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 M&A 시장 매물로 나오는 등 금리 인상 여파 업체들 자금난…“성장보다 매출 집중하고 버텨야”
최근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 금액은 7월 8368억 원, 8월 8628억 원을 기록했다. 투자 건수는 141건에서 151건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지난해 7월 3조 659억 원, 8월 1조 668억 원과 비교하면 투자 유치 금액이 각 82.7%, 19.1% 감소한 수치다.
투자 유치 금액이 감소한 데에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영향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한 투자사 대표는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가 활발했다. 이 시기에는 매출과 성장 중 한 가지만 택하고 사업을 운영하더라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없었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다소 부풀려졌던 이유”라며 “그러나 지금은 유동성 악화로 투자사들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매출과 성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스타트업이 아니라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투자 시장 축소는 스타트업의 자금난으로 이어졌다. 자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은 몸집을 줄이거나,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는 2일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14일 재개했다. 그러나 배송 가능한 상품의 선택지가 많이 줄었다. 오늘회 운영사인 ‘오늘식탁’은 최근 300여 개 협력 업체에 총 40억 원 규모의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그들의 자금난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지난달 31일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한 바 있다.
오늘식탁은 75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올해 1~4월 131억의 매출을 올리며 성장하는 듯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44% 증가했다. 특히 카카오톡 서비스 등을 통해 ‘당일 배송 회’로 인지도를 높였다. 지난해 초에는 12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물류센터 고도화와 서비스 지역 확장 등을 추진했지만 후속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자금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회원 수 82만 명에 달하는 식품 정보 확인 플랫폼 ‘엄선’도 서비스를 중단했다. 트라이어스앤컴퍼니가 운영하는 엄선은 2017년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했다. 2020년부터는 온라인 시식으로 사업 영역도 넓혔다. 이용자가 원하는 신규 상품 샘플을 엄선에서 신청하고 물건을 받고 후기를 작성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수십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엄선도 경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이외에도 빅데이터 기반 모바일 사용자 행동 분석 솔루션 개발업체 유저해빗이 2013년 설립 후 10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들의 솔루션은 이용자가 스마트폰 앱에서 하는 모든 행동을 데이터로 수집한다. 고객사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 만족도가 높은 앱을 만들 수 있다. 이용자 패턴에 따라 앱을 최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저해빗은 프라이머·매쉬업엔젤스·스파크랩·스틱벤처스에 투자받고, KB증권·KB저축은행·한화투자증권·SK하이닉스와 계약하며 성장세를 보였으나 자금난을 겪다 결국 폐업에 이르게 됐다.
이들보다 투자 규모가 더 큰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왓챠도 최근 몸집을 줄였다. 왓챠는 2021년 말 49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3000억 원을 인정받았다. 올해 5월에는 2023년 상장 목표로 1000억 원 규모의 프리 IPO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왓챠는 프리 IPO에 난항을 겪으며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왓챠는 손익분기점(BEP, break-even point)을 넘길 때까지 사업을 개편하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결국 왓챠는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황이다.
최근 인공지능(AI) 교육 솔루션 스타트업인 뤼이드도 경영진단과 함께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뤼이드는 ‘산타토익’으로 알려진 AI 기반 토익 교육 서비스 ‘뤼이드 튜터’를 서비스 중이다. 해당 서비스는 3억 건이 넘는 학습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개인의 토익 실력을 진단하고,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추천하는 기능을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뤼이드는 지난해 5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2’로부터 약 2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액은 약 2840억 원에 달한다. 기업 가치는 1조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뤼이드는 최근 희망퇴직을 받기 위해 직원들과 개별적으로 면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는 거액의 투자로 비대해진 회사의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과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뤼이드도 우수한 기술과 서비스에도 마케팅에 치중하는 면이 있었다. 현재 이 같은 부분을 구조 조정하는 만큼 뤼이드도 현재 투자 시장이 얼어붙어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소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투자 유치가 더 힘들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그도 그럴 것이 물가가 안정될 기세가 보이지 않으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21일(현지시간) 기준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또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가 3.00~3.25%로 오르게 됐고, 연준은 올해 말 기준금리를 4.4%, 2023년 말 기준금리를 4.6%로 기존 전망치보다 대폭 높였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50%로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 금리를 앞지르는 상황이 한 달 만에 되풀이됐다.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의 투자사 대표는 “현재 상황에서는 스스로 자금난에서 벗어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본인들의 비즈니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사업 방향을 바꾸는 피보팅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며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면 또 투자 시장이 활황인 경우가 온다. 당장 내년에도 올해 묶여둔 자금이 보복 투자로 풀릴 수 있다. 그때를 위해서 지금은 버텨야 하는 게 맞다. 버티는 작업이 곧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살리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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