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핵관 뜻대로 원조 윤핵관 위원장 낙점…9월 14일 이준석 가처분 사건 심문이 첫 번째 암초
국민의힘은 새로운 비대위 출범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당 주류인 친윤 진영이 비대위를 꾸리려고 하자 일각에서 비토 목소리가 불거지면서다. 이들은 비대위가 아닌, 원내대표 선거를 실시해 새로운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윤상현 의원은 9월 6일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법원 판단 취지는 비대위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비대위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초·재선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신핵관(새로운 핵심 관계자)’들은 비대위 출범을 밀어붙였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 비상상황이 아니라면 도대체 언제가 비상이냐”라면서 “서둘러 비대위를 꾸려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선 후퇴 압박을 받았던 권성동 원내대표도 새로운 비대위가 출범하면 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지원사격했다.
수적 우위에 있는 주류 진영은 9월 5일 전국위에서 당헌 개정안을 가결시키며 비대위 출범을 위한 요건을 완성했다. 이날 전국위는 비대위 전환 요건인 최고위 기능 상실을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이상 궐위’로 구체화했다. 앞서 법원은 이준석 전 대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때 ‘비상상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당헌 개정에 따르면 일정 요건을 갖출 경우 비대위로 전환하도록 해, 법원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또한 전국위는 ‘비대위가 출범하면 최고위가 해산된다’는 규정을 ‘비대위가 출범하면 당대표와 최고위원 모두 지위와 권한을 상실한다’로 바꿨다.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 호칭을 ‘전 당대표’로 확실히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에서 수많은 의견들이 분출했지만, 결국 신핵관들이 요구했던 안들이 그대로 반영됐다. 앞으로 그들이 당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도 혼선을 빚었다. 당초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주 전 위원장은 9월 6일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러자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선출하자는 기류가 급물살을 탔고, 박주선 전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이 최종 후보군으로 오르내렸다. 당이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박 전 위원장은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9월 7일 정진석 국회부의장이 낙점됐다.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번에 새 비대위원장 후보를 물색할 당시 제일 처음 떠오른 인물이 정 부의장이었다”면서 “당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의원들 신임을 받아서 부의장까지 하는데 당이 가장 어려울 때 좀 도와주셔야 한다, 그리고 총대, 아니 책임져야 한다고 계속해서 설득했다. (정 부의장이) 4년 동안 끊었던 담배도 피우면서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절하다가 세 번째 찾아갔더니 마지막에 승낙해줬다”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대표적인 친윤 인사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 검찰 총장 시절 이른바 ‘충청 대망론’을 띄웠던 것도 정 부의장이다. 정 부의장은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대선 출마 등 여러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많은 조언을 했다. 정 부의장의 비대위원장 임명 소식에 ‘원핵관(원조 윤핵관)이 돌아왔다’는 반응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원래부터 신핵관 인사들은 주호영·박주선 등이 아닌, ‘윤심’을 잘 이해하는 정 부의장 발탁을 주장했었다.
‘정진석 비대위’ 앞날은 험난하기만 하다. 당 내부에선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이 더욱 첨예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월 정 부의장은 이 전 대표와 SNS 등을 통해 날선 말을 주고받은 바 있다. 정 부의장이 이 전 대표의 우크라니아 방문 등을 비판하자, 이 전 대표는 정 부의장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부의장은 “정치 선배의 우려에 대해 조롱과 사실 왜곡으로 맞서고 있다” “선배 정치인이 당대표에게 한마디 하기 위해서 그토록 큰 용기가 필요합니까” 등의 불쾌감을 나타냈다.
비대위가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를 놓고도 의문부호가 달린다. 비대위원장 발표 직전 통화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비대위원장 직을 제안 받은 인사들 대부분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법원의 판결과는 별개로 비대위 출범 후 원내대표 선거, 전대가 있는데 과연 비대위원장에게 힘이 실리겠느냐”고 했다. 정진석 비대위가 관리형이 될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2차 비대위의 첫 번째 암초는 9월 14일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이 될 전망이다. 이 전 대표는 8월 26일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을 근거로, 권성동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부터 비대위가 무효인 이상, 이를 바탕으로 다시 출범하는 비대위가 무효라는 논리다. 정치권에선 법원의 결론에 따라 정진석 비대위의 운명이 좌우될 것으로 본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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