 최순실을 ‘선생님’이라고 존칭했고, 2013년 정호성이 최순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선생님 VIP(대통령)께서 선생님 컨펌 받았는지 물어보셔서 아직 컨펌은 못 받았다고 말씀드렸는데 빨리 컨펌 받으라고 확인하십니다"라는 내용도 있는데, 피의자가 정호성에게 일상적으로 국정현안에 대하여 최순실에게 자료를 보내고 의견을 구하도록 지시한 것 아닙니까.
답: 무엇을 컨펌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자료를 최순실에게 보내 컨펌 받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정호성이 최순실에게 자료를 보내 컨펌을 받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제가 정호성에게 그러한 지시를 할 이유도 없습니다.
문: 정호성은 "대통령의 지시로, 이메일 또는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최순실에게 위 문건들을 전달해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데, 피의자는 최순실이 위 청와대 문건들을 입수한 경위에 대하여 알고 있습니까.
답: 저는 최순실이 청와대 문건들을 어떻게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모릅니다. 제가 정호성 비서관에게 최순실에게 위와 같은 문건을 보내주라고 지시한 사실은 없습니다.
문: 정호성은 검찰에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최순실로부터 받은 의견은 중간에서 묵살하지 않고 대통령께 그대로 보고했다"고 진술하는데, 이는 사실입니까.
답: 저는 정호성으로부터 그런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손경식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등 CJ그룹 경영진 퇴진을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문: 피의자는 2013년 7월 4일경 부총리 주례보고 후 조원동 경제수석을 따로 남겨 ‘CJ그룹이 걱정된다. 손경식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이미경 부회장은 CJ그룹 경영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지시를 한 사실이 있습니까.
답: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제가 조원동 수석에게 이미경 부회장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고 전달한 사실은 있습니다. 제가 조원동 수석에게 이미경 부회장이 편향적으로 문화계를 이끌고 있고, CJ의 독점적인 배급망이 우려스럽고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있다는 말을 하면서, 이재현 회장도 구속되어 있는데, 이미경 부회장이 CJ를 잘 이끌어 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는 말을 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조원동 수석에게 이미경 부회장을 사퇴시키라거나 손경식 회장을 물러나라고 한 사실은 없습니다.
문: 조원동은 "2013년 7월 4일경 대통령으로부터 위 지시를 받은 때와 사직서를 제출한 때 외에는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는데, 사실입니까.
답: 독대를 했을 수는 있으나 독대가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문: 조원동은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은 다음 날 프라자호텔에서 손경식을 만나 대통령의 뜻을 전달했고, 그 후 ‘CJ 건은 말씀하신 대로 처리될 것 같습니다’는 보고를 했다"고 진술하는데, 피의자는 조원동으로부터 이러한 보고를 받았습니까.
답: 그런 기억은 없습니다.
문: CJ그룹 계열사가 피의자를 희화화한 ‘여의도 텔레토비’를 방송하고,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변호인’의 투자·배급·제작에 관여하였기 때문에 조원동을 통해 CJ그룹 경영진에게 경영일선 퇴진 등 경고를 보낸 것입니까.
답: 제가 조원동 수석에게 CJ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한 것과 ‘여의도 텔레토비’는 무관합니다.
이원석 특수1부장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행적이 묘연했던 ‘의문의 7시간’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질의했다.
문: 피의자는 2014년 4월 16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서 머물렀는데, 근무일에 본관으로 출근하지 않은 사유는 무엇입니까.
답: 당시에 제가 피곤이 쌓여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마침 당일에 특별한 일정이 잡힌 것이 없어서 관저에서 조금 편하게 일을 했습니다. 관저에서도 집무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건강을 고려해서 업무장소를 바꾼 것뿐입니다.
문: 피의자는 4월 16일 10:00~17:00경 세월호 사고와 관련하여 적시에 보고를 받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습니까.
답: 관저이지만 들어오는 보고를 다 받았고, 필요한 조치는 모두 취하였습니다.
문: 피의자는 (헌재의) 탄핵심판 답변서에서 ‘언론 오보와 잘못된 보고가 겹쳐 14시 50분경 승객 대부분 구조라는 보고가 잘못되었다는 정정보고를 받기 전까지는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정오경 대부분의 언론 오보가 정정되었는데, 피의자는 그 후 약 3시간 동안 추가 정정보고나 언론보도를 접한 사실이 없었습니까.
답: 14시 50분경 정정보고를 받기 전에는 특별히 다른 정정보고를 접한 사실은 없습니다. 다만, 14시 11분경 언론보도를 통해서 오보 가능성을 확인하고 김장수 안보실장에게 정확한 확인을 지시하였고 14시 50분경 김장수 실장으로부터 정정보고를 받고 사태의 심각성을 확인하여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했습니다.
문: 피의자는 11시 28분, 12시 05분, 12시 33분경 사회안전비서관실, 12시 54분경 행자비서관실로부터 상황보고서를 수령·검토하였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11시 이전에 전복·침몰한 세월호 탑승 476명 중 162~179명만 구조되고 나머지 300여 명이 구조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사태의 심각성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답: 구조자 집계에 시간이 걸려 잘못된 보고와 언론의 오보가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승객이 구조된 것으로 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후 정정보고를 받고나서 최선을 다해 대통령으로서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하였습니다.
문: 4월 16일 관저에 머물렀던 청와대 직원(경호관, 행정관, 비서관)과 관저를 출입한 외부인은 누가 있습니까.
답: 관저에 상근하는 경호관, 행정관이 있었고, 관저 출입은 미용실 관계자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이원석의 박근혜 국정농단 신문조서③’으로 계속됩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