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웅장한 산세를 자랑하는 강원도 영월군의 망경대산. 해발 815미터 산중에 아름다운 통나무집 한 채가 있다. 주변에 민가 하나 없이 오직 덩그러니 자리 잡은 이 집의 주인은 이현진(63), 김대원(58) 부부다.
두 사람이 이곳에 정착한 건 9년 전 답답한 도시를 떠나 자연에서 살고 싶단 마음 하나로 산에 들어왔다. '내가 살 집은 내가 만든다'라는 일념으로 집 짓는 기술을 배워 손수 통나무집을 지었다는 남편 현진 씨.
전기도 수도도 없던 정글 같은 산속을 부부의 낙원으로 재탄생시켰다. 결혼생활 20년 차 부부임에도 여전히 눈만 마주쳐도 꿀이 뚝뚝 한 쌍의 원앙 부럽지 않은 금실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 집엔 부부 못지않은 원앙 한 쌍이 더 있다. 반려견 '통이'와 반려묘 '나비'다. '견묘지간'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늘 붙어 다닌다는 두 녀석. 밥을 먹을 때도 산책하러 나갈 때도 늘 함께다.'
심지어 현진 씨가 만들어 준 개집에서 잠까지 같이 잔다. 서로 챙겨 주고 보듬어주는 모습이 부부와 꼭 닮은 개와 고양이 커플이다.
열다섯 살 반려견 통이는 부부가 도시에서 살 때부터 키웠다. 워낙 아내 대원 씨를 좋아해 한때는 '대원 씨 껌딱지'라 불렀다. 그런 통이의 관심사가 바뀐 건 3년 전 새끼 고양이 '나비'가 새 식구로 들어오면서부터다.
부부는 본체만체 나비 뒤만 졸졸졸 따라다니며 단둘이 뒷산으로 가출(?)했다가 들어온 적도 있다고 한다. 둘 다 수컷인데다 나이 차이는 무려 열두 살로 묘한 궁합을 자랑하는 두 녀석이 부부는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산속 생활을 택하고 살 집을 직접 지으면서 자연스레 목수의 삶을 살게 된 현진 씨. 집 짓는 솜씨가 소문이 난 후론 알음알음 건축 의뢰가 들어올 정도로 실력이 수준급이다. 그런 현진 씨가 새집 짓기에 돌입했다.
새집의 주인은 통이와 나비다. 두 녀석의 두 번째 보금자리인 트리 하우스를 만들기로 했다. 손수 나무를 재단하고 짜 맞추는 기초 공사만 해도 꼬박 이틀, 완성까지는 며칠의 시간이 더 걸린다.
해발 800미터가 넘는 깊은 산속 사람과 동물 커플의 알콩달콩 로맨스를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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