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실러 가세, 돈 실러 가세, 칠산바다로 돈실러 가세." 서해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돈이 되는 물고기로 위세를 떨쳤던 주인공이 있다. 제사상에 올라 절받는 물고기로 불렸고 임금님부터 서민까지 누구나 즐겨 먹던 국민 밥도둑 '조기'다.
'파시'라 불린 황금 어시장의 시대를 열었던 주역이었지만 남획과 환경의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점차 사라져 버린 사연 많고 추억도 많은 생선이 됐다. 서해안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품어온 조기의 추억과 사연을 만난다.
조기의 전설이 시작 되는 곳. '칠산바다' 신안군 임자도에서 부안군 위도 일대에 이르는 이 바다는 일곱 개의 섬이 모여있다 해서 칠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제주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는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북상하는데 그 길목에 자리잡은 칠산바다는 조기 황금어장으로 자자했다.
평생 바다와 동거동락한 강대홍 씨. 꽃게가 귀한 대접을 받는 지금과 달리 고기 취급도 못 받던 때가 있었다는데 어종이 풍부해 귀한 조기가 득실득실했던 시절 돈 담을 데가 없어서 자루에 담았다는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우스갯소리로 전해올 뿐이다.
그 많던 조기는 어디로 갔을까. 위도의 관문인 파장금은 파도가 길게 치면 돈이 몰려온다는 뜻 그대로 돈이 넘쳐났다는데 개가 돈을 물고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조기떼를 따라 팔도에서 몰려든 사람들도 섬 전체가 들썩였고 좁은 골목마다 장사진을 이루었다.
파장금 골목에는 파시 때 성행했던 요릿집 터만이 옛 영광을 간직하고 있다. 조기 파시는 추억으로 남았지만 그때의 음식과 맛은 혀끝에 남았다는데 파시가 성행할 때면 위도 여기저기 돼지 잡는 소리로 요란했다고.
뱃고사나 큰일 치를 때 먹었던 '피창국' 일종의 선짓국인데 갓 잡은 돼지에서 얻은 고기와 내장, 창자까지 깨끗하게 손질해 푹 삶아 고기와 내장에 김치를 넣고 선지를 부어가며 치대며 잘 버무리는 것이 조리법의 핵심이다.
선지가 굳지 않도록 저어가며 끓인 피창국은 당시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옛맛이다. 이맘때 꽃을 피우는 상사화는 줄기를 꺾어서 쪼갠 후 바닷물에 숨죽이고 말려서 보관했는데 머윗대 비슷한 맛이 나 나물처럼 볶아도 먹고 국이나 조림을 할 때도 요긴하게 썼다.
'몸부릿대 나물'을 깔고 손질한 조기를 넣어 칼칼하게 끓인 뜨끈한 조기탕은 외롭고 고단한 삶을 위로해준다. 풍어를 알리던 흥겨운 배치기 소리도 잦아들고 그때 그 조기맛도, 조기 파시의 추억도 기억 속에서 흐려진다. 당시의 추억을 안고 살아가는 위도 사람들의 오랜 밥상을 만나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목포항 생조기, 굴비 요리, 법성포 3대 굴비 가족 이야기 등을 소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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