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배상금 등 놓고 입주 예정자들과 갈등…청약통장 회복·분양보증료 납부 등 행정적 문제도
배상금 외에도 갈등 소지가 있는 사안이 산적하다. 대표적인 것이 청약통장 효력 회복 문제와 분양보증료 인상 문제다.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이번 사태가 100% 현산의 귀책사유이므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청약통장의 효력을 회복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양보증료의 경우 공사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추가 납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사를 빠르게 마무리하면 납부할 보증료도 줄어들지만 여론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입주 예정자들과 분쟁이 길어져 공사가 지연되면 보증료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현산과 입주 예정자들의 갈등
지난 5월 현산은 화정 아이파크의 모든 동을 철거한 후 전면 재건축하겠다고 밝혔다. 현산 측은 당시 “앞으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객에게 신뢰를 주어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인 아이파크를 만들겠다”며 “조금이라도 안전에 관한 신뢰가 없어지는 일이 있다면 회사에 어떠한 손해가 있더라도 고객과의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밝혔다.
당초 화정 아이파크는 오는 11월 30일 총 8개동 847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산의 재건축 결정에 따라 2028년에야 화정 아이파크가 완공될 전망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당초 계획보다 6년이나 늦게 입주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당장 주거 걱정을 해야 하는 입주 예정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광주광역시와 서구 등 자치단체는 현산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현산은 지난 8월 총 2630억 원 규모의 주거지원 종합대책안을 발표했다. 이 중 1000억 원은 입주 예정자들을 위한 무이자 대출금액이다. 화정 아이파크 완공 전까지 전세자금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전세금은 84㎡(약 25.41평) 기준 1억 1000만 원이 지급된다. 입주 예정자가 해당 주거지원비 대출을 받지 않으면 입주 전까지 금리 연 7%를 적용한 금액을 분양가에서 할인받는다. 나머지 1630억 원은 입주 예정자들의 중도금 대출액을 대위변제하는 데 사용된다. 현산은 오는 10월부터 주거지원금 집행 및 중도금 대출 대위변제를 실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1억 1000만 원으로는 현실적으로 전세를 구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연배상금 관련해서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현산은 지연배상금으로 계약서상에 기재된 연 6.47%의 금리를 적용해 산정했다. 문제는 중도금을 대위변제했다는 이유로 중도금을 제외한 계약금에만 6.47% 금리를 적용해 산출된 금액을 배상금으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중도금은 분양가의 40%에 해당하지만 계약금은 10%에 불과하므로 중도금을 계산에서 제외하면 지연배상금 액수도 크게 줄어든다.
입주 예정자들은 현산의 잘못으로 공사가 지연된 만큼 중도금까지 포함한 금액으로 배상금을 계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지난 8월 26일 서울시 용산구 현산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현산은) 기존 입주 예정일을 3개월 남긴 8월 10일에서야 주거지원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현산이 부담해야 할 수백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주예정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산은 중도금을 지연배상금에 적용하지 않는 대신 중도금 대출 금리까지 포함해 변제해줄 예정이다. 하지만 중도금 대출 금리는 2%대로 배상금 금리 6.47%와는 차이가 크다. 이와 관련, 현산 관계자는 “상담소 운영을 통해 대책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설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화정 아이파크 재건축 앞두고 남은 숙제는?
화정 아이파크 재건축을 앞두고 해결해야 할 행정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화정 아이파크 계약 해지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산은 계약을 해지하면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과 기납입한 금액에 대한 이자 비용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입주 예정자가 화정 아이파크를 분양 받으면서 청약통장의 효력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화정 아이파크 계약 해지 후 청약통장의 효력을 회복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토교통부(국토부)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는 “사업주체의 파산, 입주자모집승인 취소 등으로 이미 납부한 입주금을 반환받았거나 해당 주택에 입주할 수 없게 된 자는 분양 당첨자 명단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시행사인 HDC아이앤콘스나 현산이 파산하지는 않았고, 입주자모집승인을 취소한 것도 아니다. 이와 관련, 광주광역시 서구 관계자는 “국토부에서는 무주택자와의 형평성 문제로 사고 사유만으로는 (청약통장 효력 회복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냈었다”라고 전했다. 일요신문은 국토부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담당 부서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분양보증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분양보증이란 분양 사업자가 파산 등의 사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될 경우를 대비해 계약금과 중도금의 환급을 책임지는 보증을 뜻한다. 30가구 이상을 일반분양하는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분양보증에 가입해야만 하며 화정 아이파크 역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에 가입한 상태다.
보증료는 보증금액, 보증료율, 보증기간 등을 종합해 책정된다. 보증금액은 계약금과 중도금 등을 합친 금액이고, 보증료율은 HUG가 자체적으로 평가한 시행사의 신용등급 등에 따라 결정된다. HUG에 따르면 현재 화정 아이파크의 보증금액은 1단지 1743억 1820만 원, 2단지 1486억 5900만 원, 총 3229억 7720만 원이다.
HDC아이앤콘스가 납부한 보증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보증기간이 6년 늘어나면 납부할 보증료도 늘어날 전망이다. HDC아이앤콘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36억 3800만 원이므로 수십억 원대로 예상되는 보증료는 적지 않은 지출인 셈이다. 화정 아이파크 공사를 빠르게 마무리하면 보증료를 아낄 수 있지만 여론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입주 예정자들과 분쟁이 길어져 공사가 지연되면 보증료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화정 아이파크 공사 기일 연장은 지자체의 승인이 필요하며 현재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HUG 관계자는 “해당 지자체에서 화정 아이파크 공사 기일 연장을 승인하면 이를 기반으로 보증료를 처리할 것”이라며 “보증료는 공사 시작 전 최초로 한 번에 납부하지만 화정 아이파크의 경우 공사가 장기간 연장되므로 추가 납부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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