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가 넘는 부문에 후보로 올랐을 뿐 아니라, 비영어 작품으로 감독상·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특수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상, 여우게스트상도 휩쓸었다. 무려 6개 부문에 걸쳐 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에미상 시상식에서 보여준 ‘오징어 게임’의 기록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1949년부터 개최한 에미상 시상식에서 영어가 쓰이지 않은 외국어 작품으론 최초로 6관왕에 올랐다.
영국 유력 일간 ‘가디언’은 이날 ‘오랜 세월의 승리-2022 에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면서 “‘오징어 게임’의 역사적인 승리”라고 보도했다.
매일매일 기적이 쓰이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방탄소년단(BTS)은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송강호 배우는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탔다. 마침내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이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석권했다.
이제 한국 콘텐츠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수준임을 확인받았다. 한국 콘텐츠가 일회성 해프닝이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은 이젠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징어 게임’이 남긴 기록은 어마어마하다. ‘오징어 게임’을 서비스한 넷플릭스는 지난해 10월 13일 ‘오징어 게임’이 역대 가장 많은 시청 가구수를 기록한 콘텐츠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간 역대 1위를 기록했던 드라마 ‘브리저튼 시즌 1’의 28일간 8200만 가구의 시청 기록을 ‘오징어 게임’은 단 17일 만에 경신했다. 무려 1억 1100만 유료 가입 가구가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다.
모든 콘텐츠를 통틀어 역대 최초 1억 가구 시청 돌파 기록이다. 지난해 10월 20일에 진행된 넷플릭스 분기 실적 발표에서 ‘오징어 게임’이 첫 28일 동안 1억 4200만 가구가 시청했다는 집계 기록이 공개됐다. 또한, 넷플릭스가 공식적으로 콘텐츠별 시청 시간을 공개한 홈페이지에 따르면 첫 28일 동안 약 16억 5000만 시간의 누적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이제 한국 콘텐츠는 ‘오징어 게임’ 전과 후로 구분될 정도다. ‘오징어 게임’은 전 분야에 걸쳐 한국 콘텐츠 가치를 높인 게임 체인저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콘텐츠 분야에 종사하는 나 역시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모든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감사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다 ‘오징어 게임’ 대본과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이제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주연배우 이정재는 미국의 신화라고 일컬어지는 ‘스타워즈’ 시리즈 텔레비전 판에 주연배우로 캐스팅됐다. 세계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더욱 고무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따로 있다. K-콘텐츠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 막 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K-콘텐츠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 봉준호 감독이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면서 밝힌 소감이 떠오른다.
“자막의 장벽을. 장벽도 아니죠. 1인치 정도 되는 그 장벽을 뛰어 넘으면 여러분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비영어권 콘텐츠들은 절대로 세계에서 인정받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이 부쉈다. 자막이 절대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아님을 증명했다.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곡이 한국어일 수 있다는 것을 BTS가 증명했다.
전세계적으로 K-콘텐츠에 열광하는 세대는 10대에서 30대가 가장 많다. 이들이 자막을 불편해하지 않고 한국 콘텐츠에 충성도를 가지게 된다면, K-콘텐츠는 향후 30년 이상을 전 세계적으로 위상을 드높이며 사랑받을 것이 분명한다고 예상한다.
대한민국은 위대한 나라이며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 어느 나라 민족과 비교해도 모자람 없이 훌륭하다. 앞으로 국민뿐 아니라, 국가와 자본도 이제 도약 단계에 있는 K-콘텐츠에 애정과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오징어 게임’ 그리고 ‘기생충’ 만세다. 대한민국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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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연 영화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