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크게 늘었지만 과당경쟁 및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적자…기존 완성차 업체들 시장 진출도 부담
9월 15일 공업정보화부 신궈빈 차관은 국가신규사무소에서 브리핑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신궈빈 차관은 올해 1~8월까지의 신에너지차 생산 및 판매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신에너지차는 총 397만 대가 생산됐고, 이 중 386만 대가 팔렸다.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22.9%까지 올랐다.
이 결과는 올해 초 발표된 업계의 전망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그만큼 신에너지차가 폭발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자동차협회는 2022년 신에너지차 판매가 55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1년에 비해 56% 늘어난 규모다.
신궈빈 차관은 “(신에너지차) 기술 발전을 혁신적으로 지원하겠다. 또 충전 시스템, 차로의 인프라 건설 등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업정보화부는 그동안 배터리, 전기 등 신에너지차 핵심 분야를 키우기 위한 정책을 펼쳐 왔다. 그 결과 자동차 업체들의 신에너지차 연구개발 체계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판매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의 실적은 신통치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 업계에서 신에너지차 ‘3인방’으로 불리는 웨라이, 샤오펑, 이상은 올해 상반기 100억 위안(약 1조 9800억 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차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딱한 처지’에 빠진 셈이다.
웨라이, 샤오펑, 이상은 신에너지차의 신흥세력으로 꼽히며 무서운 발전 속도를 보였다. 당국에서도 순수 국내 브랜드인 이 업체들에 대해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테슬라 등에 비해 기술은 아직 부족하지만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가성비 전략’이 시장에서 통했다. 최근 들어서 배터리 등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품질도 향상됐다.
신에너지차 마진이 떨어진 것은 무분별한 과열경쟁의 후유증이 1차적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또 무리해서 투자를 하다 보니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궈빈 차관은 “신에너지차 부문이 외형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이젠 내부적으로 성숙해져야 한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에너지차에 필요한 주요 원자재 가격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신에너지차가 급성장하면서 원자재 수요도 크게 늘었다.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물량은 항상 부족했다. 그러면서 원자재 가격은 덩달아 올랐다. 이는 고스란히 자동차 업체들의 이윤 하락으로 이어졌다.
올 들어 신에너지차 필수 원자재인 리튬, 코발트, 니켈 가격이 상승했다. 예를 들어 배터리 제작에 들어가는 리튬 가격을 보자. 2021년 3월 리튬은 톤(t)당 5만 위안(약 994만 원)가량이었다. 그런데 지난 3월 리튬의 t당 가격은 48만 위안(약 9540만 원)으로 뛰었다. 1년 만에 10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9월 초 리튬은 t당 53만 5000위안(약 1억 600만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자재 가격 폭등은 신에너지차 업체들에겐 재앙으로 다가왔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원자재 업체들은 절대 ‘갑’이다. 값을 부르는 대로 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업체들은 과다 경쟁으로 인해 자동차 가격을 무턱대고 올릴 수도 없는 처지다. 차를 팔면 손해가 되는 구조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일부 신에너지차 업체는 직접 리튬 광산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또 리튬을 대체할 수 있는 자체 동력 배터리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차를 만들면서 광산을 개발하고, 배터리까지 만들어야 하는 상황으로 이는 업체의 적자 폭 확대에도 기여했다.
실제 업계에선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업체들의 이윤을 줄이는 요인 중 하나로 본다. 이상 자동차의 올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29억 1000만 위안(약 5700억 원)으로 이는 같은 기간 11억 7000만 위안(약 2320억 원)에 비해 150%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도 신에너지차 업체들에겐 부담이다. 그동안 중국의 신에너지차 시장은 기술력과 가성비를 앞세운 로컬 브랜드가 이끌어왔다. 그런데 미국, 독일, 한국 등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신에너지차 시장에 적극 뛰어들면서 업계는 요동치고 있다.
실제 올 8월까지의 신에너지차 판매 순위를 보면 10위권 안엔 샤오펑만이 눈에 띄었다. 2021년 상위권을 차지했던 업체들 대부분이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한국의 기아는 “5년 안에 중국에서 순수 전기차 6종을 생산하겠다”고 천명했다. 폴크스바겐에서 만드는 신에너지차들 역시 최근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판매 순위가 급등하고 있다.
신에너지차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기존 완성차 업체에 비해 충전기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부분이다. 사실 신에너지차 소유주의 가장 큰 화두는 ‘먼 길을 가면서 제때 충전을 할 수 있느냐’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중국 내 로컬 브랜드 신에너지차들은 완성차 업체에 비해 충전 속도가 느리고 배터리 용량이 작다.
공업정보화부 관계자는 “신에너지차의 충전난을 해소하는 게 업계를 살리는 첫 번째 길이다. 급속 충전 기술을 어떻게 도입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또 배터리 간 호환 문제도 국가 주도로 해결하겠다”면서 “신에너지차 소유주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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