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한산’ ‘비상선언’에 200억 베팅 소문…2부 앞둔 ‘외계+인’ 티빙 무료 공개 시점 저울질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일상 회복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맞이한 2022년 여름 극장가에는 유독 대작 한국 영화들이 많이 개봉했다. 2020년부터 이어진 팬데믹으로 개봉을 미룬 대작 한국 영화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칸 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이자 수상작이기도 한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이 6월 8일과 29일 개봉하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았다. 이후 7월 20일 ‘외계+인 1부’, 27일 ‘한산: 용의 출현’, 8월 3일 ‘비상선언’, 10일 ‘헌트’까지 대작 4편이 한 주 간격으로 개봉했다. ‘한산: 용의 출현’이 72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최고 흥행작이 됐고, ‘헌트’도 433만 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반면 ‘외계+인 1부’과 ‘비상선언’은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사실 최고 흥행작이 된 ‘한산: 용의 출현’ 역시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176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대 최고 흥행작인 ‘명량’의 후속편으로 전작을 넘어선 흥행까지 기대했지만 1000만 관객에도 미치지 못했다. ‘외계+인 1부’와 ‘비상선언’은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 가운데 최악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고 평이 나올 정도로 참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플레이의 거액 베팅이 이뤄졌다. 극장 개봉 한 달여 만에 여름 개봉 대작 가운데 2편을 OTT에 띄운 것. ‘한산: 용의 출현’을 8월 29일 독점 공개한 쿠팡플레이는 ‘비상선언’도 9월 7일 독점 공개했다. 정확한 판매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쿠팡플레이가 두 편에 각각 100억 원을 상회하는 금액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을 올린 ‘한산: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은 VOD 시장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1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한 번에 올렸고, 쿠팡플레이도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 업체와의 경쟁에서 상당한 효과를 봤다.
그렇지만 ‘브로커’, ‘헤어질 결심’, ‘외계+인 1부’ 등은 애초에 쿠팡플레이의 독점공개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모두 CJ ENM에서 투자·배급한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CJ ENM 투자·배급 영화들은 대부분 OTT 자회사인 티빙을 통해 공개된다. 현재 ‘브로커’와 ‘외계+인 1부’는 모두 티빙에서 볼 수 있지만 회원에게 무료 공개된 ‘브로커’와 달리 ‘외계+인 1부’는 IPTV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회원도 개별 구매해야 한다.
‘외계+인 1부’의 극장 흥행 성적은 153만 명인데 손익분기점은 무려 730만 명이다. 제작비가 360억여 원으로 알려져 있다. ‘한산: 용의 출현’의 경우 제작비가 312억여 원으로 손익분기점이 600만 명이었다. 그만큼 ‘외계+인 1부’는 큰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인데 쿠팡플레이에 100억 원대를 받고 팔 수도 없는 처지였다. 결국 VOD 시장에서 최대한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그렇지만 (주)홈초이스가 발표한 전국 케이블TV ‘9월 3주차 영화·방송 VOD 순위’에서 ‘외계+인 1부’는 ‘범죄도시 2’, ‘탑건: 매버릭’, ‘토르: 러브 앤 썬더’에 이어 4위를 기록 중이다. 여름 극장가에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지만 ‘한산: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은 VOD 시장을 거치치 않고 OTT로 직행했고, ‘헌트’는 여전히 극장 개봉 중으로 아직 VDO 서비스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VOD 시장과 동시에 OTT 디즈니 플러스 통해 공개된 ‘토르: 러브 앤 썬더’보다도 낮은 순위다.
CJ ENM의 또 다른 고민은 ‘외계+인 2부’에 있다. 이미 촬영은 끝났다. 2020년 3월부터 약 1년 동안 1부와 2부를 동시 촬영했기 때문이다. 2023년 개봉 예정인데 제작비는 2부가 1부를 살짝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손익분기점 역시 ‘730만 플러스알파’로 800만 명 가까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153만 명에 불과한 1부의 흥행 성적이 2부 흥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데 있다. 영화계에서는 CJ ENM이 ‘외계+인 2부’는 극장 개봉과 OTT 티빙 공개를 동시에 하는 방법까지 고민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티빙을 통해 ‘외계+인 1부’를 무료 공개하는 시점도 고민이다. 기본적으로 1부를 봐야 2부를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티빙을 통한 공개는 물론, OCN 등 케이블TV에서도 공개해 가급적 많은 이들이 1부를 보게 만들어야 한다. 반면 많은 이들이 1부를 봤지만 오히려 실망이 크면 2부는 홍보조차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영화계의 1부에 대한 대체적인 반응은 초반부는 실망스러웠지만 중후반부는 흥미진진해 2부에 대한 기대감은 가져볼 만하다는 쪽이다. 결국 ‘외계+인 2부’가 시리즈 전반의 승부수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CJ ENM의 전략이 매우 중요해 그만큼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아직까지 CJ ENM은 VOD 시장에서의 매출 창출에 집중하며 조금씩 2부를 홍보하는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VOD 서비스에서만 볼 수 있는 ‘2부 천기누설 떡밥’ 미공개 쿠키 영상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한산: 용의 출현’ 역시 2023년에 후속편을 내놓는다. ‘명량’의 후속편인 ‘한산: 용의 출현’은 이순신 3부작의 2부이고 2023년에는 3부인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한다. 이미 지난해 6월 촬영을 마친 ‘노량: 죽음의 바다’는 벌써 2023년 설 연휴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는 김윤석이 이순신을 연기하는데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이순신의 유언이 영화를 통해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감이 크다. 비록 2부 ‘한산: 용의 출현’이 1000만 관객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노량: 죽음의 바다’는 또 다시 1000만 관객 달성이 기대되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노량: 죽음의 바다’에도 거액을 베팅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영화계에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산: 용의 출현’이 개봉 한 달여 만에 쿠팡플레이에서 독점 공개된 부분이 ‘노량: 죽음의 바다’ 홍보마케팅 과정에선 마이너스 요소다. 관객들이 ‘노량: 죽음의 바다’도 조금만 기다리면 OTT에서 볼 수 있다고 여겨 극장 흥행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영화 배급 관계자는 “예상외의 흥행 참패 같은 상황이 오면 몰라도 현재는 1000만 관객을 바라보는 기대작이라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진 않을 것”이라며 “‘한산: 용의 출현’과 ‘비상선언’의 쿠팡플레이 직행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으로 영화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쿠팡플레이도 매번 수백억 원을 내고 영화를 단독공개하기 어려울 것이라 이번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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