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일하고, 먹고, 노는 게 당연해진 '나홀로 시대'지만 한편에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생활, 즉 모둠살이의 밥상이 되살아나고 있다.
마치 새로운 고향처럼 8남매가 모이기 위해 세운 '가족 타운'부터 부모들이 돌아가며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육아 공동체까지 매일이 명절 같이 풍성한 모둠살이 밥상을 만난다.
사시사철 서해의 고기들이 모여든다는 영광 칠산어장. 가을 손님 마중에 나선 어부들이 바다로 나섰다. 막 올라오기 시작한 가을 꽃게 따는 법도, 생선 이름도 낯선 젊은 어부들. 군대로 치면 아직 훈련병에 불과한 귀어인들이다.
'이모 삼촌' 너스레를 떨며 어촌 어르신들 얼굴에 웃음꽃 피게 하는 장문석 씨. 군 장교 출신인 그는 3년 전 이곳으로 터전을 옮겼다. 먹고 살기보다 함께 어울리는 게 더 어렵다는 어촌살이. 하지만 동네 궂은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고 최근 군대 후배까지 데려온 문석 씨 덕분에 어촌 모둠살이가 활기차게 되살아나고 있다.
갯일을 잠깐 거들어도 동죽조개를 한가득 안겨주는 넉넉한 인심의 어촌 마을. 어르신들과 귀어 젊은이들이 함께 하는 밥상에도 더불어 사는 맛이 넘친다.
복달임에 일품이라는 귀한 민어는 동태처럼 포를 떠 전을 만드는데 전 부치기 선수라며 나선 조카 같은 동환 씨. 그 살가운 태도에 어르신들의 마음도 촉촉한 민어전처럼 사르르 녹아내린다. 매일 끼니를 챙겨주는 이모들을 위해 두 젊은이가 만드는 비빔국수. 탱글탱글하게 삶아낸 동죽 조갯살과 송송 썬 김치를 섞어주면 어르신들과 귀어 젊은이들처럼 맛깔나게 잘 버무려진다.
명절 때 자식들에게만 내어준다는 양념게장도 아낌없이 내어주는 어르신들은 한솥밥 먹다 보니 어느새 한 식구가 다 되었다는 어촌의 모둠살이 밥상을 맛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십시일반' 뭉친 전남 영광의 한 동네, 전북 완주의 육아 모둠살이 현장 등을 찾아간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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