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회사들 잇따라 정리, 재무구조 개선 결단 보여…국내·외 업계 불황에 염색샴푸 안전성 논란 부담
#재무구조 개선 꾀하는 토니모리
토니모리는 지난 9월 15일 자회사인 바이오벤처기업 에이투젠을 유한양행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토니모리는 2018년 1월 30억 원에 인수한 에이투젠 보유주식 약 33만 800주를 유한양행에 70억 원에 처분하면서 약 40억 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에는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메카코스바이오를 메카코스에 흡수합병시키며 건강식품 판매업을 중단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화장품 업계는 지난 5년간 고난의 길을 걷고 있다. 2018년 이전까지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성장주로 분류될 정도로 기대를 받았다. 중국 화장품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K-뷰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다. 하지만 사드 보복 사태 이후 중국 판로가 얼어붙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색조 화장품 수요도 감소했다. 중소형 화장품 브랜드사들 모두 최근 3개년 실적이 대부분 적자를 거둔 것도 이 때문이다.
토니모리 역시 예외는 아니다. 기업의 재무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이 2017년 74.9%에서 2018년 93.5%, 2019년 144.4%, 2020년 188.7%까지 급증했다. 2021년 12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통해 253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덕분에 부채비율이 112.1%로 떨어지며 부채비율 급증에 따른 우려를 해소했지만 2022년 상반기 부채비율은 다시 121.7%로 소폭 상승한 상태다.
토니모리는 활로 모색을 위해 신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토니모리는 본업인 화장품 판매·제조업에 이어 올해 상반기 기준 신약개발 기업 에이투젠,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메가코스바이오, 펫푸드전문기업 오션 등 다양한 자회사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자회사의 실적이 신통치 못했다. 최근 매각한 에이투젠은 인수 후 4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메가코스바이오 역시 5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일단 토니모리가 손실을 내던 회사들을 이번에 정리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본업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토니모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636억 원으로 전년 동기(555억 원) 대비 14.5%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기록한 영업손실은 49억 원에서 45억 원으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토니모리 한 관계자는 “4월부터 튠나인 염색샴푸를 출시하면서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 출시한 염색샴푸의 원활한 판매를 위해 마케팅 비용이 발생한 부분이 있고 이번에 11개 연결회사 중 수익이 난 자회사가 없기 때문에 영업적자가 생겼다”고 밝혔다.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최근 영업손실의 감소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제품 가격 상승과 관리비를 줄인 효과가 크다. 본업에서 매출이 탄력을 받아 성장하기에는 아직 국내·외 업황이 좋지 않은 추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사들 대부분이 중국 매출이나 영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현지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상반기 중 중국에서 화장품 소비가 상대적으로 부진했고 2분기에 주요 도시들 락다운 영향으로 업황 회복이 더딘 상태”라며 “글로벌 경기가 전반적으로 회복될 필요가 있다. 중국 현지에서 화장품 소비가 올라오고 중국 관광객의 왕래와 물류의 유통이 회복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식약처 조처로 매출 타격 생길수도
매출 실적을 견인하던 염색샴푸의 안전성 논란 또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주목이 쏠린다. 국내 염색샴푸 시장은 스타트업 모다모다가 2021월 8일 갈변샴푸인 ‘프로체인지 블랙샴푸’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에 시장이 형성됐다. 그러나 지난 1월 식품의약안전처는 유럽 SCCS(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의 위해평가 등을 근거로 주성분인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에 유전독성 우려가 있다며 사용을 금지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모다모다는 규제개혁위원회에 추가 검증을 요구해 놓은 상황이다.
모다모다가 올해 4월 중순까지 국내 영업활동을 자제하는 동안 아모레퍼시픽은 ‘려 더블이펙터 블랙샴푸’, LG생활건강은 ‘리엔 커버 샴푸’ 등 잇달아 염색샴푸를 출시하면서 시장은 더 커졌다. 토니모리 역시 올해 3월 저자극 기능성 새치 염색샴푸인 ‘튠나인 내추럴 체인지 컬러샴푸’를 내놓으며 시장에 진출했다. 내추럴 체인지 컬러샴푸는 GS홈쇼핑 방송 2회 만에 1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GS샴푸 카테고리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매진을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런 가운데 식약처가 지난 9월 5일 염모제 성분 중 1,2,4THB와 마찬가지로 유전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o-아미노페놀, 염산 m-페닐렌디아민, m-페닐렌디아민, 카테콜, 피로갈롤 등 5종 성분을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로 지정하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토니모리의 튠나인 내추럴 체인지 컬러샴푸에는 식약처에서 행정 예고한 o-아미노페놀이 포함돼 있다. 식약처의 고시 개정 절차가 완료될 경우 2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제품의 판매가 전면 금지될 수 있다.
앞서의 토니모리 관계자는 “고시일 기준으로 제조와 판매유통에 각각 6개월·2년의 유예기간이 있으므로 당분간 판매에는 지장이 없을 예정”이라며 “소비자 안정성에 대해 우려하는 식약처 입장을 존중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할 방침이다. 해당 성분을 제외한 신제품 출시와 유통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검토가 오고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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