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 이어 ‘공조’ 시리즈까지 ‘북한말 쓰는 현빈=흥행’ 공식…“이번에도 통했으면”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건 철령이가 소좌에서 중좌로 진급했다는 거였어요. 그 진급 과정에서 아마 북한이든 3국이든 다양하게 수사를 했을 거라 상상했죠. 1편에선 아내의 일에 대한 복수심이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다른 감정이 없었다면 2편에선 많은 경험들과 시간을 통해 그 지점들이 잊히고 일상으로 회복되면서 오는 편안함이 있었을 거예요. 특히 남한에서 강진태와 수사해 본 경험과 진태 가족과의 교류, 남한 생활 경험 이런 것들에서 만들어진 여유로움이 생겼다고 상상하며 철령이에게 접목시켰죠. 그런데 그렇게 많이 능글능글해졌나요(웃음)?”
그의 말대로 철령은 5년의 시간 동안 훨씬 유연하고 능글능글해진 모습으로 허당 같은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 분)의 쉴 새 없는 유머에 적절히 치고 빠지는 여유를 보여준다. 1편에서의 딱딱하고 굳어있는 모습의 철령을 기억하고 있던 관객들에게 그의 변화는 살짝 낯설면서도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온다. 특히 진태의 가족들에게 개그 아닌 개그 대사를 치며 뿌듯해하는 철령의 모습은 많은 관객들을 흐뭇하게 만들기도 했는데, 현빈은 이런 철령의 변화를 만들어낼 때 ‘임무용’과 ‘일상용’의 모습을 나눠 캐릭터 빌드업에 집중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철령이가 임무를 하고 있을 땐 1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가져와서 임무 수행 모습을 보여드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생긴 여유로움은 진태의 가족, 민영과 있을 때 표현했어요. 철령이가 코믹스러운 대사를 많이 한다고 하셨는데 사실 철령이는 코미디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닐 거예요(웃음). 그냥 자기 이야기를 1편과는 다르게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죠.”
철령의 내적 변화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완성됐다면, 그 다음 스텝은 액션을 담당할 외적 변화를 고민하는 일이었다. 1편에서 ‘공조’의 시그니처 액션으로 꼽혔던 두루마리 휴지 액션처럼 기억에 남을 만큼 강렬하면서도 결코 과하지 않은 또 다른 특별한 액션을 만드는데 배우를 포함해 모든 제작진이 머리를 맞대야 했다. 뉴욕 시가지에서의 총격전, 고층 빌딩 곤돌라에서 벌어진 일대일 격투 신, 그리고 옥상 위에서 강진태와 합을 맞춰 마약 판매 조직원들과 벌인 1 대 다수 격투 신은 모두 그런 고민 끝에 탄생한 장면이었다. 특히 옥상 격투 신에서 보여준 철령의 ‘파리채 액션’은 ‘공조2: 인터내셔날’의 새로운 시그니처 액션이 됐다.
“‘공조’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결과도 좋았지만 저로서는 ‘현빈이 이런 액션도 할 수 있다’는 캐릭터를 보여드렸던 작품이라 감사한 마음이 더 커요. 특히 이번 2편에서는 액션을 만드는 데 배우도, 무술팀도, 감독님도 정말 많은 고민을 했거든요. 어떻게 하면 1편 같은 시그니처 액션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하다가 ‘파리채 액션’을 만들어냈던 거죠(웃음). 철령이의 경우는 1편 때 보여드린 날렵함에서 좀 더 묵직함과 타격감을 가진 액션으로 바뀐 게 포인트인 것 같아요. 빌런인 장명준이 날렵함을 콘셉트로 가지고 새로 들어왔기에 그 반대의 모습으로 함께 시너지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 철령과 진태의 새로운 적 장명준은 북한 출신의 글로벌 범죄 조직 리더다. 북한과 남한 모두에 적대감을 가지고 복수심에 불타는 그는 ‘범죄도시’로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진선규가 맡아 열연했다. 이번 작품의 주요 캐릭터 가운데 유일하게 현빈과 처음 대등한 호흡을 맞추게 된 진선규에 대해 현빈은 “너무 선하신 분이라 어떻게 빌런을 연기할지 궁금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과연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어낼까 하는 호기심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있었는데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 흥미롭더라고요. ‘컷’ 소리가 난 뒤에 같이 얘기할 때 보면 세상에 그렇게 착한 사람이 없어요(웃음). 그 양쪽 면을 다 보는 재미가 있었죠. 액션 합을 맞출 때도 어떻게 해야 철령과 명준이 비등하고 타이트하게 붙을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하셨는데 그 지점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쥐어 잡으셨어요. 그게 선규 형의 원래 성격과 완전히 다른, 연기에 임하는 자세였던 것 같아서 너무 좋더라고요.”
진선규와의 합을 맞추는 일이 새로운 문을 여는 것 같았다면 이미 1편과 다른 작품에서 함께했던 이들과 다시 마주한다는 건 정말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었다는 게 현빈의 이야기다. 특히 ‘공조2: 인터내셔날’의 더욱 커진 스케일에 맞춰 빌런과 함께 새롭게 합류한 FBI(미국 연방수사국) 소속 요원 잭 역의 다니엘 헤니와의 만남은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 이후 무려 17년 만의 재회였다. 캐릭터는 새로웠지만 이미 앞서 인연이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강진태 형사의 경우는 유해진 선배님과 제가 서로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는 관계가 형성된 채로 2편 촬영에 들어간 거잖아요? 정말 너무 편했죠(웃음). 진짜 ‘형’으로서의 만남으로도 느껴졌고, 특히 진태의 가족들과 있는 신에서는 현장 공기 자체가 너무 편해서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또 헤니 씨랑은 정말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 서로 각자 맡은 일을 잘 해왔기에 이렇게 다시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할 수 있단 것에 감사하며 반가워했죠(웃음). 같이 연기할 때 저는 2005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너무 좋더라고요.”
다니엘 헤니가 그린 잭은 이번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 강진태의 처제이자 ‘철령 바라기’인 박민영(임윤아 분)을 놓고 철령과 삼각관계를 그린다. 철령에게 있어 처음으로 생긴 사랑의 라이벌이면서 동시에 1편에 비해 말랑말랑해진 그의 변화를 더욱 부각해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잘생긴 잭에게 흔들리는 민영을 보면서 티 내지 않지만 내심 안절부절 못하는 철령의 모습은 특히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만들며 ‘공조2: 인터내셔날’의 로맨스를 책임진다.
“2편에서 철령이가 여유를 갖기 시작하면서 이런 삼각관계가 생겨났고, 거기서 철령이도 계속 직진해 오던 민영이에 대해 가지고 있던 (딱딱한) 감정에 금이 갔던 것 같아요. 민영이의 감정이 철령이에게 조금씩 새어 들어오는 식으로요. 그런데 처음에 시나리오를 볼 땐 그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현장에서 민영이가 잭을 보고 보여주는 리액션에 좀 섭섭하더라고요(웃음). 현장에선 철령이만 동떨어져서 혼자 소파에 앉아 있어서 갑자기 ‘쓸쓸해졌다…’ 이런 생각이 들고(웃음).”
‘공조’와 함께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까지 인기몰이를 하며 현빈이 그린 북한 캐릭터는 반드시 흥행에 성공한다는 묘한 공식도 생겨났다. 딱딱한 말투를 쓰는 무뚝뚝한 미남이 사랑스러운 여자에게 손 쓸 새도 없이 휘둘리는 클래식한 관계성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인기의 주인공은 흥행 공식이 이번에도 통하길 바라면서도, 배우로서 비슷한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에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랑의 불시착’을 찍을 때는 사실 ‘공조2: 인터내셔날’을 찍을 줄 모르고 있었어요. 아마 작품들이 모두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북한 캐릭터를 맡으면 성공한다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당분간 북한 연기는 안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랑을 받는다는 게 너무 행복한 일이긴 하지만 배우로서 한 이미지로만 굳어지고 싶지 않거든요. 물론 이번 작품이 잘 돼서 ‘공조3’을 찍을 수 있다면, 그땐 하겠죠(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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