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치료 기대되지만 무분별 사용 및 중독 우려…“도입 이전 꼼꼼한 통제 시스템 준비해야” 지적
최근 식약처가 공개한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 중에는 의료용 대마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식약처는 의료 목적 대마 성분 의약품의 국내 제조 및 수입을 허용해 희귀‧난치 환자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국내 제약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5년 대마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0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의료용 대마 시장은 연평균 22.1% 성장해 2024년 5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캐나다, 미국, 유럽, 중국, 이스라엘 등에서는 대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희귀‧난치질환자 치료권을 고려하고, 대마의 세계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의료용 대마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의료용 대마에 대한 연구‧투자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 메디콕스는 호주 대마재배 전문기업 ‘그린파머스’에 투자를 결정했고, 아이큐어는 현재 수입한 대마 성분 원료 의약품을 연구하며 먹거나 몸에 붙이는 형태의 진통소염제를 만들고 있다. 이 밖에도 의료용 대마 성분 추출 기술을 가진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제약‧바이오 업계는 의료용 대마 규제 완화 소식으로 다양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은 대마를 마약류에 포함시키고 있다. 대마 성분 의약품은 공무 및 학술 연구 등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정부는 2024년 12월까지 마약류 관리법을 개정해 대마 성분 의약품의 국내 제조와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대마 성분 의약품을 자가 치료용으로 국내에 휴대 반입할 수 있는 승인 대상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이렇듯 희귀‧난치질환자 치료 기회 확대와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의료용 대마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진실 변호사는 “의료 목적 대마가 해외 많은 나라에서 합법화 되고 이용되다 보니,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의료용 대마가 도입됐을 때 기호용으로도 합법화되지 않을지 걱정을 한다”며 “의료용 대마 규제에 대한 개선 사항들이 대마를 치료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국내로 들여오기가 용이해지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용 대마라고 하더라도 승인 절차나 반입이 전보다 자유로워진다면 대마를 다른 목적으로 쉽게 들여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의료용 등으로 합법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은 대마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다. 박 변호사는 “의료용 대마가 도입되기 전 규제 기준을 명확하게 세울 필요가 있고, 정해진 규제를 어길 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잘 홍보해야 한다”며 “의료용으로 규제가 완화돼 의료용 대마가 많이 이용된다 하더라도 세부적으로 어떤 질병에, 어떤 성분이 허용될 것인지 사전에 의학계와 논의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진묵 인천참사랑병원 중독상담실장은 “현재 졸피뎀(수면유도제)이나 아티반(신경안정제) 같은 항정신성의약품도 치료용 약물로 쓰면 좋은 약인데 현실에서는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다”며 “의료용 대마도 잘 사용돼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쓰이면 정말 좋은 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처방권을 가진 의사 등 의료진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과다 처방을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약류 관리법에 따르면 마약류란 마약‧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를 말한다. 항정신성의약품 또한 마약류에 포함돼 있지만 오‧남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의료용 대마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때 대마 성분 의약품의 오‧남용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항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은 의사의 처방전만 있으면 구매할 수 있고, 수면유도를 돕는 특성을 이용해 범죄를 일으키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그는 “대마에 많은 신약 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많이 밝혀졌다. 다만 합법화되기 전에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며 “처방권을 가진 사람들의 윤리의식이나 관련 규제들이 구체적으로 정해져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재훈 전북대 약학대학 교수(마약퇴치전문교육원장)는 “의료용 대마를 사업화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의료용 대마에 대해 규제 완화 확대를 바라고 있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규제가 자유롭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마의 여러 가지 성분 중 어떤 성분이 규제 완화 대상이 될지 대마 잎, 꽃, 새싹 등 대마 식물의 어떤 부분에 대해 허용이 될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어떤 목적에서든 대마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통제된 사용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가 대마를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잘 관리하고 있는 나라인데 대마사용에 대한 규제를 정말 꼼꼼하게 해놨다”며 “한국도 대마를 산업화하거나 대마의 사용이 확대되려면 먼저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대마가 환각을 일으키고, 황홀감을 유발하는 과학적 사실은 변하지 않아 남용 위험은 있지만 의료용, 산업용으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세밀한 규제를 정하고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의료용 대마 규제완화에 대한 우려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대마 성분 의약품에 대해서도 마약·향정신성의약품과 같이 안전성·유효성 검토 후 의약품으로 품목허가 하고, 수출입 때마다 승인받도록 하며, 마약류취급자에게만 취급을 허용하는 등 ‘마약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오남용 및 불법유출을 방지할 예정”이라며 “대마 성분 의약품 제조·수입 허용은 ‘마약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야 하며 국회 입법 등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4년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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