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집무실까지 차로 5~7분 소요…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돼 경비 삼엄, 주민들 ‘기대 반 우려 반’
윤석열 대통령 관저로 낙점된 외교부 장관 공관은 용산의 가장 동쪽, 한남동에 위치해 있다. 매봉산 자락이 감싸고 있으며, 뒤로는 남산이 펼쳐진다. 새 관저의 대지 면적은 1만 4710㎡(약 4450평), 건물면적은 1434㎡(약 434평)이다. 업무동·주거동, 마당으로 분리됐으며 외국 귀빈 연회를 위한 장소도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9월 1일부터 관저에서 대통령실로 첫 출근했다. 용산 집무실까지는 대략 3km, 차로는 5~7분가량 소요된다.
새 관저는 국회의장·대법원장·국방부 장관·각군 사령관 등이 입주해 있는 ‘한남동 공관촌’ 내에 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입주한다면 입법·사법·행정부 수장들이 서로 이웃사촌이 된다.
일요신문 취재진은 9월 1일 오전 10시쯤 관저 인근에 도착했다. 외교부 장관 공관 주소를 찍고 택시를 타고 갔으나, 입구에서 막혔다. 한남초등학교 뒤편과 자동차 V 사 건물 사잇길로, 승용차가 1~2대가 들어설 수 있는 넓지 않은 도로다. 도로에서 공관으로 들어서는 문까지는 30m가량. 공관촌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 두 곳 중 한 곳이다.
도착했을 당시 입구 주변은 공사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인부만 족히 10명이 되는 듯했다. 오전엔 조경 작업이, 오후엔 도로 도색 작업이 진행됐다. 공사 차량만 열 대가량 들어갔는데, 작업 차량 중 철거 작업 차량도 보였다. 공관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였다. 30℃에 육박하는 무더위에 지친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일대는 굴삭기 소리가 내내 울렸다.
공사 관계자는 “토요일(9월 3일) 마무리된다”며 “각자 다른 작업 중이라 공사가 정확히 언제 끝나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복수의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대략 9월 3~4일 관저 입구 공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한다.
현직 대통령 부부가 거주할 관저의 입구 경호는 무척 삼엄했다. 입구를 촬영하자 경호처 관계자가 기자의 휴대전화 갤러리를 보여 달라 끈질기게 요청했고, 결국 갤러리를 열어주고 사진을 삭제해야 했다. 군복을 입은 군인들과 경찰 부대들이 같이 공사를 감독하며 입구를 지키고 있어 위압감이 느껴졌다.
윤 대통령 관저 경비는 육군 소속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제55경비단이 맡기로 했다. 그간 청와대 외곽 경비는 경찰부대 101경비단이 담당했다. ‘경찰 배제 논란’에 경호처 관계자는 “새 관저 인근에 국방부 장관 공관이 있어 원래 수방사 55경비단이 경비를 맡아 왔다”며 “업무 연장선상에서 대통령 공관도 같은 부대가 경비를 맡기로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장에서 군복을 입고 있던 한 관계자에게 소속을 묻자 “수방사 소속은 아니고 국방부 직원”이라며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나와있다”고 전했다.
8월 31일 윤 대통령 관저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한남동 공관 지역은 기존에도 군이 경계를 담당했으나,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라는 법적 지위가 더해진 셈이다. 공사 현장에 있던 한 사복 경찰은 기자가 입구 인근으로 다가가자,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라서 더 오지 마라”며 “보안상 사진 찍는 것도 다 안 된다”고 했다. 이 경찰관은 기자에게 처음엔 공사 관계자라고 했다가 추후 경찰임을 밝혔다.
공관촌에 들어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한남초등학교 정문에서 오르막길을 따라 200m 올라가는 것이다. 올라가는 길에는 대기업 총수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건물도 몇 채 보였다. 한눈에 봐도 한적한 고급 주택가였다. 막다른 길에 국회의장 공관이 보였다. 기자가 다가가자 경호원이 바로 나와 “무슨 일 때문에 왔느냐”고 물었고, “그냥 산책 중”이라고 둘러대야 했다.
관저 위치가 공개된 후 공관촌을 안고 있는 매봉산 자락 산책길로 인한 경호 우려가 제기됐다. 관저 뒤에 위치한 매봉산 산책로와의 거리가 50m에 불과해 경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다.
기자는 한남 더힐에서 시작해 매봉산 산책로를 걸어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는 3m는 훨씬 넘어 보이는 담벼락이 공관촌을 막고 있었다. 포장도로를 지나 숲이 울창한 산책로에서는 나무 등에 가려 관저가 보이지 않고, 공사 소리만 들렸다. 산책로 시작을 기점으로 25분 정도 걸어 올라가니 조망 명소가 나타났다. 이곳을 인터넷 포털 지도 애플리케이션에서 찾아보니 ‘성동구 옥수동’으로 위치가 잡혔다.
관저 앞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뒤로는 남산과 매봉산에 둘러싸여 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관저를 중심으로 북쪽에는 신당동과 장충동, 남쪽으로는 한강, 신사동과 압구정동이 위치했다.
윤 대통령 이사 소식에 한남동 주민들은 환영과 우려의 입장을 골고루 내놨다. 인근에 위치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대통령이 와서 집값이 더 오르고 그런 건 없다. 한남동은 이미 월세만 1000만 원이 넘는 부촌”이라며 “그래도 대통령 부부가 오니 내세울 게 하나 더 생겼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집회 소음, 교통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근 주택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아무래도 교통편이 걱정”이라며 “한남동 도로가 경부고속도로랑 연결돼 있는데 출퇴근길 차가 많이 막히지 않겠나. 용산 이전으로 (외교부 공관에) 임시로 있는 거지, 이후 대통령들은 이곳에 오래 지내지 못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남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교통 우려보다는 집회·시위 걱정이 아무래도 있다”며 “관저에서 제일 가까우면서 시위하기 좋은 곳이 딱 이 구역이다. 소음도 소음이지만, 애들 공부하는 곳인데…”이라며 걱정을 표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는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에서 시위해선 안된다. 한남초는 관저에서 100m 밖에 위치해 있다.
또 다른 주민은 “집회·시위 걱정도 있지만, 인근 집주인들이 걱정하는 건 용적률이다. 남산 고도 제한 때문에 재개발이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이 문제를 털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이사 왔으니 재개발은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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