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소 대비해 배우자 등으로 명의 돌려놔…‘강제집행면탈죄’ 고소나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보통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낮은 경우 깡통전세가 되는데,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비롯해 집에 걸려 있는 근저당 금액과 전세금 합계가 매매가를 넘어서는 경우에도 여기 해당한다. 집값이 떨어져 깡통전세가 되기도 하지만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과하게 자금을 융통했을 경우에도 집에 이런저런 근저당이 잡혀 새로운 전세입자를 구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이유들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미루게 돼 이사를 나가고 싶은 세입자로서는 전세금반환소송을 걸 수밖에 없다. 전세금반환소송에서 승소하면 집주인이 당장 가진 돈이 없더라도 집을 경매에 넘기는 등 부동산을 강제로 처분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에 A 씨는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뜻밖의 변수가 생겼다. 일반적으로 집주인은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받으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세금을 돌려준다. 하지만 집주인이 패소할 것을 대비해 집의 소유권을 미리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는다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미리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명의를 돌려놨을 경우 승소 판결을 받아도 더 이상 집주인의 재산이 아닌 집에 강제집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방법은 있다. 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집주인이 고의로 부동산 재산을 빼돌렸을 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강제집행면탈죄’로 형사고소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해행위취소’ 소송이다.
먼저 ‘강제집행면탈죄’를 적용해 고소하는 방법으로, 형법 제327조에 따르면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하는 죄’를 강제집행면탈죄라고 한다. 또 채권압류 및 추심 절차에 대비해 집주인이 고의로 계좌 재산을 이동시키거나 동산압류를 대비해 값비싼 물건을 미리 처분하는 행위도 강제집행면탈죄에 해당한다.
전세금반환소송에서 집주인이 재판에 질 것을 대비해 배우자 등에게 명의를 돌려놓는 행위를 위법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형사상 책임도 물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을 상대로 ‘사해행위취소’ 소송도 할 수 있다. 사해행위취소란 집주인이 자신이 소송에 패할 것을 예상해 고의로 부동산 명의를 옮겼다면 이를 취소하라는 소송이다.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재산 명의를 옮겼다면 다시 원래 주인에게 명의를 돌려놓으라는 명령이다.
전세금반환소송에서도 이긴 후 위의 두 소송을 활용해 배우자 또는 다른 사람으로 변경된 재산 명의를 원래 집주인 명의로 바꿔 놓으면 정상적인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두 가지 소송은 타인의 이름으로 바뀐 재산이 원래는 집주인의 재산이었음을 입증하는 절차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명의이전의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채무면탈 행위에 앞서 구체적인 법적 조치가 바로 임박해 진행됐는지 아닌지가 죄 성립 여부를 판가름하는 관건이다. 시기와 목적상 집주인이 강제집행을 피할 목적으로 재산을 옮겨 놓은 것이 확실하지 않다면, 세입자가 전세금반환소송에서 이겨도 배우자나 친인척 등 타인의 명의로 된 재산은 강제집행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는 채무 관계와 무관한 집주인의 가족 재산에 세입자가 함부로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
집 명의가 집주인의 가족으로 되어 있다고 해도 집주인이 살아 있는 한 전세금에 대한 채무 관계는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그렇더라도 일단 전세금반환소송을 해서 승소판결문을 받아야 뒤 이은 소송을 연결해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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