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이슈에 소재 국산화 전략과 R&D 투자 미흡 지적…SK온 “투자금 유치 무리 없다”
전문가들은 SK온의 수주 규모는 중국 CATL,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글로벌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외형을 갖췄지만 업력이 짧은 탓에 아직은 시험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양산 과정에서 품질 이슈를 해소하고, 미래 전략도 더 탄탄히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원재료, 소재 확보 전략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럽 시장 적자 후폭풍
SK온은 올해 2분기 매출 1조 2880억 원, 영업손실 326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 1분기 대비 281억 원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532억 원 늘었다.
전문가들은 품질 이슈로 인해 SK온의 영업손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헝가리 코마롬 2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듈이 문제가 됐다. 올해 처음 구축한 모듈 공정에서 불량품이 발생해 폭스바겐으로의 납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해당 공장의 양산 수율(투입 수에 대한 완성된 양품의 비율)은 1분기 30%, 2분기 50~70%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원재료 가격이 인상됐는데 불량품마저 속출해 적자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SK온은 지난 9월 1일 해결책의 일환으로 최고운영책임자(COO) 직을 신설해 진교원 SK하이닉스 사장을 앉혔다. 진 사장은 SK온의 품질 이슈를 해결할 적임자로 꼽히지만 한편으로는 일평생 반도체 분야에만 몸담아왔던 탓에 배터리 부문에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자 원인이 꼭 품질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2차전지 분리막 업체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올해 2분기 12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당초 흑자를 예상했던 증권가를 놀라게 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원재료비 상승에도 판가가 인하됐고, 출하량까지 부진해 적자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즉, 유럽 전기차 시장이 신통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전기차업계 한 관계자는 “SK온과 다른 SK 계열사들은 미국과 유럽, 중국 등으로 생산거점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일반적으로는 맞는 전략이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거세고, 유럽은 전쟁 여파가 커 SK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보다 집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2025년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능력은 580기가와트시(Gwh)인데 이 중 미국 비중이 250Gwh에 달한다. 최근에는 일본 혼다와 미국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서명으로 내년부터 미국 내 생산 비중을 핵심소재 40%, 원재료 50%로 맞춰야 한다”며 “원재료는 남미에서 조달하고, 북미 파트너가 많은 LG에너지솔루션은 ‘아메리카 퍼스트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절대적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SK온도 미국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반기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하고, 포드 신차 출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SK온은 순차적으로 미국 내 생산 비중을 절반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급등한 원가 부담을 판매가에 잘 전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부 증권사 연구원은 SK온이 내년 2분기에야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본다.
#소재 국산화 전략 더 세워야
SK그룹의 더 큰 문제는 소재 전략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각사 전략을 들여다보면 상대적으로 SK는 소재 국산화 전략이 미흡하다”며 “글로벌 흐름이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를 중요시하는 만큼 SK도 더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도 “지난해 SK가 발표한 배터리 투자 계획도 꼼꼼히 따져보면 소재 부문은 1조~2조 원 투자로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3월 국방물자생산법(DPA)에 이어 IRA를 발표하면서 원재료 확보 분야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리튬의 염수형 생산 및 직접 추출기술, 니켈 황화광 프로젝트 등이 주요 관심분야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SKC와 SK머티리얼즈가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음극재의 경우 중국 기업을 배제하고는 사업을 할 수 없을 정도이며 국내 경쟁력이 가장 약한 분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흑연 광산을 소유한 블랙록마이닝 지분 15%를 인수했고, 중국 흑연업체 청도중석 지분 13%도 사들였다.
SK가 주목하는 실리콘 음극재는 이론적으로 리튬이온 저장량이 흑연의 10배가 넘어 전기차 주행거리를 대폭 늘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상용화도 어렵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과 포스코케미칼이 실리콘 음극재에서도 SK그룹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 받는다. 포스코케미칼은 ‘실리콘산화물(SiOx)’과 ‘실리콘-탄소복합체(SiC)’ 음극재 데모 개발을 마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대주전자재료와 공동 개발한 실리콘 음극재를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에 납품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전문가들은 SK온이 프리 IPO를 마치면 시설 투자도 좋지만 연구개발(R&D)에 자금을 더 배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와 관련, SK온 관계자는 “프리 IPO의 경우 SK온의 사업 비전 가치가 절하된 것이 아니라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투자자들도 보다 많은 검토를 하게 된 것”이라며 “애초에 글로벌 PE(사모투자전문회사)에 먼저 접근하고, 이후 국내 PE에게 다가가는 것이 투자 전략이었는데 현재는 글로벌과 국내 투자 유치를 병행하고 있으며 프리 IPO 외에도 다른 자금 조달 방안이 있어 투자금 유치에는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내부적으로 R&D 관련한 투자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매출 대비 비용으로는 전혀 낮지 않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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