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을 때, 습관처럼 익숙한 환경 속에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느끼는가.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할 것이다. 당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계가 시간에 의해 작동되듯이 당신은 일과를 시작할 것이다.
침대를 빠져 나와 거실 탁자에 놓인 신문을 펼쳐볼 것이다. 냉장고를 열어 냉수 한 잔을 따라 마시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아침밥을 챙겨 먹고, 자동으로 잠기는 현관문 소리로 문단속을 할 것이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마주친 이웃과 눈인사.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서 의미보다는 익숙한 모양으로 읽히는 노선버스를 타고….
이때까지 당신은 그 어떤 이미지나 의미를 머릿속에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입력된 일상이기 때문이다. 익숙함으로 포장된 의식이기 때문이다.
젊은 작가 이동구도 바라보는 익숙함이다. 그는 이러한 익숙한 일상 틈새에서 의미를 찾아 작품의 모티브로 만든다. 누구나 겪는 비슷한 일상에다 의미를 붙이고 자신만의 독특한 어법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는 불확실한 이미지가 혼재돼 나타난다.
불확실한 것에는 생각의 여백이 많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해석의 스펙트럼이 넓다. 스펙트럼을 채우는 것은 상상력이다. 상상력을 일깨우는 작품은 그만큼 여운이 길다. 이동구 작품과 마주쳤을 때가 꼭 이런 경우다.
그의 불확실한 이미지들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이것이 무엇인지를. 그래서 머릿속에 축적돼 있는 연상되는 이미지를 끌어낸다. 우리 기억의 창고를 헤집고 들어오는 이동구 작품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 만나는 사람들, 들었던 음악, 보았던 영화나 책 혹은 친구나 가족 등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너무나 익숙한 환경들이다. 이렇게 친숙한 이미지들이 그의 작품에서는 정체를 명확하게 밝히기 어려운 낯선 상황으로 바뀌어버린다.
낯선 상황으로 변한 친숙한 일상은 본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동구의 작품에서가 아니라 보는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이런 점에서 이동구의 작업은 감상을 위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개념을 창출하는 개념 예술적 성격에 가깝다. 그런데도 그의 작품은 만화처럼 재미있다. 그래서 보는 재미를 준다.
이동구는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낯선 이미지를 탐사하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현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를 찾아내는 것은 작가의 몫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감각적이다. 지극히 섬세한 감각 없이는 현실의 다른 면을 보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 다른 얼굴이 나타나는 것은 찰나적이기 때문이다.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