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부족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 vs “신산업에 대한 적극적 M&A 활동 위한 것”
현대백화점그룹 16일 공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가 각각 이사회를 열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것이다. 물적분할은 기존 법인이 신설 법인의 주식을 소유하는 것인데 이와 대비되는 형태다.
우선 현대백화점은 신설법인인 현대백화점홀딩스(가칭, 23.24%)와 존속법인인 현대백화점(76.76%)으로 인적분할된다. 현대백화점홀딩스는 지주회사로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을 자회사로 두고 각사를 지원한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처럼 오프라인 점포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현대백화점면세점, 지누스와의 사업 시너지를 강화한다. 한무쇼핑은 기존 백화점 사업뿐 아니라 신규 프리미엄아울렛, 온라인 분야에서의 뉴 비즈니스 등 기존 오프라인 점포 개발 영역에서 한 차원 확장된 사업에 집중할 예정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유통업을 벗어나 새로운 업태 개발이나 신성장 동력을 발굴‧확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그린푸드도 존속법인인 현대지에프홀딩스(65.32%)와 신설법인인 현대그린푸드(34.68%)로 인적분할한다. 회사 측은 향후 신설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해 존속법인의 지주회사 전환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주회사로 현대리바트‧현대이지웰 등 자회사 관리와 신규사업 투자를 담당하게 되며, 현대그린푸드는 사업회사로서 단체급식‧식자재 유통‧건강식 사업 등의 식품사업을 전담한다.
두 회사의 분할은 내년 2월 임시 주주 총회를 거친 뒤, 3월 1일자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4월 10일에는 재상장 및 변경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인적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의 목적은 양축의 우량 자회사를 통해 백화점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자회사 재평가를 통한 기업 가치 및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경영 투명성, 독립성 및 주주편익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유통업계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계열분리 수순으로 가기 위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신설법인의 최대주주인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회장이 각각 지주사를 지배하면서 독립적인 사업체를 꾸려가게 될 것이란 예측에서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그룹 관계자는 “계열분리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투자 심리 또한 위축된 모습이다. 우량 자회사인 한무쇼핑을 분리하는 것에 대한 우려감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전 거래일(5만 7800원) 대비 0.87% 오른 5만 8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앞서 19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3.8%(2300원) 하락한 5만 83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전날 마감가는 0.86% 내려간 5만 7800원이었다. 오후 1시쯤에는 연중 최저가인 5만 69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7월초까지만 해도 7만 원대였던 주가는 지난달 내내 서서히 빠지다가 지난 16일 인적분할 공시 직후 5만 원대로 떨어진 것이다.
주주들이 분리를 아쉬워하는 ‘한무쇼핑’은 지난해 영업현금흐름이 2100억 원에 달한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무쇼핑의 사업회사에서의 분리는 아쉬운 대목”이라며 “이는 기존에도 평가를 받고 있던 백화점 사업부에 대한 분할을 야기하며, 이에 따라 한무쇼핑에 대한 NAV(순자산가치) 할인율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이 점이 가업가치에 있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이 연구원은 분석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지주사 설립에 대한 명확한 명분이 부족하고 구체적인 주주가치 제고정책이 없기 때문에 지주사 설립 공시는 투자심리에 부정적일 것”이라며 “한무쇼핑은 현재 백화점과 아울렛 사업만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신설되는 지주사가 현재 현대백화점이 받는 밸류에이션 배수를 넘어서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연구원은 “추가적으로 경영권 강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정지선 회장 지분은 17.09%로 높지 않은데,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는 과정을 통해 지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대해서는 심도있게 준비하고 있다”며 “우선 현대백화점은 기존 배당(주당 1100원)을 보장할 예정이며, 현대백화점홀딩스의 신규배당을 고려하면 주주들이 얻을 총배당수익이 종전보다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인적분할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평가도 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한무쇼핑이 현대백화점(사업회사) 자회사로 편입되면 향후 신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M&A 활동이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현대백화점홀딩스(지주사)의 종속회사로 편입하게 된 것”이라며 “지누스 연결 편입 효과로 당분간 견조한 실적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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