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호-류현인 드래프트 지명에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해…대체 선수 영입할 것”
예능이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최강야구’는 프로에서 은퇴한 야구 선수들과 아마추어 선수들의 경기를 통해 야구의 재미와 감동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CP는 채널A ‘도시어부’ ‘강철부대’를 통해 이름을 알린 장시원 PD다. 장 PD가 JTBC로 옮긴 후 처음 맡은 프로그램이 ‘최강야구’인데 이게 대박이 난 것. 부산 출신인 장 PD는 어린 시절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를 보고 성장한 열혈 야구 팬이다. 장 PD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최강야구’ 이면의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처음 ‘최강야구’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채널 A에서 ‘도시어부’ 촬영할 때 고기가 잡히길 기다리는 동안 배에서 우연히 동영상으로 일본 고시엔대회를 봤다. 패한 고교 선수들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시엔 야구장의 흙을 담아가는 장면이 눈에 밟혔다. 아마추어 선수들한테서만 보이는 순수한 열정과 간절함에 울컥했을 정도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야구와 관련된 성장 스토리를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JTBC에서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 프로에서 은퇴한 선수들과 프로 입성을 위해 내달리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형식의 프로그램이 ‘최강야구’다.”
―‘최강 몬스터즈’ 팀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무엇이었나.
“감독은 선수들이 존경할 수 있고, 선수들이 인정하는 선수 출신으로 뽑아야 했는데 이승엽 감독 외엔 다른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승엽 감독을 정한 다음 포지션별로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 출신들을 리스트에 올려놓고 섭외에 나섰다. 다행히 우리가 섭외한 선수 출신들 중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만난 자리에서 출연을 약속했다. 그렇게 야구를 오래했고, 야구에 울고 웃었던 사람들인데 다시 야구 선수로 뛸 수 있겠느냐고 물었을 때 모두 눈이 반짝반짝해지더라. 처음에 섭외하는 데 애를 먹인 사람은 정성훈 선수다.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30경기 중 10패할 경우 해체한다는 조건은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최강야구’를 구성하면서 많은 야구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은퇴한 선수들이 고교 선수들과 맞붙을 경우 10명이면 10명 모두 고교 선수들이 8할의 승률로 이길 거라고 입을 모았다. ‘최강 몬스터즈’ 선수들도 모두 자신 없어 했다. 하지만 팀 이름이 ‘최강 몬스터즈’인데 그에 걸맞은 동기부여를 가지려면 승률 7할을 내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10패하면 해체’라는 조건을 제시했고, 그 내용은 다른 제작진한테도 말하지 않다가 방송 녹화 첫날 현장에서 발표했다.”
―몬스터즈 선수들의 반응이 장난 아니었겠다.
“여기저기서 가벼운 항의가 뒤따랐지만 밀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우리 프로그램이 단순히 웃고 즐기는 예능이 아니라는 걸 자각했던 것 같다. 제작진들도 모두 생계가 걸린 터라 선수들과 ‘원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최강야구’를 위해 모인 200여 명이 매주 경기를 통해 희로애락을 공유했다.”
―방송 초반엔 투수 4명으로 시작했다가 이후 이대은, 오주원 등이 투입됐다. 그중 이대은 선수가 처음에는 기대 이하의 피칭을 선보이다 최근 149km/h의 구속을 보이며 파이어볼러로 회귀한 장면이 나왔다. 방송 이면엔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대은 선수가 처음에 마운드에서 공 던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선수는 더 놀랐을 것이다. 남 몰래 두 달 정도 몸을 만든 후 합류한 건데 오랜만에 실전 경기를 치르다보니 선수도 긴장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이후 이대은 선수가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무엇보다 자기가 던지고 싶은 공을 못 던지고 있다는 자괴감이 컸는데 그걸 벗어나려고 훈련을 거듭한 끝에 지난주 방송에서 구속을 149km/h까지 끌어 올린 것이다. 방송 이후 다시 자극을 받았는지 지금은 150까지 던지고 싶다며 매일 훈련을 반복한다. ‘최강야구’란 방송이 단순히 승부에만 초점을 맞추는 건 아니지 않나. 아쉽게 은퇴를 한 선수가 다시 공을 잡았고, 그 공을 던지며 자신의 예전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은 가슴 뭉클했을 정도다. 개인적으론 지금까지 ‘최강야구’ 방송 중 이대은의 149km/h는 가장 잊지 못할 장면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번에 KBO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지명을 받은 윤준호, 류현인의 스토리도 큰 화제를 모았다.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9월 신인 드래프트를 염두에 둔 건가.
“그래서 대학 4학년 아마추어 선수를 출연시킨 것이다. 고교 시절 프로 지명에 실패한 선수들이라면 다가오는 신인 드래프트에 얼마나 큰 간절함을 갖게 될지 가늠을 해봤다. 야구 스카우트들, 아마추어 관계자들한테 선수들을 추천받았고, 그들 중 미팅을 통해 최종적으로 선정된 선수들이 독립구단 출신의 한경빈(한화), 윤준호(동의대, 두산 베어스), 류현인(단국대, kt wiz)이었다. 한경빈은 다행히 지난 5월 한화 이글스와 계약을 맺었고, 윤준호는 어느 정도 드래프트 지명 가능성이 있었는데 문제는 류현인이었다. 류현인의 지명 가능성이 반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린 지명되리라는 믿음을 갖고 방송을 준비했고 그게 엄청난 감동을 선사했다.”
―윤준호, 류현인 선수와 유튜브 ‘정근우의 야구이슈다’를 통해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두 선수들 모두 프로 레전드 출신의 선배들과 함께 야구하고 야구를 배운 경험들을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꼽았다.
“방송에는 다 소개되지 못했지만 경기 앞두고 훈련할 때 이승엽 감독을 비롯해 박용택, 정성훈, 이택근, 정근우 선수까지 모두 윤준호, 류현인 선수한테 달라붙어 타격 코치를 해준다. 이전 한경빈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건 누가 시킨 게 아니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성장시키려고 알아서 가르쳐주는 것이다. 그건 돈을 주고도 못 받는 귀한 레슨이다. 이거야말로 ‘최강 몬스터즈’ 팀만이 갖고 있는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선수들이 매 경기마다 성장 발전하는 과정을 보인다. 그걸 바라보는 선배들과 제작진들은 마치 부모 심정이 되는 듯하다. 그래서 이번에 두 선수가 프로에 지명됐을 때 이승엽 감독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며 영상 통화했다.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진심으로 기뻐했고, 축하를 보내줬다.”
―일부에선 ‘최강야구’란 프로그램이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고 박수를 보낸다. 방송의 순기능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런 평가들이 어떻게 다가오나.
“진정한 야구 팬으로서 열심히 하는 야구, 화려한 홈런보다 땅볼을 치고도 1루로 전력 질주하는, 마치 이 경기가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기획 의도였다. 우리가 봉황대기, 청룡기, 황금사자기 대회는 알지만 거기에서 어떤 선수가 활약하는지 잘 모르지 않나. 그러다 ‘최강야구’를 통해 소개된 선수들이 전국 대회에 나오면 관심을 갖는다. 이미 이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이승엽 감독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 자신이 고교 야구를 이토록 열심히 챙겨볼 줄 몰랐다고. 그런 점에선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9월 26일에 방송되는 ‘최강야구’는 U-18 청소년대표팀과의 경기가 소개된다. 청소년대표팀에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들 다수가 포함됐는데 첫 직관 경기에 1만 6000여 명의 관중들이 현장을 찾았고, 올해 고척 스카이돔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고 들었다.
“나도 놀랐다. 1차로 5000장을 풀었는데 1분 만에 매진됐다. 어쩔 수 없이 내야만 6000장을 더 풀었고, 이번엔 10분 만에 매진이 됐다. 그래서 외야까지 다 오픈해서 1만 6000여 명이 들어온 것이다. 그날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제작진들도 가슴이 떨리고 벅차올라 진정이 되지 않았다. 은퇴 후 다시는 관중들 앞에서 야구를 못할 줄 알았던 선수들이 자신의 유니폼을 들고 응원전을 펼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어떤 감정이었겠나. 경기 시작하기 전부터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장시원 PD는 ‘최강야구’가 인기를 끌면서 직간접적으로 출연 요청을 하는 선수 출신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부상으로, 기량이 떨어져 야구를 그만둔 은퇴 선수들이 ‘최강야구’를 통해 다시 야구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린 것이다. 장 PD는 프로 지명을 받은 윤준호, 류현인과 ‘아름다운 방출’을 하고 나면 그 자리에 새로운 선수들을 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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