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물가 안정’ 올인으로 연말 금리 4% 이상 오를 가능성…미국 경제 전반의 전망 변화에 주목
또한 6월 중순 저점 당시 3.4%를 기록한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이 연준이 말하는 제한적 수준의 최종금리로 이해됐다. 그러나 8월 이후 여러 연준 위원들은 이러한 ‘시장의 잘못된 이해’를 지적하며 지속적으로 경고 수준을 높여왔고 그 카운터펀치는 매년 8월 말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로 열리는 잭슨홀 컨퍼런스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잭슨홀을 찾은 건 2010년부터다. 그동안 그는 매 연설에서 평균 3569단어를 사용하며 평균 20~30분 정도 발언을 했지만 이번에는 1301단어, 단 8분간의 연설을 통해 시장에 ‘짧고·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The Great Inflation(1965-1982)’을 종식시킨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회고록 제목인 ‘Keeping At It’(인내)를 언급하며 연준의 정책실패는 더 큰 희생과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둔화될 때까지 강력한 긴축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시장이 기대했던 두 가지 요인을 완벽하게 벗어나는 포인트였던 만큼 투자자들의 실망이 패닉셀링으로 이어지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 이날 파월의장의 발언 이후 S&P 500 지수는 3.4%나 하락하며 지난 6월 13일 이후 처음으로 3% 넘는 일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또한 2년물 국채금리(6월 3.4%→7월 2.8%→현재 3.9%)와 달러인덱스(6월 105.5→8월 104.8→현재 110.8)는 동반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위험회피심리(Risk-Off)가 커졌다.
지난 7월 미국 연방공개사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시장은 경제지표 및 데이터 의존적인(data dependent) 모습을 보였는데, 그 이유는 파월 의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연준 위원들이 ‘보이는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 결정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연준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바로 ‘물가안정’이고, 고용은 연준이 자신감을 갖고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지하는 도구라는 점이다. 보통 연준의 이중의무(Dual Mandate)는 물가안정과 최대 지속 가능한 고용으로 알고 있지만 적어도 현재 연준 입장에서 물가안정 단일의무(Single Mandate)가 최우선 순위일 듯하다.
지난 8월 미국의 노동인구 수는 1948년 이후 최고인 1억 6470만 명을 기록했고, 7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를 통해 살펴본 노동시장 수급지표인 ‘실직자 1인당 일자리 수’는 1.98개로 여전히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주간단위로 발표되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1.3만 건(9. 10일)까지 하락하며 5주 연속 감소하는 등 견조한 미국 고용시장이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과 테크기업의 정리해고를 추적하는 해고 추적기(layoff.fyi)에 따르면 올해 총 522개의 스타트업이 약 7만 698명의 직원을 해고했는데 최근 들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미국 기업의 약 75% 이상이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이유로 프리랜서 고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정규직 대비 고용탄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포드, 리비안, 펠로톤, 리프트, 로빈후드 등 많은 기업들이 추가 인력 축소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근로자 중심의 공급자 우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7월과 달리 시장 예상에 못 미치는 결과를 보이자, 연준의 ‘더’ 강경한 긴축 기조 예상되며 증시에 다시 한번 부담이 되는 모습이다. 일부 투자은행(IB)에서는 100bp(1bp=0.01%) 금리 인상을 전망하기도 했으나 75bp 금리 인상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어느 정도 수준까지’ 정책을 유지할 지에 대한 부분을 잘 살펴야한다. 지난 6월 경제전망요약(SEP,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에서는 올 연말 약 3.5% 정도의 최종금리를 예상했으나 최근 시장의 움직임은 최소 4% 이상을 가격 반영하는 모습이다. 즉,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연준이 예상하는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힌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점점 타이트해지고 있는 글로벌 매크로 환경 속에서 미국의 경제성장률, 물가, 실업률 등 경제 전반에 대한 전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하다. 지난 6월 SEP와 달리 매우 엄격한 현실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성장과 실업률의 경우, 연준의 긴축정책으로 인해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분야인 만큼 경제성장률 하향, 실업률 상향 조정이 나온다면 경기위축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지난 1분기(-1.6%)와 2분기(-0.9%E) 경제성장률은 역성장을 보였고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에서 실시간으로 발표하는 3분기 경제성장률 추정치 GDPNow는 최대 2.6%에서 최근(9/15일) 0.5%까지 하락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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