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로 사촌 사이 이은백 사장과 이은선 전무 꼽혀…사업 성과 따라 그룹 내 위상 변화 가능성
고 이장균 삼천리 창업주는 고 이천득 삼천리 부사장과 이만득 명예회장 두 명의 아들을 뒀다. 이은백 사장은 이천득 부사장의 장남이다. 이천득 부사장이 1987년 지병으로 사망하면서 삼천리의 경영권은 이만득 명예회장에게 돌아갔다. 이은선 전무는 2010년 삼천리 과장으로 입사해 현재 미래사업총괄 신규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만득 명예회장의 장녀 이은희 씨와 차녀 이은남 씨는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는 조만간 새로운 삼천리 회장이 선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만득 삼천리 명예회장은 2016년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면서 회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 현재 삼천리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인물은 한준호 삼천리 회장이다. 그러나 한 회장 역시 우리 나이 78세의 고령이므로 머지않아 은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회장은 한국전력공사 사장 출신의 전문경영인이다.
이은백 사장은 삼천리 지분 9.1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반면 이은선 전무의 삼천리 지분율은 0.67%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만득 명예회장이 삼천리 지분 8.34%를 갖고 있고, 이은희·은남 씨도 0.67%를 각각 보유하고 있어 이들이 이은선 전무를 지지하면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만득 명예회장의 동업자인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 일가가 보유한 삼천리 지분 19.52%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은백 사장은 2012년 미국 계열사인 ‘SIM, a California coporation(SIM)’ 등기이사에 취임했고, 2013년에는 다른 미국 계열사 ‘Samchully L&C corporation’ 등기이사에도 취임했다. SIM은 Samchully L&C corporation을 포함한 4개 미국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사실상 미국 내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SIM의 매출이 2014년 59억 5399만 원에서 2015년 125억 3677만 원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억 4803만 원에서 13억 9901만 원으로 상승하면서 이은백 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후한 평가가 잇따랐다. 하지만 최근 SIM의 최근 성적표는 신통치 못하다. SIM은 2020년 영업손실 48억 5882만 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고, 매출도 75억 8276만 원을 거둬 2019년(133억 7360만 원)에 비해 반토막 났다. 2021년에는 매출 140억 9690만 원을 거뒀지만 영업손실 13억 1549만 원을 기록해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SIM과 그 자회사가 영위하는 주요 사업은 호텔업과 외식업이다. SIM이 실적 부진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영향으로 관광이나 외식 수요가 축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행히 최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선언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SIM의 올해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SIM은 올해 상반기 매출 118억 4208만 원, 영업이익 10억 7873만 원을 거둬 이 추세라면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추가적인 확산 여부나 국가 간 이동 정상화 시기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치료제 개발 및 방역 선진국 간 트레블 버블 등을 감안할 때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여행 수요의 점진적 회복에 힘입어 호텔 수요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은선 전무는 삼천리그룹의 외식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삼천리의 외식 사업은 삼천리ENG에서 담당한다. 삼천리ENG의 캐주얼 레스토랑 ‘게스트로펍’이 2016년 폐점하는 등 어려움도 있었지만 고급 중식당 ‘차이797’이 인기를 끌면서 어느 정도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천리ENG 외식 사업부의 매출은 2017년 165억 원, 2018년 239억 원, 2019년 314억 원으로 성장했다. 2020년 매출은 303억 원으로 주춤했지만 2021년 432억 원의 매출을 거두면서 분위기를 바꾸는 데에 성공했다. 가파른 성장세을 보이고 있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은 비중이 높지는 않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삼천리의 외식 사업은 아직 성장단계로 당장 큰 기대감을 가지기는 다소 이르다”고 말했다.
삼천리ENG는 최근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삼천리ENG는 지난해 개장한 ‘더현대 서울’에 홍콩 음식점 ‘호우섬’을 입점시켰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호우섬은 더현대 서울 지하 1층에 입점한 브랜드 중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에 삼천리ENG는 지난해 8월에만 호우섬 코엑스점, 현대목동점, 신세계대전점 등 3개 지점을 오픈했다. 올해 5~7월에도 호우섬 지점 4곳을 오픈하면서 현재 10호점까지 문을 연 상태다. 또 최근 차이797 서래마을점을 리모델링한 ‘차이797 블랙’이 문을 열었다.
이처럼 올해 들어 이은백 사장과 이은선 전무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기대를 받고 있다. 이들이 거둔 실적에 따라 회사 내 발언권이나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천리 지분 20%가량을 보유한 유상덕 회장 일가도 경영 능력이 뛰어난 쪽을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삼천리는 최근 회사의 움직임과 경영권 승계는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삼천리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차기 회장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 않다”며 “연탄 사업이 그랬듯 도시가스 사업도 앞으로 사양 산업이 될 수 있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것이며 이를 승계와 연결시키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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