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우리들의 트로트’로 ‘송가인 콘서트’ 제압…TV조선 김성주·장윤정·붐 잡고 송가인·김호중 예능 준비
최근 몇 년 새 트롯 열풍은 TV조선과 TV조선 제작본부장이던 서혜진 PD의 서혜진 군단이 주도해왔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종편) 등 타 방송사에서도 유사 트롯 프로그램을 대거 제작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그런데 이제 TV조선을 떠난 서혜진 군단이 MBN과 손을 잡으면서 트롯 주도권이 양분됐다. 기존 트롯 프로그램 출신 연예인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대부분 TV조선은 물론이고 서혜진 군단과도 인연이 깊은 터라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9월 7일 MBN ‘우리들의 트로트’는 4.5%(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날 방송이 더 큰 의미를 갖는 까닭은 4.3%를 기록한 TV조선 ‘추석특집 송가인 2022 전국투어 콘서트’ 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서혜진 PD가 TV조선을 떠나 설립한 제작사 크레아 스튜디오와 MBN의 합작은 첫 프로그램부터 TV조선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같은 시간대 TV조선의 상대 프로그램이 ‘송가인 콘서트’였다는 점이다. 송가인은 TV조선 ‘미스트롯’ 진 출신이지만 한동안 TV조선을 떠나 있었고, 서혜진 PD가 TV조선을 떠난 뒤 다시 TV조선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돌아온 송가인을 내세운 TV조선의 송가인 콘서트와 서혜진 PD의 MBN 첫 프로그램 ‘우리들의 트로트’의 정면승부에서 근소한 차이로 MBN이 웃었다.
이어 9월 14일에도 MBN ‘우리들의 트로트’ 1부가 4.2%, ‘우리들의 트로트’ 2부가 4.1%를 기록하며 TV조선 ‘수요일도 밤이 좋아’(3.2%)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9월 21일에는 ‘우리들의 남진’이 1·2부 연속 방송됐다. 역시 서혜진 군단과 MBN의 합작품으로 4.1%와 3.9%를 기록했다. 반면 TV조선 ‘수요일은 밤이 좋아’는 3.3%에 그쳤다.
아직 세 번의 맞대결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9월 1~3주 수요일 밤에는 MBN이 TV조선을 압도했다. 물론 전반적으로는 TV조선이 여전히 훨씬 앞서 있다. 화요일에는 ‘화요일은 밤이 좋아’, 목요일에는 ‘국가가 부른다’가 여전히 최강자다. 9월 들어 MBN에 추월당하긴 했지만 수요일에도 ‘수요일도 밤이 좋아’가 여전히 탄탄한 고정 시청자 층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서혜진 군단의 영향력이 MBN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어차피 진짜 승부는 TV조선 ‘미스터트롯2’와 MBN ‘불타는 트롯맨’의 맞대결인데 신생 ‘불타는 트롯맨’이 아성의 ‘미스터트롯2’에 충분히 맞설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트로트’는 붐, 장민호, 정동원이 MC를 맡았고 설운도, 강진, 진성, 조항조, 김수희, 김용임 등 레전드 트롯 가수들에다 박현빈, 박구윤, 황윤성, 나태주 등이 출연했다. 미스터트롯 TOP7 가운데 한 명인 김희재도 출연했다. ‘우리들의 남진’은 붐과 장민호가 MC를 맡았고 남진을 중심으로 정동원, 김희재, 황윤성, 나태주, 홍자 등이 출연했다.
두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출연진은 아무래도 미스터트롯 TOP7 출신인 장민호, 정동원, 김희재이며 붐 역시 눈길을 끈다. 붐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는 물론 ‘뽕숭아학당’ ‘사랑의 콜센타’ 등 상당수의 TV조선 트롯 프로그램에 출연해왔다. 현재도 장민호와 함께 TV조선 ‘화요일은 밤이 좋아’ MC로 출연 중이다.
‘미스터트롯’ 종영 이후 김호중을 제외한 TOP6는 TV조선의 위탁을 받은 뉴에라 프로젝트 소속으로 1년 6개월 동안 활동했고 이 기간 동안에는 TV조선 프로그램을 위주로 활동했다. 이제는 각자의 소속사로 돌아간 만큼 이제 TV조선을 비롯한 다양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장민호와 붐이 화요일엔 TV조선, 수요일엔 MBN에 출연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문제는 TV조선 ‘미스터트롯2’와 MBN ‘불타는 트롯맨’에 동시 출연하는 것은 어렵다는 부분이다.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는 아닐지라도 비슷한 시기에 방송되는 경쟁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TV조선 ‘미스트롯’ 진 출신인 송가인 역시 KBS ‘트롯 전국체전’에 출연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TV조선 ‘미스트롯2’에는 합류하지 않았다.
여전히 TOP7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확실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어 시청률 견인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트로트’와 ‘우리들의 남진’ 역시 서혜진 군단의 영향력이 크지만 장민호, 정동원, 김희재 등 TOP7 출신들의 출연과 붐의 가세도 시청률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추석 연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트롯 관련 프로그램 역시 TOP7 출신인 김호중이 출연한 SBS ‘김호중의 한가위 판타지아’(5.6%)였다.
따라서 장민호, 정동원, 김희재를 비롯해 붐까지 TV조선 ‘미스터트롯2’이 아닌 MBN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한다면 그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TOP7은 TV조선 ‘미스터트롯’ 출신이지만 서혜진 군단의 제작진과도 친분이 두텁다. ‘미스트롯2’ 대신 ‘트롯 전국체전’에 출연한 송가인처럼 ‘불타는 트롯맨’ 출연을 결정할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TV조선은 9월 21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장윤정과 붐이 ‘미스터트롯2’ 마스터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9월 7일에는 이번에도 김성주가 MC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의 상징적인 존재인 MC 김성주와 마스터 장윤정을 붙잡는 데 성공하면서 TV조선 ‘미스터트롯2’는 정통성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붐까지 마스터 합류를 확정 지으면서 최근 서혜진 군단의 MBN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한 장민호, 정동원, 김희재 등도 ‘미스터트롯2’에 잔류할 가능성을 열어 두게 됐다. 자연스레 임영웅, 영탁, 이찬원 등의 선택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출연진 지키기에 나선 TV조선은 서혜진 PD가 떠난 뒤 돌아온 김호중과 송가인이 출연하는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준비도 본격화했다. 10월 4일 이들이 출연하는 새 트롯 예능의 첫 녹화가 이뤄지는데 촬영지가 서해안의 한 섬으로만 알려졌을 뿐, 세부 사항은 철저히 비밀로 유지되고 있다. 김호중과 송가인은 TV조선 ‘미스터트롯2’에도 마스터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들의 트로트’ ‘우리들의 남진’ 등을 통해 여전히 건재함을 입증한 서혜진 군단이지만 아직까지는 자신들이 쌓아 올린 성인 TV조선 트롯 예능과의 정면 대결은 여전히 힘겨운 싸움으로 보인다. MBN ‘불타는 트롯맨’의 MC 및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서 서혜진 군단이 어떤 반격 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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